한 학기 동안 가르친 비즈니스 리더십 강의를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여성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원리다. 이겨놓고 싸우라는 조언이지만 따지고 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원리에 대한 조언이다. 세상은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리더로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칸 더 깊숙히 들어가서 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자신들이 약속한 변화를 실현시키는 진짜 리더였다. 기업은 협업의 산물이다. 혼자서 모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리더십 원리는 무용지물이다. 싸워서 이긴 원리만 작동되어서 진 사람들이 모두 적이 되어 협업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그 회사는 망하는 회사이다. 남성들 사이의 싸움도 마찬가지지만 여성이 싸워서 남성을 모두 적으로 제거한다면 이 회사가 생존할 개연성은 전무하다.

펩시의 중흥을 이끌었던 여성 CEO 인드라 누이는 회사가 자신을 CEO로 지명하자 가장 먼저한 일이 자신의 경쟁자였던 남성 임원에게 찾아가 일주일 동안 같이 휴가를 지내며 회사를 떠나지 말라고 설득했다. 둘은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펩시의 중흥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선승구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들을 위해 회사 밖에서 대신 싸워줘야 할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정치가들이다.

둘째는 목적을 살려내서 자신의 최고의 지원군으로 만들라는 조언이다. 지금과 같은 초연결시대 회사의 차별적 경쟁력은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비즈니스 모형에 녹여내는 일이다. 차별적 경쟁력의 목적함수가 이윤이라는 전략적 목표에서 목적으로 높여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최고의 우군은 자신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믿음이다. 목적과 사명을 자신의 최고의 지원군으로 생각할 때 목적과 사명은 자신을 CEO(Chief Enabling Officer) 단련시킨다. 여성리더로서 싸워야 할 대상은 남성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이윤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핑게로 회사의 사명과 목적에 지속적으로 사망선고를 선언하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끝까지 버티라는 조언이다. 회사에 임원이 되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여성과 사회적 배경이 없는 후배들에게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권이 생긴다. 회사는 유리천정을 깨고 임원이 된 여성들을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라고 믿고 이들에게 특수 보너스 크레딧 (idiosyncratic credit)을 제공한다. 이 코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회사에 대한 건의와 불만을 이야기해도 회사는 문제로 삼기보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회사에 공헌한 댓가이다. 이 크레딧을 이용해서 자신이 여성임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불공정한 일들을 당했는지를 거론한다면 당연히 회사는 개선에 나선다. 반대로 이런 크레딧이 없는 사람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회사는 불평불만자로 낙인 찍는다. 임원이 되었다는 것은 유리천장의 불공정성을 개선해달라고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는 크레딧을 얻은 것이다. 자신의 희생적 노력으로 후배들을 위해 사다리를 만든 사람이 된 것이다.

CEO까지 버틸 수 있다면 회사의 문화와 일터라는 운동장을 설계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회사를 여성 남성을 떠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가며 일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CEO가 되었다는 것은 여성 남성이라는 성 범주를 초월해 자신을 포함한 종업원이 한 조직의 구성원이자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기여해서 회사의 미래에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은 것이다.

어렵더라도 여성들도 CEO가 될 때까지 리더로 버텨야 할 이유가 자신의 개인적 성취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시작한 사회적 배경이 없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연합해 이들 자신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존과 명예를 위해 버틴 사람을 회사의 CEO로 영입할 회사는 없다. 제대로 된 이유를 앞세워 CEO까지 올랐다면 여러분이 제대로 선승구전(先勝求戰)한 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