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는 LG 전자가 GD(특별관리대상) 채용 리스트를 관리해가며 정관계에 로비를 해왔음을 단독보도 하고 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LG 전자는 사업은 뒷전이고 그냥 사적 로비 단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 이상한 사실은 이런 비리를 밝혀내는데 혈안이 되어야 할 검찰이 무슨 일인지 LG를 두둔해가며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해온 정황도 드러난다. 자신의 정체성이 검찰인지 변호인인지 구분이 안된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대한민국 검찰이다. 공수처는 변호를 맡은 김앤장과 검찰이 어떤 공모를 하고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
리스트를 보면 지주사에서 전자로 직접 들어온 추천도 있고 이런 공개채용 이외 유력인사 가족배경을 가진 인물들에 대한 경력관리 명단도 있어서 충격이다. 이런 채용 비리가 LG 전자 단독으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풍긴다. 재벌기업 중 가장 점잖은 맏형 노릇을 해왔던 LG가 정관계 기득권 세력에 선택적 인화를 행하며 20/30 청년들과 국민들의 뒷통수를 친 것이다. LG의 그간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은 충격을 넘어 엽기적이다.
LG 전자의 이런 사회적 지도층에 대한 선택적 인화는 LG 전자가 강조해온 ESG의 S와 G에 대한 심각한 침해행위다. LG에 연줄이 닿아 있지 않은 평범한 가정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부모 찬스가 없는 일반 청년들은 LG에 들어가기 위해 이중잣대를 극복해야 했다. 대기업과의 사회적 연줄이 없는 소시민 가족의 일원이 LG가족이 되는데 차별대우를 받은 것이다. ESG의 S(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또한 가족으로 입사한 인원들에 대한 차별적 경력관리는 거버넌스에 대한 침해다. 회사 거버넌스 상 가족맴버에 일반공채로 입사한 사람들은 배제되고 있었다.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에게도 성골과 육두품이라는 선택적 인화가 적용되었음을 자백한 것이다.
구광모 회장이 미래를 제대로 읽어가며 모빌러티와 전장사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고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재벌 리더를 배출했다는 생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런 뉴스는 정말 LG 80년 역사의 치욕이다. 이번 건은 구광모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든 시기와는 겹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쓰나미 급 리스크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번 기회에 임직원들에게 LG의 철학으로 알려진 인화와 정도경영을 폐기처분할 것인지 가지고 갈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화와 정도경영의 진정성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면 아마도 오랜 기간 동안 혹독하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광모 회장은 뼈를 깍는 쇄신을 통해 LG 전자의 일탈이 LG 경영철학에 대한 Window Dressing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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