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의 요청으로 <열린 공감 TV>의 몇 차례 방송분을 보게되었다. 이 지인은 요즈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방송이 어떤 방송인지에 대해 나에게 제 삼자 의견을 요청했다. 평소 내가 아는 이분은 대부분의 유튜브 방송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진영논리를 떠나 상식적 생각을 가지고 자나깨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한민국 시민 중 한 분이다.

7월 초부터 이 방송에서는 소위 김건희 혹은 쥴리라고 칭해지는 여성을 집중취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 방송의 취재내용은 이 여성 개인과는 독립적으로 시대적 사건으로 발화되어 대한민국 검찰카르텔의 치부를 토해내고 있었다. 사건이 모두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그 뿌리가 큰 맥락을 배태하고 있을 때이다. 이 배태가 찢어짐이라는 균열을 보일 때 사건이된다.

열린공감 TV는 지금까지 무소불의의 기소권을 이용해서 대한민국 사건화를 결정하던 검찰의 카르텔에 도전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검찰의 기소권으로 사회적 사건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레거시가 아닌 초연결시대 인터넷 방송과 이 방송 시청자들의 집단지성을 동원한 탐사취재 방송도 어떤 이슈를 시대적 사건으로 발화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고 있었다.

이 TV의 지배인으로 등록된 강진구 기자는 경향신문의 현직 기자이다. 진보에 대한 믿음에 갇혀서 한 순간 무너진 한계례를 넘어서 우리시대 레거시 언론의 정론으로 자리메김한 경향신문의 현직기자가 방송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재미 있는 사실은 강진구 기자는 경향신문을 탈주해서 경향신문과 각을 세워 가면서 방송을 강행하고 있었다. 이 방송은 결론이 어떻게 끝나던지 같은 회사 안에서도 레거시와 뉴미디어가 충돌하는 사건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실제 이 방송의 자발적 실시간 시청률이 매 방송건마다 5만명을 육박하고 있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윤석렬 진영에서는 이 방송이 조국후원자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진영논리 매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강진구기자는 자신들은 이런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초월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유튜브 방송도 사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제삼의 뉴미디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송한다는 주장이다.

투명성이 극대화 되는 초연결 초지능 플랫폼 시대를 겨냥해 내세우는 미디어의 사명에 대해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으나 그럼에도 최근 방영된 양검사의 어머니와 인터뷰 과정을 보면 인터뷰 내용의 올고 그름을 떠나 이 방송이 취재윤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대해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안 미디어의 사명이 찌라시와 구별되는 의도를 담아 진정성을 소구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도 생겼다.

몇 편의 방송분을 통해 이 여성의 이름이 검찰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던 양재택 전검사, 윤석열 전총장 등 검찰의 핵심세력 뿐 아니라 SBS 전직 아나운서 및 방송계, 연예계 인물, 동양물산 회장, 도이취모터스 회장 등 쟁쟁한 재계 회장들의 이름과 같이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카르텔의 중심에는 르네상스 호텔의 설립자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이 있었다. 조남욱은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법대 출신이지만 법조계에 입문하지 못해 아버지가 설립한 삼부토건을 이어 받아 경영했다. 차떼기 뇌물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전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씨와 경기고 서울법대 동기 동창이다. 이회창씨는 충남 청양출신이고 조남옥 회장은 옆동네 부여출신이다. 윤석열과 양재혁은 조회장이 거느리고 있던 충청도 서울법대 검찰 카르텔의 마지막 끝물이다.

윤석열은 조남옥 회장의 아들뻘이다. 윤석열은 서울법대 후배이기도 하고 윤석렬 아버지의 고향도 조남욱 회장의 고향과 같은 부여이어서 지연 학연으로 엮인 핵인사로 거론되었다. 양재택씨도 대전고와 서울법대로 조남욱 회장과 충청도 지연과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김건희를 윤석열에게 소개시켜주었다는 무정스님은 조남옥 회장 옆에서 인물의 점과 관상을 봐주는 스님이다. 양재택 검사나 윤석열 검사가 검찰총장이 될 인물인지에 대한 조언도 이 스님의 관상 데이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상과 사주를 중시했던 이병철 회장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경기고 서울법대 학연, 충청도 지연, 혈연, 검찰, 성 상납, 건설 및 부동산 등 우리 시대의 치부를 모두 수렴시켜 만든 종합카르텔 세트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지우는데 성공해 잊혀졌던 게이트지만 윤석열 대선출마로 시대적 사건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소불의의 기소권으로 사건화를 결정하던 검찰의 영향력을 떠나서 대통령 후보의 검증차원에서 다시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모든 블랙코메디의 주연은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 김건희 모친 최은순이고 검찰, 양재택, 윤석열, 김건희는 조연이다. 아마도 게이트로 잊혀져 가던 과거가 심각하게 부활되는 모습을 보고 조남욱 회장과 인맥이 얽힌 검찰출신은 윤석열씨가 대선 레이스에서 물러나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식을 믿는 국민들은 검증과정에서 모든 것이 털려나올 때까지 윤석열씨가 사퇴하지 않고 벼텨주기를 기도할 것이다.

방송시청을 통해 얻은 김건희에 대한 내 개인적 인상은 니체, 닐케, 프로이드 등과 염문을 뿌렸던 루 살로메의 한국판으로 읽혔다. 루 살로메와 다른 점은 염문 대상이 당대 세상의 지평을 넓혔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철학자들이 아니라 권력과 재력을 가진 대한민국 숨은 실력자들이라는 점이다.

방송내용에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2010년 10월 1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아크로비스타 306호를 삼성에 전세주고 이 전세금을 받아 1704호로 이사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코바나컨텐츠라는 김건희가 운영하던 전시기획사에 대한 취재에서도 거론되었다. 최재내용을 보면 삼성전자 정도의 후원이 없다면 코바나컨텐츠라는 개인회사가 2조가 넘는 가치를 가진 미국 색면추상 예술의 거장 마크 로스코 기획전을 유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과는 별도로 2008년 이름을 김명신에서 김건희로 바꾼 것도 관심거리였다. 2015년 초 동아비즈리뷰와의 코바타컨텐츠의 대표자격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이건희 회장이 평소 생각하는 일류와 문화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빙의하듯한 내용이 나온다. 삼성전자로부터 물질적으로 후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김건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정신적 후원자로 추종한 것에는 어느 정도 심증이 갔다.

진리에 대해 누구보다 제대로 된 개념을 설파하는 포스트 모던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이런 문화의 탈을 쓰고 나타나는 권력과 돈의 세탁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바디우는 우리가 정신을 놓고 있으면 예술은 권력이나 재력과 결탁해 문화라는 탈을 쓰고 우리 정신에 타락의 휘오리 바람을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바디우가 추적한 역사를 보면 예술은 이들 검은 세력의 마지막 도피처이고 이들이 검은 권력과 추한 돈을 세탁하는 도구가 예술이다. 이들은 고가의 예술 작품 속에 은밀하게 숨어 살지만 가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디우는 이들이 자신들의 세탁과 도피를 정당화하기 위해 세상에 쓰고 나오는 가면이 문화라고 규정한다. 이들에 의해 오염된 문화는 그만큼 위험하다고 본 것이다. 최근에는 쥴리를 풍자하는 벽화를 놓고 뱅시가 나타난 것이 아니냐고 칭송하는 사람과 여성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맞서서 싸우고 있다.

쥴리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당사자들과는 독립적으로 시대적 사건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토해내고 있다. 이런 논란들이 과거 어두운 시대를 상징했던 마지막 고별 무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이런 학연, 혈연, 지연, 검찰 카르텔 세력들의 블랙코메디가 대한민국에 더 이상 상연되는 불행이 없었으면 한다.

검찰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대한민국의 사건화를 누가 결정하는지에 관한 이슈이다. 사건화를 검찰에게 모두 위임한 것이 문제였다. 기소권이라는 이름으로 검찰만이 사건화를 독점할 수 있었다. 이 결과 검경, 검언 등 권력, 돈, 성과 관련된 검은 카르텔이 검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검찰개혁이란 이 사건화를 주체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운동이다.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검찰개혁이 시급하게 완성되어 사건화의 진정한 주체는 오직 국민에게 있음을 각성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S: 포스터는 김건희씨가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기획했던 마크 로스코 포스터와 DBR(2015년 3월) 에서 실은 인터뷰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