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driver)는 그냥 운전사나 골프의 드라이버처럼 앞에서 방향을 잡아서 비거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동기유인이 드라이버이다. 반면 강화요인(reinforcer)는 등 뒤에서 밀어주는 동기유인이다.

한국의 많은 회사에서 고과나, 승진, 인센티브 등 HR을 강화요인이 아니라 드라이브로 디커플링 시키는 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HR 고기덩어리를 앞에다 걸어놓고 구성원들에게 열심히 뛰면 이것을 따먹을 수 있으니 한번 열심히 뛰어보라고 강요하는 방식이다. 한국 HR의 문제는 드라이버와 강화요인 사이의 디커플링에서 시작된다.

HR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지점은 종업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조직이 달성해야 할 비전과 사명에 가까워지는 성장체험을 진짜 드라이버로 받아들일 때이다. 성장체험이 달성되었을 때 얻어지는 결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나 공정한 보상을 회사가 HR을 통해 제대로된 강화요인으로 설정할 때 선순환은 완성된다. 즉 조직이 설정한 목적과 비전을 달성했을 때 이것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제공해줌에 의해서 구성원들이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게 하는 동기유인이 강화요인이다. 즉 구성원의 등을 밀어주는 유인으로 사용해야 HR을 강화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비전과 목적에 따라 KPI를 설정해도 종업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KPI 설계도 결국은 회사의 비전과 목적을 죽이는 도구로 전락한다. 종업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적에 대한 개인적 믿음이 없는 회사에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염두에 두고 KPI가 드라이버로 설계되고 평가와 보상이 강화요인으로 설계되어도 이것은 회사에서 설계한 순진한 의도에 불과하다. 일단 개인에게 할당되면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KPI와 연동해 개인이 달성해서 얻어내야 할 평가와 보상이 목적이 된다. 회사가 이야기한 비전과 전략은 잊혀진다. 평가와 보상이 드라이버로 전치된 것이다. 개인들은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해치는 방향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설정된 KPI를 달성한다.

요즈음 구글 등에서 사용했다고 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OKRs도 같은 운명이다. KPI 철학의 문제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측정해서 KPI를 할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설계해서 작동될 때 가장 큰 문제는 회사를 과거지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회사에서 미래를 대비해가며 종업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해야할 일에 KPI가 있을 수 없고 KPI가 없어서 평가 보상이 없는 일을 해야할 인센티브도 없다. 이런 회사의 종업원들은 회사가 조경에 투자하는 것에도 딴지를 건다. 자신의 KPI에 보상으로 배분되어야 할 돈이 엉뚱한 곳에서 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OKRs의 의도는 모든 것을 측정해서 관리해야한다는 KPI 철학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모든 것에 KPI를 붙이지 말고 정말로 중요한 과감한 과제에만 KPI를 붙여서 명확한 Objective와 중요한 Results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종업원이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 믿음이 없다면 OKR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KPI 범위만 축소되어 집중해야 할 타겟만 명확히 한 것이지 이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설계되어 개인과 집단에 할당되면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OKR이 달성자체가 드라이버가 아니라 달성했을 때 돌아오는 개인과 집단에 돌아오는 평가와 보상이 드라이버로 작동된다. 종업원이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 믿음이 없는 회사에서 OKR을 하던 KPI를 하던 결과는 마찬가지다. 무슨 HR을 하던 작동되는 회사는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과 목적에 대해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런 회사에서는 HR을 벤치마킹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 회사 비전과 목적에 고유하게 정렬된 자신들만의 HR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선진기업에서 수평적 문화를 만든다고 호칭을 변경해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동료나 상사를 님으로 부르기로 했는데 안 부르게 된다면 회사는 인사고과를 통해 제재를 가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수평적 문화 때문에 동료와 상사를 님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님으로 부르는 것에 선듯 동의하지 못해도 인사고과에서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님으로 부를 것이다. 드라이버로 계획되었던 수평적 문화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인사고과의 불이익이 드라이버로 설정된 것이다.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 님으로 부르라고 했는데 님으로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상사와 만나는 자리자체를 피해 결국 소통자체를 더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임원할당제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에 여성등기임원을 할당해야 한다. 이 조항을 지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제 여성 등기임원은 법 통과 이전인 2019년 31명에서 올해 97명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상장사 중 여성등기임원이 아니라 여성임원이 없는 기업의 비율도 63.7%다. 이런 정책의 드라이버로 계획된 것은 여성임원비율 향상을 통해 HR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성다양성보다는 이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오는 평가와 재재가 더 큰 관심이다. 재재를 피하기 위해 여성을 임원으로 키우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기보다는 준비가 안된 여성을 이사회 맴버로 승진시켜 숫자를 채워넣기에 바쁘다. 이렇게 할당제로 임용된 여성임원들은 아무리 개인적 능력이 뛰어나도 능력도 안되는데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집단적 낙인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단적 낙인 하에서 이 여성임원이 남성임원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과를 못내면 임원의 성다양성이 오히려 기업의 성과를 좀 먹는다는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낸다. 여성과 남성이 협업을 통해 조직의 목적과 비전을 달성하는 파트너라는 믿음이 결여된 기업은 여성임원이 아무리 많아도 100% 이런 잘못된 신화의 희생물이 된다.

왜 한국기업의 HR에서 이런 우를 자주 범하는 것일까?

그 첫째 이유는 회사 경영자들의 스스로 회사의 목적이나 비전에 대한 믿음보다는 단기적 성과지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다 고깃덩어리를 걸어놓고 복걸복으로 경주를 시키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오는 것처럼 보여도 두 번째부터는 한계효용이 급격히 떨어져서 구성원들을 탈진시킨다. 본인의 임무가 회사의 목적과 비전을 실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임기 중에 성과를 내야 생존하는 CEO의 평가와 보상체계가 드라이브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경영진이 믿음이 없으니 당연히 종업원도 회사에서 드라이버로 사용할 수 있는 사명, 비전, 가치 등에 대한 믿음이 없다.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사명과 가치 등이 현란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이것을 기억하는 종업원들은 많지 않다. 당연히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지도 않는다. 회사의 목적이나 비전은 그냥 고객에게 포장하기 위한 것이고 자신의 목적은 최단 시간내에 가장 효율적으로 KPI나 OKR을 달성하여 생존하는 것이다.

목적과 비전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들이 아무리 정교하게 HR을 설계해도 같은 운명이다. 목적과 비전에 대한 드라이버가 없는 상태에서 HR을 강화요인이 아니라 드라이버로 걸고 일을 하게 되면 회사는 지속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빈곤의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회사는 밑 빠진 독이 된다.

사람들을 목적이나 가치를 드라이버로 설정해 이의 실현을 위해서 성장체험을 할 수 있을 때 일에 몰입한다. 요즈음 회사에서 종업원 체험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지만 종업원 체험에 성장체험이라는 종업원 체험이 없다. 체험의 다양성만 늘리는 경향이 눈에 거슬린다. 종업원체험의 본질은 회사가 설정한 사명과 목적을 달성했더니 자신도 전문가로 성장하는 성장체험이다. 이런 성장체험의 본질을 구현하지 못하는 어떤 HR도 다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성장체험이 드라이버로 작동하고 성장체험을 통해 성과를 냈을 때 이것을 공정하게 평가 보상하여 격려할 때 HR은 강화제로 선순환 효과를 달성한다.

선순환의 고리가 제대로 작동이 된다면 설정한 목적과 가치에 점점 다가가 전문가가 되는 성장체험을 하게되고 이 성장체험이 다시 목적과 가치를 자발적으로 달성하려는 노력을 불태우는 내적 동기로 작용한다. 내적동기란 일에 대한 에너지가 스스로 충전되는 상태를 말한다. 에너지가 저절로 충전될 정도로 집중해서 일을 할 경우 성과가 안 나올수가 없다. 이렇게 달성한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해서 보상해주면 외재적 에너지를 얻는다. 종업원들은 성장체험이란 내재적 에너지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다 경제적 보상까지 덤으로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일하는 회사가 잘 안 돌아갈리가 없다.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ESG도 마찬가지다. ESG은 환경과의 공존, 경쟁자 고객을 포함한 사회적 구성원들과 공생, 경영진과 종업원이 공영하는 가치와 목적을 세우고 이것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게 비즈니스의 라이센스를 우선으로 부여하자는 것이다. HR이 회사의 목적과 사명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ESG에 대한 HR의 기여도 결국은 목적보다는 이와 관련된 보상평가의 노예로 이용되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디커플링될 것이다. 구성원이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 대한 믿음이 있는 회사들만이 ESG를 지금처럼 위기관리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회사의 약속인 목적과 비전을 실현해 미래를 선점하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HR을 통해 ESG을 위기관리가 아닌 기회로 동원하는 회사들만이 ESG에 대한 구성원의 몰입을 동원해 결국은 회사가 열망하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것이다.

HR이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경영진이 세워놓은 회사 전략의 도구로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설정한 목적과 비전에 기여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진에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고객이나 사회에 약속한 목적이 달성된 미래를 만드는 일에 파트너가 되는 것이 HR 전략적 파트너의 진짜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