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협동(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을 구별하지 않고 쓰지만 안타깝게도 협동이 조직과 사회를 정치 집단으로 갈기갈기 찢어서 소통을 막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많은 학문적 연구에서도 역설적으로 조직과 사회에서 맹목적 협동에 대한 강요는 구성원 간 소통 뿐 아니라 신뢰와 화합을 해치는 일에 기여한다.

협동이란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유자원을 이용해서 서로 돕는 행위를 의미한다. 협동을 움직이는 근원적 동기는 자신의 이해관심을 충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심을 총족시킬 수 없다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않는다. 자신의 이득과 상관없이 상대를 돕는 행위는 자선이지 협동은 아니다.

한 조직이 비슷한 처지와 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면 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돕는 협동행위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과 사회는 처지가 다르고 파워나 직책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양극화 되어 있다. 구성원들 사이에 권한의 차이로 약자와 강자로 나눠져 있을 때 이들 사이에 협동은 조직을 힘과 정치조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는 원흉이다. 협동은 말은 좋아보여도 회사에 사일로를 만드는 숨겨진 기제이다.

협업(Collaboration)이란 협동과 달리 서로가 미래를 공유한다는 공동운명을 공유하고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개인의 이득을 초월할 때 가능하다. 미래를 위한 공동 목적을 위해 각자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기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더 잘 준비했다는 성장체험 때문에 참여한 구성원에 대해 신뢰하고 화합하는 시민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협업을 넘어서 협동이 조직을 움직이는 기제로 작동하는 이유는 조직에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목적은 있어도 구성원들이 이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공동의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쎈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연대해서 살아 남아야 한다.

조직의 목적이 조직을 지배하는 핵심 거버넌스로 작동할 때 조직은 수평조직이 되기도 하고 부서간 경계도 사라지는 무경계조직이 된다. 조직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는데 모든 구성원이 몰입하고 있을 때는 수직적 계층은 소통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목적 실현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계층의 경계를 넘어 유능한 사람들이 추천되고 동원되어 계층을 넘어 경영진과 현업 전문가의 활발한 토의가 가능해진다. 부서간 수평적 소통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약속한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만 목적이 만들어낸 사명의 울타리를 중심으로 필요한 기능들이 자기 밥그릇 따지지 않고 머리를 맞댄다. 부서와 부서 사이에 존재하는 수평적 벽이 사라지는 이유도 바로 목적이 부서간 벽보다 더 큰 사명의 울타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부서에 갇혀 지내던 사람들이 이 울타리 안에서 벽을 부수고 목적을 실현하는 협업의 운동장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부서간 수평적 소통에 문제가 없다.

교회조직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약속한 사명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면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직분과 기능을 넘어서 협업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목회자나, 장로, 권사, 직분자 중심으로 협동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져가며 정치화된다. 교회이기 때문에 젊잖게 정치화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치화되어 쪼개지는 원리는 같다. 교회가 정치화되어 쪼개지면 목회자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때문에 교회를 다닌다고 선언하는 평신도들이 많아진다. 이런 신자들이 생긴다는 것은 교회가 더 이상 목적을 중심으로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초우량기업과 성숙한 사회에서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원리는 바로 협업이다. 이들은 서로가 공유하는 공동의 존재이유를 각성하고 이 존재이유인 목적을 실현해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서 기여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미래를 먼저 선점한다. 이들 사회나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평소 화합과 유대를 느끼는 것은 협업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협업이 제대로 가동되면 구성원들은 미래를 향한 성장체험을 하게된다. 이 성장체험을 일으킨 협업에 파트너로 참여한 구성원들간에 유대가 돈독해진다. 또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히 협동한다. 협업을 통해 협동의 선순환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 수평적, 수직적 소통에 문제가 생길리 없다.

조직이 소통이 잘되는 수평적 조직이 되는 것은 조직이 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을 달성하는 일에 협업이 가동될 때이다. 이런 목적과 협업의 원리가 없는 기업이 소통을 늘리게 위해 계층 수를 줄이거나 님으로 부르라고 강요해도 절대로 수평조직이 될 수 없다. 심지어 계층간의 벽도 없고, 부서간의 벽도 없을 뿐 아니라, 고객과의 벽도 없는 조직을 칭하는 무경계조직은 목적을 통해 만들어진 사명의 울타리와, 협업의 운동장 없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목적을 상실한 사회에서 신뢰를 위한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강조는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자신들이 믿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혈연, 지연, 학연을 결성하도록 촉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학연, 지연, 혈연의 좁은 감옥을 튀쳐나올 수 있는 것은 더 큰 공동목적을 위한 협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뭉친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 자본인 협동의 카르텔은 비리와 부패를 키우는 일에 더 기여한다. 이런 카르텔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 카르텔을 벗어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해관심을 철저히 숨겨가면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한치의 진솔한 소통도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