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리더의 정체성을 찾고 구현하는 진성리더(Authentic Leaders)들은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보편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진성리더들에게 진실(眞實)은 리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현실에서 참으로(眞) 실현된 것(實)을 의미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진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복제되고 채용되어 뉴노멀이 된 상태를 진리(眞理)라고 규정한다. 변화에 대한 약속은 모두 실현될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모든 진리는 차연된 즉 연기된 상태이다.

진실과 진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에 대한 약속과 이 약속의 실현을 의미하기 때문에 변화를 함축한다. 진성리더들은 진실과 진리를 변화하지 않는 어떤 보편성으로 규정하는 플라톤식 이데아론을 배격한다.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하고 생성하지 않는 고정된 것 속에서는 진실이나 진리가 없다.

진성리더들이 변화를 위해 쓰는 전략은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다. 변화의 목적에 대한 믿음에 있어서는 굳건하고 강건함을 유지하지만 변화에 도달하는 방식은 거북이처럼 씨앗이 땅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한다. 변화를 완성하는 거북이 방식을 위해서 가능한 모든 행동과학의 지식을 동원한다.

급진적 거북이 방식과 반대되는 방식은 십자군 전쟁방식이다. 십자군 전쟁이란 힘으로 상대가 가진 생각들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실제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십자군 전쟁방식을 모방한다. 이것이 바로 바위에 계란던지기 방식이다. 결국 몇 번 계란이 되어 바위에 부딪쳐보지만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만 망가지고 물러난다.

진성리더들이 변화를 수행하는 방식은 다르다. 세상이 변화했는데 오랫동안 바위로 지냈다는 것은 세상의 압력에 견디지 못해 바위에 균열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균열은 변화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흔적이다. 균열이 없는 바위는 없다. 진성리더들은 바위에 균열을 찾아서 여기에 미래 세상에 대한 약속, 즉 목적의 씨앗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작한다. 바위의 반격 때문에 종종 알아차리지 못하게 숨은 결사대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변화는 다 균열 사건을 통해서 진행된다. 바위에 틈을 발견한 것도 사건이고, 이 틈에 씨앗이 끼워넣어질 수 있는 씨앗을 만든 것도 사건이고, 씨앗을 끼워넣어 이 발아시키는 것도 사건이다. 묘목으로 자라는 것도 사건이고, 여기에 꽃이 피는 것도 사건이고, 열매를 맺는 것도 사건이다.

급진적 거북이가 피해야 할 태도는 과실편향성이다. 과실편향성은마지막 열매를 맺는 것만 사건으로 규정하는 성향이다. 열매사건이 전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없이 열매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찾아다니는 것이 기적이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는 사건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건은 순리대로 발생하지 기적의 형태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련의 사건들의 발현에 대해 비전을 잃은 사람들이 마지막 열매만 보고 이것을 기적이라고 잘못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예수가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만들고 나병환자를 고쳐주며 당부한 이야기도 기적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버리라는 것이다. 기적이 아니라 네 자신에 대한 너의 믿음이 너를 일으켜 세우고 병을 고쳤다는 점을 가르쳤다. 세상의 변화와 생성에 기적은 없다.

바위의 균열을 발견하고 즐탁동시하는 심정으로 목적의 씨앗을 끼워넣었을 때 바위가 주체적으로 반응하여 균열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 균열사건은 각성사건이 된다. 각성사건이란 스스로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균열을 체험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병아리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어미닭이 먼저 균열을 내는 방식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다. 자신의 알이 깨지는 각성사건을 스스로가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부화된 병아리는 금방 죽는다. 모든 각성사건은 자기조직적으로 발현된다. 전두환이 일으켰던 국풍이나 박정희시절 한강백사장에서 김일성 생일잔치할 것이라는 사건 모두는 각성사건이라기보다는 생긴 바위균열의 틈이 갈라지지 않도록 석회를 바르는 밀봉사건이었다.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준 광화문 촛불사건이 사회적 운동으로 발화되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알을 깨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다 병아리들의 각성을 통한 자기조직적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바위처럼 단단해보여도 역설적으로 가까이서 보면 균열투성이다. 진성리더가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은 이 균열을 찾아서 목적의 씨앗을 뿌려 즐탁동시하는 방식이다. 알 속에 갇혀 살던 사람들이 각성사건을 체험하게 도와주는 방식이다. 진성리더의 진정성 때문에 바위처럼 단단해진 마음이 씨앗을 뱉어내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에 받아들이는 사건이 각성사건이다. 진성리더가 변화를 이르키는 방식은 이 각성사건에 개입을 통해서이다.

우리 삶에서 각성사건들을 포함해 오랫동안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내 마음이 이미 바윗덩어리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꺼운 알 속에서 오랫동안 갇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가 균열 사건을 만들어내는 개입에 성공하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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