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8-19 13:41
[N.Learning] 대한민국에 날아든 부고장 청년의 죽음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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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날아든 부고장
청년의 죽음
지난 광복절을 기해 일본과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비교하는 신문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스위스 IMD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 의하면 1995년에는 일본이 4위 한국이 25위로 일본은 넘사벽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발표를 보면 일본은 25위인 반면 한국은 23위라고 추겨세운다. 기사의 논조는 한국이 드디어 일본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드라마틱하게 이런 기사를 815광복절에 맞춰 썼다. 기사는 한국이 드디어 해방을 넘어 일본을 이겼으니 815 광복절을 기념해 승리를 자축하자는 논조다.
이 국풍울 주도한 기관이 어딘지를 추적해보니 역시 나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전경련이다. 전경련은 초연결 디지털 시대로 시대가 오래전에 전환되었음에도 여전히 국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국풍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몇 안되는 기관이다. 더 큰 문제는 전경련이 주도하는 국풍을 아무 생각없이 815를 기념하는 기사로 받아 적는 매체들이다. 요즈음 기자들은 스스로 생각해가며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냥 불러주는대로 적을 뿐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다.
순위자체로 보면 한국이 일본을 제친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의 순위다. 한국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순위가 25위에서 23위로 같다. 전경련은 815를 기념해 한국의 대기업들이 수행하고 있는 국뽕을 체험하도록 자료를 뿌렸겠지만 내가 이 기사를 통해 읽는 바는 한국의 일본화이다. 한국도 지금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괘적을 걷고 있다는 경고이다.
일본은 1990년 초에서 시작한 잃어버린 30년의 고통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30년의 증상이 나타난 것은 부동산, 주식 등의 투기에서 였다. 거품은 실물경기와 유가증권 가치의 차이를 의미한다. 실물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어 부동산과 주식에 개인 투기자들의 자금이 몰린다. 버블의 시작은 언제나 부동산과 주식이다. 실물경기의 추동력이 떨어져 결국 부동산과 주식 가치가 폭락하는 붕괴로 이어졌다. 여기에 자민당이 이끄는 일본 보수 정치의 무능이 일본 국민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폭파시켰다.
부동산, 주식, 거래비용에서의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잘못된 방식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문제를 실물경기나 땀을 흘리는 노고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결과값에 대해 즉시적 확인이 가능한 부동산 투자나, 가상화폐, 일확천금 복권에 목숨을 건다. 결국 이런 잘못된 미래에 대한 투기가 누적되어 개인들이 투기에 동원한 부채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필연적으로 거품이 꺼진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부동산, 주식, 국가부채의 핵폭탄이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다. 금리는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상투를 잡는 사람들은 빚내서 영끌한 개인투자자들이다. 국가부도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청년들을 일컬어 "사토리"라고 칭한다. 사토리란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는 뜻이다. 욕구나 욕망을 포기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져버렸기 때문에 큰 불만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청년들은 오래 전부터 희망고문도 포기하고 체념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들이 역설적으로 행복한 이유는 미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널드에 가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갈 곳이 없는 젊은이들이 빅맥과 콜라를 시켜놓고 졸고 있는 장면을 쉽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쫓겨나지 않고 햄버거와 소다와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소확행이다. 실제 이들에게 현재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은 만족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일본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직장생활에 만족하는지의 질문을 던진 연구들을 보면 이들은 한국여성들보다 더 만족한다는 답변이 나온다. 직장에서의 남녀가 평등해지는 것을 오래 전에 포기했기 때문에 생긴 무서운 답변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잃었을 때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고민해가며 푸는 것을 포기한다. 땀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원인의 수준이 아니라 고식적이고 결과의 수준에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재 속에서 씨를 뿌리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결과수준에서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한다. 복권당첨금이 걸린 부동산, 주식, 채권, 가상화폐 등이 대상이다. 땀을 흘려 만들 수 있는 미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결과에 대한 과실편향성은 이들을 공정성 이슈에 최고로 민감한 세력으로 만든다. 이들의 공정성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려는 이타적 의도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불공정성 때문에 조금이라도 손해볼 수 없다는 이기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가진 것도 없는데 지금 결과물을 조금이라도 더 빼앗기지 않으려는 소아적 방어본능이다. 공정성은 모든 것의 가격은 알고 있으나 미래의 가치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미래에 대한 냉소주의다.
모든 것을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수준에서 판단하는 편향인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에 젊은이들이 몰입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공정성 이슈가 국가의 핵심적 어젠다로 등장했다는 것은 청년들이 이미 미래를 상실했다는 증거다. 자신이 일인칭이 되어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씨를 뿌리고 과수로 땀흘려 키워내는 청년정신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생전에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일관되게 경고했다. 청년들의 생각이 나라 미래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대한민국 미래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자산이고 동력이다. 이들이 청년정신을 잃었다는 것은 나라의 부고장이다.
대한민국이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30년의 쳇바퀴를 따라 돌리는 일본화를 경험할 것인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선진국가로 나설 것인지는 청년들의 청년정신을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달려 있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의 청년에게 부고장을 날려가며 대한민국의 일본화를 이끈 장본인들은 기성 정치가들이다. 대한민국이 일본화되는 전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국민 모두가 나서서 청년정신의 부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 실마리는 지금까지 성장의 과실을 많이 얻은 기득권을 획득한 사람들이 솔선수범해가며 자신의 현재를 리셋할 수 있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고식적인 방식으로 문제가 터지면 난리 법석을 쳐가며 반응적으로 해결하는 꼰대 방식을 답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전경련이나 전경련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이 이끄는 국풍이 아니라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청년정신의 회복이다. 청년정신의 회복은 국가전체의 명운이 달린 과제이다. 국풍에 도취되어 국뽕을 맞은 정신으로는 청년정신을 회복할 수 없다. 국뽕에서 깨어나 국민 모두가 죽을 힘을 다해 대한민국이 일본화되는 전철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