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에너지의 레거시 회사인 BP(British Petroleum)와 MS는 세상의 공적으로 규정될 만큼 논란이 컸던 회사들이다.

BP는 액슨 모빌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회사이다. 석유를 채취해서 사업하는 레거시 에너지 회사는 석탄을 판매가공하는 회사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주범일 뿐 아니라 이런 회사가 일으키는 사고는 지구를 단시간내에 초토화시킨다. 실제로 BP는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석유시추시설이 폭파되어 5개월동안 대략 7억 7천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고를 일으켰다.

MS도 마찬가지다. MS의 소프트웨어 제품은 개별제품으로 살 수가 없다. 번들로 묶어서 팔기 때문에 개별 제품에 기술적 수월성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최악의 독과점 회사였다. 실재로 엄청난 재무재표상의 이윤을 달성했어도 MS는 모두의 공공의 적이었고 사라져 가는 별똥별이었다. 이들 회사의 화려한 재무재표는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 따라오는 어두운 암운의 전조였다.

재무재표 상으로는 건강해보였지만 회사의 암덩어리는 자랄대로 자라서 폭팔하기 직전에 이르른 이런 회사들이 어떻게 부활했을까? 이 회사들은 불꽃이 꺼져가기 직전에 있던 대표적 회사의 전형이었다.

꺼져가는 불꽃을 살려낸 사람들로 거론되는 것이 BP의 CEO Bernard Looney과 MS의 Satyanarayana Nadella다. 이들이 불꽃을 살려낸 비결은 회사의 목적에 대한 재개념화를 통해서이다.

BP의 루니는 회사의 사명을 세상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의 불명예를 벗어나는 것으로 규정했다. 회사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애너지 개념을 재개념화 하는 회사 Reimagine the Energy"로 개정했고 회사의 슬로건도 "석유를 넘어서 Beyond Petroleum"으로 바꿨다. 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이 목적을 5P(People, Product, Process, Performance, Position) 속에 끼워넣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목적의 불씨가 실제 다시 살아나자 회사도 더 건강한 회사로 기사회생했다.

MS의 나델라가 불꽃을 살려내기 위해 한 작업은 "원점으로 Hit Refresh"를 통해서다. Hit Refresh는 코딩 작업자들이 코딩한 것이 작동이 안될 때 이전에 작동한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작업을 시작하는것을 의미한다. MS는 Apple과 더불어 IBM의 하청회사로 시작한 회사이다. IBM이 골리앗이라면 Apple이나 MS는 다윗이었다. 지금은 이들 다윗들이 골리앗으로 변한 셈이다. 나델라의 Hit Refresh는 힘없는 다윗이었을 때의 MS가 지녔던 초심이었던 청년정신을 살려내는 운동이다. 결국 초심을 살려내자는 불꽃 살려내기 운동의 진정성이 빌 게이츠를 비롯한 MS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MS 불꽃이 살려내져 MS가 기사회생한 기적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 리더의 역할은 변화의 회오리 바람으로 인해 꺼질 수 있는 불꽃을 지키는 Fire Watcher이자 Fire Maker다. 오히려 외부의 바람을 이용해 모닥불을 키워나가는 임무가 리더의 책무다. 종업원 마음에 불꽃이 꺼져 있거나 고객의 마음 속에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면 어느 순간 이 회사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빛이 되던지 소금이 되던지 둘 중 하나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중 기업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빛을 역할이다. 빛의 역할을 상실한 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 리더는 바람의 방향을 지켜봐가며 불꽃을 지켜내야 한다.

루소는 인류 문화가 시작된 기원을 밤에 사람들이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둘러 앉아서 서로의 등을 지켜 주어가며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에서 찾았다.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울타리 개념과 이 울타리 안에서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모닥불이 문화의 시작이었다. 이 모닥불이 전수되어 수증기의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의 불꽃을 만들었고, 지금은 이 불이 다시 반도체의 불로 진화해서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애초 불이 없었다면 지금의 문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루소가 이야기한 울타리와 모닥불 원리는 현대의 문화와 조직원리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울타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모닥불이 살려져 있어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울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일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원리는 회사의 모닥불이 경영진, 종업원, 고객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도 살려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창한다.

21세기 리더가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재무재표나 단기적 성과에 모든 것을 경주하다 스스로의 모닥불을 꺼트리는 우다. 재무재표나 단기적 목표를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들은 경영의 기본이고 이것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모닥불이다. 재무재표가 건전하다는 것은 모닥불을 만들 나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이것에 불이 붙어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은 오직 회사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아무리 재무재표가 건전해도 목적에 대한 각성이 없다면 불을 만드는 책무를 달성하지 못한다. 모닥불을 살려내는 사람이 제대로 된 21세기 리더다.

리더라면 스스로가 이런 모닥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같이 협업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에게 이런 모닥불을 나눠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 모닥불을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현재 아무리 튼튼한 재무적 건전성을 가지고 있어도 관료제화 된 회사는 불이 꺼진 대표적 회사다. 이런 회사가 홈페이지에는 거창하게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것처럼 가장해도 회사가 약속한 사명과 목적이 구성원들 마음 속에 모닥불로 피워져 있지 않는다. 이 회사는 불이 꺼진 회사이기 때문이다. 불이 꺼져 있음에도 살아남기 위해 고객과 주주에게 불이 있다는 것을 연기하는 회사이다. 이들 고객과 주주는 불이 가짜 불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회사에서 발을 뺄 것이다. 자신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했던 재무적 건전성도 결국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지만 이미 꺼진 불을 되살리기에는 시점을 놓쳤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모닥불은 역풍이 불면 들불이 된다. 혼자 가지고 있는 모닥불은 큰 바람이 불면 꺼지지만 회사 안 여기저기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을 때 큰 외풍이 불면 이 불들이 모여져 들불로 진화한다. 리더 혼자서 들불을 만들 수는 없다. 큰 들불은 항상 협업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내 마음 속 존재이유를 구성하는 목적과 사명이 나에게 스파크를 일으켜서 모닥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 리더로서 준비가 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리더란 목적과 사명으로 모닥불이 만들어져서 마음이 뜨거운 사람을 지칭한다. 이 모닥불을 구성원들에게 나눠주어 구성원 마음 속에도 모닥불이 피워져 있지 않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리더는 이런 모닥불을 지키고 키워 횃불로 만들고 이 횃불을 후세에게 성공적으로 넘겨주어야 리더로서의 책무를 완성한 것이다.

리더란 리더가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더 따뜻해지는 것을 사람들에게 체험하게 한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이 살려낸 모닥불과 이 모닥불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된 덕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