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HR 담당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용어 중 하나는 규레이터이다. "HR 담당자는 종업원들에게 이들의 경력이나 하는 일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잘 선별해서 이들에게 제공하는 규레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규레이터의 어원은 Cure(치료)이다. 규레이터의 원래 의미는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몸의 상처도 영혼의 상처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규레이터는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환자를 고친 예수도 규레이터였다. 이런 전통이 이어져 중세 때에는 사제들이 자신이 돌보는 마을에 병자가 생기면 이들을 찾아가 위로해주고 낫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다. 이런 사제들을 규레이터라고 불렀다. 하지만 사제가 의료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기술이 발달하자 사제들의 규레이터 기능은 이런 교회가 이런 목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약과 환자들을 선별하고 관리하는 기능으로 축소되었다. 고전적 의미에서 기술자라고 하면 철학과 기술을 다 가진 장인을 의미했다. 기술이 발달하자 기술자라는 의미에서 철학은 사라지고 기술만 강조하는 달인이라는 의미로 축소되어 사용되고 있는 원리와 같다.

아무튼 지금은 규레이터라고 하면 영혼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보호해주고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치료를 실행하기 위해 쓰이는 것들을 선별, 선택, 관리하여 제공하는 직업의 의미가 강하다. 특히 미술관에서 규레이터는 미술작품을 잘 관리하고, 관객의 요구를 파악해 작품을 선별하고 선택해 제공하는 사람이다.

교육의 맥락에서 규레이터 역할은 종업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선별해서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도 교육 담당자가 강사를 초대하고 섭외하는 과정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섭외된 강사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게 규레이션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회사에서도 검증된 유명강사 중심으로 선별하다보니 규레이션이라기보다는 회사의 고유한 문화를 물타기 하는데 기여했다. 이것은 규레이션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규레이션 임무를 방기한 행동이었다.

이런 와중 교육담당자의 규레이터로서의 진정한 역할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이유는 마이크로 러닝이 지배적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컨텐츠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러닝 환경에 노출된 종업원에게는 넘쳐나는 내용 중 어떤 것을 선택하여 수강해야 하는지가 고통이다. 종업원들은 교육 컨텐츠들이 너무 넘쳐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있고 실제로 이들이 선택하는 태반은 내용이 없다. 내용이 없는 교육 컨텐츠의 제목 등에 끌려 필요없는 교육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고통이다. 교육담당자들이 종업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선별해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HR 규레이터의 핵심 역할이다.

본인은 HR 규레이터의 역할은 이런 소극적 역할을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HR은 구성원들의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살려내고 지켜내는 Fire Watch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Fire Watcher가 되어 종업원들 마음 속에 꺼져가는 열정의 불씨가 살려내는 일이 HR의 핵심 책무다. 열정의 불씨가 살아나서 종업원들이 열의를 회복할 때 자신의 전문성을 위한 공부의 불씨도 살려낼 수 있고 회사일도 열정적이 된다.

종업원들 마음 속 열정의 불꽃은 이들이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만 발화된다. 따라서 규레이터로서 HR 담당자들은 교육내용 중 회사의 사명이나 목적과 관련된 내용을 기본적으로 날줄로 규레이션해서 제공하고 구성원이 자신의 전문성과 관련한 내용들을 씨줄로 선택해서 자신만의 태피스트리를 구성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규레이터로서의 책무는 HR이 구성원 개개인이 겪고 있는 성장에 대한 고통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요즈음은 피플스 어낼리틱스가 발전해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런 종업원 개개인이 가진 학습과 성장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의 사명과 목적에 관한 날줄과 이것을 자신의 직무를 통해서 실현해낼 수 있는 씨줄들을 결합한 테피스트리를 제대로 규레이션해낼 수 있는지가 HR의 과제다.

HR이 제대로 규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아마도 HR 때문에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이 치료되었다고 고백하는 종업원들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감동적 이야기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잘못된 성장통 때문에 상처를 받은 종업원들의 상처를 제대로 돌봐주고 고쳐주었기 때문에 듣게된 찬사일 것이다.

HR 담당자가 회사 내에서 이런 역할과 책무를 최소한만 수행해도 HR은 지금의 정보경찰 부서의 불명예를 씻고 가장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울림을 만드는 부서로 회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