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매체나 책을 통해 컴패션 경영에 대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본다. 요즈음에는 링키드인의 와인너, 홀후드의 창립자 맥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시소디아가 관심을 가지고 주창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기업경영에서 컴패션의 혁신적 역할에 대해서 5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경험적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연구원들이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적 연구결과들을 산출하기 시작했다.

컴패션(Compassion)은 긍휼감으로 번역된다. 너무 종교적 냄새가 나서 그냥 컴패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컴패션은 Passion이라는 어원자체가 함축하고 있듯이 "고통의 문제를 행동화하여 협업으로 해결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다. 컴패션이 되려면 고통의 원천에 대해서 이해해야 하고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행동이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공감(Empathy)나 위로(Sympathy)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동의 행동적 노력이 없이 위로해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은 컴패션이 아니다.

경영의 핵심은 문제해결이다. 경영이란 돈을 받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를 그대로 두면 어느 순간 고통으로 전환된다. 기업들도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원인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라는 솔루션으로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해준다는 의미에서 모두 컴패션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컴패션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종업원이나 고객을 물건이나 수단이 아닌 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고통받는 경영자와 똑 같은 사람으로 규정한다. 인간이든 조직이든 살아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느린 성장 때문에 성장통을 느낀다. 모든 인간은 성장통을 가지고 산다. 성장통은 살아 있음의 증거이다.

전통적 기업에서 처럼 고객만족의 수준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수준의 경영을 컴패션 경영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원인의 수준에서 해결해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솔루션이 혁신적이지 않는다면 컴패션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고객만족은 고객이 아픔을 가지고 있어도 이 아픔에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주는 수준에서의 해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말에 불우이웃돕기를 하거나 수재의연금 등에 돈을 많이 기부했다고 이 기업을 컴패션 경영기업이라고 하지 않는다.

컴패션이란 위로와 공감을 넘어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참여자가 모두 주체로 세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배고푼 사람에게 잡은 물고기를 나눠 주는 것은 컴패션이 아니다. 경영에서도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같이 연구하거나 전수해서 문제를 근원적이고 주체적으로 해결할 때 비로서 컴패션이라는 말을 쓴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컴패션 경영을 연구하기 위해 214개 회사를 층위표집을 통해 표집해서 이곳의 214명의 인사담당자 및 이곳 구성원 722명을 연구했다. 우리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표본을 유지하려 시도했다.

앞으로 많은 연구결과가 분석되어 제시 되겠지만 초보적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모형은 컴패션과는 독립적으로 종업원들이 컴패션을 가지고 문제를 협업의 방식으로 근원적으로 해결하려 시도할 때 체험하는 희열을 소명의식과 사명의식으로 정의했다. 컴패션이 독자적으로 혹은 이들 희열(소명, 사명)과 결합해서 업무의 성과, 혁신, 열의, 태만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첫째,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도 긍휼감은 혁신과 효율을 증대시키고 태만을 감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변수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직몰입, 직무만족, 임금, 근로조건 등등 어떤 변수들보다 긍휼감이 조직의 제대로 된 기능작용(functioning)를 결정하는 최고의 변수였다.

둘째, 긍휼감은 독립적으로도 조직의 기능작용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지만 긍휼감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소용돌이인 소명의식 내지는 사명의식과 결합해서 기능작용을 증대시켰다.

셋째, 사명감의 소용돌이는 긍휼감과 시너지 효과를 산출해서 혁신, 효율, 태만을 해결한 반면 소명의식은 긍휼감이 떨어질 때 대체효과로 작용해가면서 혁신과 효율을 증대시켰고 태만을 감소시켰다.

이런 경험적 연구결과는 글로벌에서 회사단위로 단편적으로 나오는 사례연구보다 강력한 연구결과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에게 긍휼감은 혁신과 성과의 가장 강력한 드라이버임을 증명한 최초 연구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똑같은 제품을 고객만족이라는 포장만 바꿔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탕발림 수준의 경영이나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에 헌금을 내는 CSR Washing 수준을 넘어서는 고객과 종업원, 사회와 자연이 가진 성장통 해결을 위해 혁신하고 협업하는 컴패션 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