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가슴 파고드는 말 한마디의 카타르시스

영화 곡성이 유행시킨 말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딸 효진이 무엇이 중한지를 전혀 모르고 헤매기만 하는 아빠 중규에게 절규하듯 토해내는 대사다. 외지인에게 험한 일을 당했는데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엉뚱한 것만 묻는 아버지를 답답해하는 딸의 처절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컨설팅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면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개선하려면 측정하라" 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드러커가 한 주장이고 "개선하려면 측정하라"라는 주장은 식스시그마의 원조인 데밍의 주장이다.

이 두 학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측정"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가 빠져 있다. 문맥을 들춰보면 드러커는 함축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리고, 데밍은 무엇이든 개선하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일단 측정대상으로 삼으라는 주장처럼 들린다.

사실 드러커와 데밍의 주장이 나오게 된 측정에 대한 논쟁의 원조 발화자는 아이쉬타인이다.

"측정된 것이라고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중요한 것은 측정되지 않고 남아 있다 (Not everything that can be counted counts, and not everything that counts can be counted)."

아인쉬타인은 보이고 만지고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중 더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측정해서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태를 경고한 것이다.

아인쉬타인의 심중을 가장 잘 읽은 사람은 드러커나 데밍이 아니라 노턴(Norton)이라는 경영전략을 연구하는 학자다. 노턴은 보이는 자원과 보이지 않는 자원 모두를 측정할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했다. 아인쉬타인의 충고에 따라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원이 실제 더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성과측정의 한 축에 집어넣어서 Balanced Score Card라는 성과표를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주로 해왔던 측정가능한 재무나 세일즈 볼륨만 측정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성과인 혁신과정, 리더십, 인적자원의 성숙도 등도 균형되게 측정하자고 주장했다. 우리가 쓰는 Key Performance Index는 BSC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성과측정 툴이다.

노턴의 의도는 뛰어났지만 실제로 회사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이즈가 발생했다. 회사는 재무성과와 인적성과를 모두 측정한다고 시도하지만 결국 나중에 결정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재무성과와 매출액만 살아 남았다. 결국 BSC는 이름만 남기고 사용성이 떨어지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 틈을 비집고 나타는 것이 OKR(Objective & Key Result)라는 성과툴이다. OKR은 측정할 수 있는 것과 측정할 수 없는 것을 경합시키면 측정할 수 있는 것이 항상 이긴다는 동학을 포착했다. 중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을 몰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측정 전략을 바꿨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빼고 진짜 중요한 것만 성과지표로 측정하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OKR은 성과관리에서 던지는 질문 "뭐시 중한디?"에 대해 심각하게 질문을 던져서 만든 작품이다.

OKR이 구글 등에서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자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다른 회사도 카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OKR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팀이나 조직에서 설정한 OKR을 팀원단위로 쪼개서 목표와 지표가 할당되자 개인들은 OKR보다는 OKR을 통해 캐스캐이딩해서 할당한 목표와 타겟에 목숨을 걸었다. 회사가 설정한 OKR에 대한 믿음보다는 자신에게 할당된 목표와 타겟에 대한 믿음이 컸다. 구성원 개인 밥그릇이 믿음의 향방을 결정한 것이다. 내 목표는 달성했는데 회사의 OKR이 달성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었다. 회사에서 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무적 성과 뿐인 대부분 회사에서 겪는 비극이다.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개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굿나 있는 회사에서는 어떤 강력한 도구를 도입해도 이 도구가 관행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디커플링된다. 반대로 재무적 성과를 넘어서서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의 잔고를 구성원들도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는 무엇을 해도 다 기적처럼 달성된다.

회사에서 성과에 대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와 우리 삶에서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같다. 소중한 것에 대한 믿음의 잔고가 없는 상태에서 큰 목표만 세우고 자신을 거세게 몰아 세우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 목적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의 잔고가 없는 상태에서 목표를 앞세워 기적을 만들 수는 없다. 목표에 아무리 정교한 보상, 평가를 붙여도 결과는 같다. 시지프스의 돌굴리기 삶을 벗어나기 힘든 이유이다.

자신에게 오늘도 다시 묻는다.

도대체 뭐시 중한겨?

중하게 있기는 한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