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는 신이 주신 탈랜트이라는 뜻으로 M. Weber가 만들어낸 용어이다. 신이 주신 재능이란 소리는 일반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 재능의 수준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카리스마는 타고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재능만 있다고 카리스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찍어서 재능을 주신다면 이 재능으로 남들이 할 수 없는 큰 일을 하라고 준 것이다. 따라서 카리스마를 지향하는 리더는 이 재능을 이용해서 자신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카리스마로 인정받으려면 자신의 재능이 사회적 비전이나 사명의 구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카리스마가 발현되는 과정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카리스마는 추종자의 마음 속에서 먼저 태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추종자들이 이 재능을 재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카리스마로 등극할 수 없다. 카리스마가 추종자들의 마음 속에 태어나는 이유는 추종자들이 카리스마 리더가 가진 재능을 자신은 평생을 가도 못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카리스마와의 경쟁을 포기하고 카리스마에게 무릅을 꿇고 그 영향력 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추종자들의 마음 속에서 탄생하는 순간이다.

카리스마가 추종자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다는 점이 가짜 카리스마들이 연기에 몰두하는 이유다. 카리스마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카리스마의 재능을 가지지 않았어도 추종자들에게 가진 것처럼 속일수만 있다면 카리스마로 등극할 수 있다. 특히 연기자들 속에 카리스마가 많이 태어나는 이유는 이들이 카리스마를 누구보다 잘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연기자들이 실제 카리스마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카리스마의 대본을 잘 읽는 연기자일 뿐이다.

카리스마가 구성원의 마음 속에서 태어나 가짜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귀인이론이 후광효과이다. 가짜 카리스마는 구성원들이 나의 실체보다는 내가 부풀려진 모습을 보고도 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귀인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 대한 후광을 인의적으로 만들어내서 자신을 과장광고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히틀러와 북한의 김씨 일가들이다. 히틀러는 특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설을 할 때는 석양을 등지고 연설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의 후광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히틀러는 사진을 찍을 때도 항상 밑에서 자신을 올려봐가며 찍도록 연출했다. 키가 실제보다 커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악한 정치가들만 이런 후광효과를 통해 자신을 과장광고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연기자들은 일상에도 편재해 있다. 어떤 목회자는 설교를 할 때 자신의 등 뒤에 드라이 아이스를 피워놓고 설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이 아이스에서 나오는 연기가 하나님이 자신에게 내려주신 영이라고 신도들을 속였다. 나중에 들통나기는 했지만 이 연기가 추종자들에게 먹혀 들어가는 순간까지 이 목사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진짜 카리스마 리더로 통했다. 이 목사의 실체는 연기력이 뛰어난 생계형 목회자였다.

최근에 이가탄, 우르사, 인사돌, 한샘의 버틀러 서비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과장광고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광고에는 이순재씨등 유명인들이 출연한다. 이들이 실제 이런 약을 복용하는지는 모르지만 설사 복용한다고 이 제품의 품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후광효과를 노리고 이런 비싼 광고모델을 쓰는 회사는 제품의 품질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을 마케팅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 제품일리가 없다. 화장품은 이런 후광효과를 이용한 대표적 과장광고 상품이다. 화장품에 비싼 광고모델이 많이 도입되는 이유도 후광효과 때문이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면 화장품을 안 발라도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화장품 때문에 이런 미모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화장품은 이런 모델의 미모에 대한 후광을 이용해서 제품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화장품의 가격 원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마케팅 비용이 품질비용을 상회한다. 개의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후광효과를 이용한 광고와 마케팅이 고객의 복지를 침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나선 기업이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광고에 "우리 제품 사기 위해 쓸데없이 과소비하지 마세요" "우리 제품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한다. 비싼 인간 광고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후광효과가 없는 진정성이 넘치는 가상 인간을 광고모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즈음 뜨고 있는 가상 인간 로지는 광고 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 호텔, 뷰티 광고에까지 등장한다.

이런 후광효과를 통한 귀인 효과에 작동되는 조건이 있다. 연기를 통해 후광효과가 창출되는 환경은 외부세계와 교류가 끊어져 있는 사회인 Total Institution이다. 이런 사회의 본질은 힘을 가진 리더가 무엇이던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과 같은 가짜 카리스마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조작이 가능한 total institution이기 때문이다. 정신병원, 교도소, 비밀종교 등도 다 Total institution이다. 열린 사회에서는 연기자 빼놓고 연기하는 카리스마가 설 땅이 없다.

좋은 카리스마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신만의 삶의 사명을 세워서 이 사명을 내재화하고 이 사명을 구현하는데 남다른 차별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진성 카리스마가 되는 것이다. 사명이 몸으로 체화된 상태를 품성이라고 부른다. 품성의 향기만이 진짜 카리스마가 풍기는 진실된 아우라다. 이런 품성의 아우라를 구축한 진성 카리스마를 사회화된 카리스마라고 부른다. 연기자들와는 달리 이들 사회적 카리스마는 자신의 삶의 대본을 자신이 만드는 사람이다.

사회는 점점 더 초연결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에 CC TV 기능이 붙어 데이터로 축적되는 사회이다. 사실 어떤 리더가 연기하는지 진짜인지는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다 털려나올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카리스마를 연기하도록 공인된 연기자들 말고는 가짜 카리스마들이 설 자리가 점정 사라지는 사회가 된 것이다.

가짜 카리스마를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은 소비자라는 지위를 이용한 레버리지를 통해서이다. 불편하더라도 착한 소비운동을 가짜 카리스마를 몰아내는 지룃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과장광고를 하거나 비싼 광고모델을 사용해서 지속적으로 광고하는 회사들에 불매운동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운동들이 쓰나미가 다른 사회 영역으로 번진다면 후광효과를 노려가며 연기하는 삶을 사는 정치가나 리더들도 사라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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