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저서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은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핵심원리로 명사형 삶을 초월해 동사형 삶을 복원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동사형 삶의 원리는 달라지는 세상에 맞춰 지속적으로 공진화하는 기업의 원리이기도 하지만 우리 개인의 삶의 중요한 원리이기도 하다.

레고가 자신을 <장난감>을 만드는 제조 회사로 업을 정의했다가 업을 <놀이>를 제공하는 회사의 개념으로 탈바꿈해서 시대적 변혁에 성공한 사례는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IBM은 <메인 프레임>이라는 대형 컴퓨터를 제조하는 제조회사로 자신의 업을 규정했다가 메인프레임보다 더 성능이 좋은 PC가 등장해서 회사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자 자신의 회사를 <컴퓨팅>을 하는 회사로 정의해서 다시 살아났다. 전기제품과 항공엔진을 만들던 GE가 돈이 되는 캐피털 등 금융회사를 다 매각해버리고 제조업으로 귀환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하지만 이번에 귀환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으로 귀환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과 디지털을 결합해서 <매뉴팩토링> 사업으로 귀환한 것이다.

장난감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생각했다면 명사형 사고이다. 놀이를 제공하는 것은 동사형 사고이다.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명사형 사고의 전형이다. 하지만 컴퓨팅 사업을 한다는 것은 동사형 사고로 전환을 의미한다. GE가 공장기계에 센서를 붙여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공장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펙토링 사업을 한다는 것은 동사형 사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모든 산업은 명사형 사고에서 동사형 사고로 재편되고 있다. <놀이>, <컴퓨팅>, <스마트 펙토링> 등 동사형 사고를 한다는 것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적 사고를 탈피해서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물건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어도 이 기반을 어떤 서비스업으로 전환할 지를 판단하지 못한다면 사양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학습을 연구한 노나까의 예측에 따르면 미래산업은 다 서비스 산업이다.

요즈음은 IBM, GE, LEGO를 넘어서 디지털 초지능 사회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제조업에 고착된 업의 개념을 "ING" 형태로 고쳐가며 동사화 시키는 기업들이 보편적이다. 요즈음 등장하는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다 동사형을 원형으로 삼은 회사들이다. 심지어는 음원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SPOTIFY(스포티파이)처럼 회사 이름에 "파이(FY)"를 붙여서 비즈니스 본질이 동사형 서비스 산업임을 강조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동사형 사고는 왜 명사형 사고를 탈피해야 하는 것일까? 동사형 사고는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명사형 삶을 벗어나 동사형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업이던 사람이던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본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형이다. 명사인 의자나 책상 등 사물은 세상에 존재로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본질인 목적이 정해진 상태로 태어난다. 책상이라는 명사형 사물은 목공의 머리 속에 책상을 어디에 써야 한다는 본질적 목적이 정해진 다음 책상이 만들어진다. 본질과 존재가 어그러지는 법이 없다. 인간은 반대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자신의 세상에 태어난 본질적 목적을 정해놓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몸이 존재로 먼저 던져지고 자신이 태어난 본질적 목적과 이유를 찾아가며 동사형으로 되어감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은지의 이유를 깨달고 유레카를 외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유레카를 외칠 수 있는 순간까지 결국 나는 내 이름이 있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의 삶과 대체가능한 보통명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설사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각성하고 동사형 삶을 살아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문제다. 이들이 성공을 통해서 얻어낸 명예, 부, 지위 등 번쩍이는 명사형에 의해서 마음이 장악되면 다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책임지던 의식이 죽음을 당해 식물인간으로 변한다. 이런 보이는 물질적 성공에 의해 의식의 자유가 제약된 상태를 일반인들은 물상화(Reification)이라고 하고 기독교인들은 우상화(Idolization)이라고 부른다. 두 상황 모두 몸에 의해 의식이 죽음을 당한 식물인간의 상태를 지칭한다.

식물인간으로 전락하기 전에 명예, 부, 권력이 가져다 준 성공의 두꺼운 알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동사형 삶을 회복하는 사람들만 공진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달성한다. 인간의 삶이란 성공이 가져다 준 뚜꺼운 알을 부수고 매번 다시 태어나는 N번의 탄생과 탄생한 이유를 동사형이 되어 실현시키는 되어감(Becoming)의 과정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인간의 삶이란 죽을 때까지 동사형의 삶을 유지해가며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의 이유인 목적과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어떤 난관에도 동사형 삶이 가져다 주는 살아 있음에 대한 의식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일인칭 주체로 우뚝 서 있있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