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언론들은 그중 3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집중 조명했다. 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클 로스바쉬 브랜다이스대 교수, 물리학상을 받은 라이너 바이스 MIT대 명예교수, 그리고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제외하면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는 5개 분야의 11명이었다. 그중 3명이 유대인이니 약 27%의 비율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역대 수상자를 모두 합쳐도 이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약 830만명이다. 그런데 유대인 대다수는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전 세계에서 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인구 수는 약 1500만명으로서 전 세계 인구 75억명 중 약 0.2%에 불과하다.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 중 0.2%밖에 되지 않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비율은 약 22%를 차지한다. 사진은 대표적인 유대인 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 ⓒ Pixabay Public Domain

그러나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의 비율을 구하려면 거기에 110배를 곱해야 한다.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의학 53명, 물리학 53명, 화학 36명, 경제학 31명, 문학 15명, 평화 5명 등 총 200명의 수상자가 유대인이었다. 전체 수상자 중 약 2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20세기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비롯해 프리츠 하버, 슈뢰딩거 등이 유대인이다. 예술 분야와 경제계의 거물 중에서도 유대인은 유독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배우 찰리 채플린,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작곡가 조지 거슈윈,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과 핑커스 주커만 등등.

미국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0년간 4대 연속으로 유대인이 독식했으며, 역대 의장 15명 중 11명이 유대인이었다. 대형 금융사 골드만삭스와 JP 모건 등도 유대인이 세운 회사이며, 전 세계 거부의 약 1/3이 유대인이다.

토론과 논쟁을 통한 하브루타 학습법

IT업계의 거물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괴짜 CEO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모두 유대인이다.

유대인들이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유대인들의 독창적인 교육 방식에서 찾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대인의 전통적 학습법인 ‘하브루타(Havruta)’다. 하브루타는 나이나 성별, 계급에 관계없이 2명이 짝을 지어 토론과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학습법이다.

즉, 거듭되는 대화와 경청, 토론 등 함께하는 사고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생각의 힘을 기르는 매우 특이한 방법인 셈이다. 이렇게 서로의 대화를 통해 공부하면 기억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명확한 사고를 가질 수 있다.

또 하나, 하브루타의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쉐마 교육을 들 수 있다. 쉐마란 야훼의 말씀을 듣고 배운 그대로 생활에 실천하는 학습법이다. 쉐마 교육은 유대인들이 2천여 년간 세계 각처를 떠돌면서도 지켜온 정신인데, 배운 것을 실천하는 쉐마 정신은 하브루타 교육의 근간이 됐다.

13세가 되면 행해야 하는 유대인들만의 독특한 성인식 문화도 창의성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유대인 청소년들은 유대교의 경전인 토라를 비롯해 창세기, 출애굽기 등의 모세5경을 히브리어로 통째로 암송해야 13세에 성인식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경전을 암송하는데, 이로 인해 뇌의 시냅스 연결이 달라져 유대인들은 입체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입체적 사고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 사고가 아니라 사고의 중심점을 먼저 설정해놓고 그것을 중심으로 시작점과 끝점을 동시에 사고하는 방식이다. 즉, 보통의 사람들은 2D의 사고를 하는 반면 유대인들은 3D의 사고를 한다고 보면 된다.

권위에 반기를 드는 후츠파 정신 

유대인들 고유의 후츠파 정신을 빼놓고 그들의 창의성을 설명할 수 없다. 후츠파(Chutzpah)란 무례, 뻔뻔함 등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로서, 자신보다 연장자나 권위를 가진 상대방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제세함으로써 권위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반기를 드는 문화를 말한다.

흔히 형식의 타파, 질문의 권리, 위험 감수, 끈질김, 실패의 정신, 섞이고 섞임, 목표 지향성 등이 후츠파의 7가지 요소로 꼽힌다. 그중 가장 눈여겨볼 게 실패의 정신이다. 유대인 사회에서는 의도적인 실패 외에 어떤 경우에든 실패를 문제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오히려 좋은 시도를 하는 실패는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후츠파 정신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벤처와 창업에 뛰어드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창업 투자의 30%가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등 후츠파는 이스라엘을 세계 최대의 창업 국가로 변모시켰다.

세계 각처를 떠돌아야 했던 디아스포라의 삶을 과학 분야에서의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게 된 원인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고난 받는 이민자들이 가장 진입하기 쉬운 분야가 남들이 쉽게 뛰어들지 않고 비교적 문호가 개방된 과학 분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듀크대학 등의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민자들일수록 수학 및 과학적 논리가 필요한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에 교육을 중시하고 학자를 존경하는 유대인들의 오랜 전통이 바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는 배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