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학부 저학년 학생들에게 조직행동이라는 과목을 가르친다. 조직행동이라는 과목의 목적은 기업의 훌륭한 관리자가 되기 위한 이론과 훈련을 가르치는 것이다. CEO도 관리자이다. 결국 조직행동이란 뛰어난 CEO로 성장하기 위한 원리와 지침들을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CEO가 되기 위한 과목이라고 소개하면 자신들과는 멀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회사로 걸고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CEO라고 설명하면 학생들도 납득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우리가 염려하는 MZ세대 중 Z세대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행동이라는 교재가 과거에 만들어진 이론과 훈련으로 채워져 있어서 Z세대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원리와 이론은 이들이 절대 따라해서는 안되는 원리와 이론도 있다. 이것을 교과서에 나와 있다고 그대로 가르치는 것은 이들에게 독약을 주는 행위다. 경영학이 지금까지는 성공한 케이스에 뒷북을 치는 방식으로 설명을 해서 이론을 만들어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대로 학문으로 살아나려면 모든 과목이 누군가에 의해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초플랫폼 시대에 맞춰 제로 베이스에 다시 써져야 한다.

임시방편으로 모든 조직행동 주제를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다시 프래이밍하여 가르치려고 시도하고 있다.

첫째, 변화에 대한 열린마음과 열린생각이다. Z세대가 사는 시대는 변화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시대이다.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음은 결국 변화 속에서 길 잃음을 의미한다. Z세대가 무너지는 것은 역량이나 능력이나 재능의 부족이 아니라 새롭게 출연하는 것에 호기심을 잃고 머물러 있음 때문이다.

둘째, Z세대가 사는 시대의 본질은 변화 속에서 길잃고 헤멤이다. 길을 잃었을 때 본능적 반응은 좌절감에 쌓여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Z세대가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Z세대가 탐색에는 능수능란해도 탐색한 것을 씨앗으로 만들어 자신의 일과 삶 속에 심고 가꾸어 과일나무로 만드는 지난한 농부의 일을 건너 뛸 수는 없다. Z세대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부의 일에서 요구되는 회복탄력성과 GRIT이라는 근력을 구축하지 못해 몇번 시도하다 안되면 쉽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나서는 성향 때문이다. 회복탄력성과 GRIT의 근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들의 삶은 이것저것 찾아서 떠도는 노마드랜드가 된다.

셋째, 디지털 문해력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로봇이나 AI가 제시하는 디지털 지능을 날줄로 자신과 남에 대한 이해를 통한 자신의 지향점을 씨줄로 삼아 자신의 삶의 장면을 피륙해내는 능력이다. 가드너는 지능은 선천적으로 다중지능이라고 규정한다. 언어지능, 수학논리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지능, 자연지능, 자기인지지능, 대인관계지능이 그것이다. 디지털 특이점이 고도화되는 Z세대 시대는 이 지능 중 자기인지지능과 대인관계지능을 제외한 나머지 지능영역은 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서 주어진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이런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제시된 날줄을 자신의 정체성이나 남과 관계라는 씨줄로 테피스트리를 만들어내고 이것에 기반해 변화를 진행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문해력이 없는 인지적 지능만 높은 사람은 대표적 헛똑똑이로 전락한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어도 여기에 이입되는 데이터가 쓰레기면 산출되는 모든 결과물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세가지가 Z세대 리더의 필요조건이라면 이 세 역량을 실현하는 충분조건을 구성하는 역량이 자기긍휼감이다. 자기의 장점을 넘어 자신의 아픔조차 편애하지 않고 온전하게 사랑하는 능력이 자기긍휼감이다. 자기긍휼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우지 못한다. 자기긍휼감이 떨어지는 삶은 다른 사람들이 모범적으로 만든 것을 따라하는 삼인칭 삶으로 피곤하게 종결된다. 삼인칭 삶은 모범생 삶이다. 모든 주인의식의 기반이 자기긍휼이다. 자기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 없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