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의 <Shall We Dance>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가 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노래하고 춤추는 민족이었다. 심지어는 슬픔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갈 때도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래를 불렀고 노래에 따라 울며 춤추며 그 고개를 넘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춤추기와 노래와 흥을 잃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BTS의 노래 제목대로 춤추기 위해서는 마치 허락(Permission to Dance)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춤추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허락받고 추어야 하는 춤에 흥을 느낄 사람은 없다.

요즈음은 변화가 상수인 시대다. 아무리 정교한 지도를 마련하고 오늘을 살았어도 내일이 되면 지도가 바뀐다. 바뀐 세상에서 모두가 길을 잃는다. 지금 세상은 길 잃음이 본질이 된 세상이다. 길을 잃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지도를 통해 환상을 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의 지도로 하는 설득은 몇 일을 버티지 못한다. 어느 순간 허공이 지르는 메아리가 된다. 길찾는 일에 지친 모든 사람들이 번아웃되고 피곤에 지쳐 드러누었다. 대부분이 춤추기를 멈춘 순간이 찾아온다. 심지어는 젊은이들도 춤추기를 멈췄다. 모두가 중력의 힘에 눌려 드러누었다.

다시 춤추는 일이 가능할까?

오랫동안 춤추기를 멈추고 누워 있어서 식물인간으로 변한 몸과 의식을 깨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의식을 깨우는 일은 항상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한 각성을 통해서이다. 이 각성이 영혼에 스파크를 보내면 의식은 다시 살아난다. 의식이 살아나면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살기 위해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시 몸을 드러눕게 만들지만 의식에 영혼이 들어가면 춤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죽음의 악령인 중력을 거부하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은 몸과 영혼이 가장 최적의 상태를 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젊은이들만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혼이 깨어나면 나이든 몸으로도 춤을 춘다. 사실 먼저 몸을 털고 일어나 춤을 추어야 할 사람들은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젊은이들도 일어나서 춤을 출 것이다. 춤의 본질은 전염성이다.

길 잃음이 삶의 본질인 세상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 춤추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대변하는 나침반이다. 나침반의 역할은 길을 잃었을 때마다 길 잃은 지점을 정확하게 확인해줘서 그 때마다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 일이다. 나침반이 있다면 길을 잃은 것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나침반을 꺼내 지점을 hit refresh해가며 다시 지도를 그려내면 된다. 세상이 매일 변해도 새롭게 그려낸 지도가 내가 춤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알려준다. 나침반만이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근원적 자신감의 기반이다.

우리가 어느 때부터 춤출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해 노래해주는 나침반을 잃었기 때문이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순간 우리만의 춤출 수 있는 지도와 공간을 못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늘은 블락비의 <Shall we dance>에 맞춰 식물인간으로 잠자는 의식과 몸을 깨워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우리는 춤출 수 있을 때만 제대로 된 인간이다. 춤은 죽음의 악령인 중력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다는 나의 의지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