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 왜 이 재무적 목표가 우리 기업을 통해 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인 목적에 대한 신뢰성이 정당성의 기준으로 정착되고 있다. 아무리 품질과 가격이 좋아도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기업들만 고객의 자발적 몰입을 동원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획득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 기업에 라이센스를 주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무슨 이유로든 기업의 정당성을 소구하는 라이센스가 박탈되면 결국 기업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미국과 한국 기업이나 산업에서 라이센스의 기준으로 등장한 목적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정도를 비교해보기 위해 구글 트랜드를 이용해서 2004년부터 2021년 9월까지 맵핑해보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기업들이 목적을 공론화하는 추이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목적에 대해 공론화가 급등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감해서 25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2004년부터 금융위기인 2008년까지 25수준의 보합세를 보이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두배에 해당하는 50수준으로 상승했다. 지금 미국과 한국기업들에서 목적의 중요성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는 정도는 두 배 차이다.

한국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목적에 대한 논의가 급등했던 것은 기업들 정서에 정권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우리나라 정부 중 목적에 대해 가장 논의가 활발했던 노무현 정권 시절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듯이 정치가 이끄는 목적 담론은 기업과 산업에 화두를 던졌지만 내재화되는 수순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음에도 생존문제에 집착해서 이 문제가 기업의 목적에 대한 상실에서 초래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초래한 저성장과 L자 경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되는 라운드테이블이 기업의 사명을 개정했다. 즉 신자유주의의 원리에 따라 시장경쟁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하는 것에서 기업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각성하고 이 목적을 실현하는 결과로 이윤이 따라오게 하는 것으로 기업의 존재이유를 바꾸었다. 특히 여기에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자본주의 붕괴에 투자자들 책임과 탐욕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강조하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환으로 ESG 운동에 불을 치폈다. 경제위기와 L자 장기불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에 경영자와 주주가 같이 뭉친 것이다.

트랜드 데이터를 보면 지금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ESG를 CEO 리스크로 규정해가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런 운동이 일어나게 된 근원적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기업이 목적을 세우고 이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규범은 사실 기업이라는 형태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초우량기업들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따르지 않던 기업들도 2008년 금융위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경제는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었고 요소생산성도 높아서 양적팽창을 견인했다. 양적으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이것을 일사분란하게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만 있으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 마디로 2008년 전까지는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서부개척시대였다. 한 마디로 신자유주가 이끈 자본주의 최고의 전성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기업의 탐욕과 더불어 이런 양적팽창의 버블이 무너진 원년이다.

지금의 L자 경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은 처음부터 기업의 목적을 설정하고 이것을 실현시키는 일을 자신의 비즈니스의 본질로 생각했던 기업들이다. 이들의 성장은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도 양적성장이 아니라 질적성장이었다. 지금처럼 L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목적을 기반으로 한 질적성장이 표준이 된 세상에도 이런 목적경영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이 비해 비교가 불가능한 성장을 거두는 비밀이다. 이런 기업들은 어떤 어려운 경제상황이 와도 목적과 목표를 문화적으로 정렬시켜서 해결할 수 있는 살과 뼈대와 근육을 가지고 있다.

양적성장 시대 경영자의 능력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목표에 최적화 시키는 의사결정과 이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연결 데이터 산업의 시대여서 이런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최적화 시키는 결정을 경영자가 하지는 않는다. 경영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은 다 비즈니스 어낼리틱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자신들이 경험과 육감으로 해오던 대부분의 경영활동이 비즈니스 어낼리틱스로 이행되었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이런 도구들을 이용해서 자신 기업이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해야하는지 이유를 찾아서 구현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이윤이라는 목표와 기업의 존재이유인 목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냥 모든 경영자에게 필요조건이고 기업의 경쟁력은 목적에 의해서 결정된다. 시대가 전환된 것이다.

요즈음 산업 경영계에서 핫한 주제가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메타버스는 플랫폼 영토전쟁의 새로운 전차부대가 될 수도 있고 결국 플랫폼 영토전쟁에 승리하면 플랫폼을 대체하는 새로운 메타버스 영토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을 내세워 다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이런 장미빛 전망에도 내 예측으로는 많은 기업들의 메타버스 전쟁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페이스 북이다. 페이스 북이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데 성공하는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페이스 북이 존재이유인 자유로운 연결과 소통의 새 세상을 만드는 회사라는 사명에 맵핑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목적이 아니라 메타버스가 자신들의 사명을 실현하는 도구로 제대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부분 회사는 매타버스를 자신들이 설정한 사명을 펴나가는 운동장이 아니라 VR, AR, MR 등 기술적 측면에서 생존의 목적으로 접근하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아무리 운동장을 구현해놓아도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놀아 줄 이유가 없다. 아무리 재미가 있고 현실의 연장이어도 Z세대 아이들과 게임 중독자를 모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회사가 목표를 자신의 회사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각성하고 이것을 실현시키는 일에 구성원들을 임파워시키고 이들을 협업으로 동원하는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 이런 시대적 사명을 이해한 대한민국의 기업들만 결굴 미래를 창출해서 100년 기업으로의 유산을 후세에게 넘겨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목적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써준 3인칭 스크립을 따라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지금도 경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 재무적 목표를 왜 우리 회사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지를 구성원과 고객에 소구할 수 있는 회사만이 매년 달성하는 재무적 목표를 지속가능하게 달성하는 회사로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