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risk)라는 용어의 제대로된 번역은 위기(危機)이다. 위기(危機)에는 위험(危)과 기회(機)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용어를 대할 때 리스크(risk)라고 쓰고 위험(danger)이라고 읽는다. 위기 즉 위험과 기회 중 위험만 보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리스크에 위험이라는 프래임을 쒸워 해석하는 조직문화가 안전사고의 주범이다.

안전사고는 자연재해에 의해서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99%가 인재이다. 사실 시스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까지 부문이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은 수도 없는 경고를 보낸다. 어떤 이유인지 이 경고가 무시되고 이 경고를 조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되어 전달되지 못한다. 경고가 지속적으로 숨겨져 임계점에 도달하면 버티지 못하고 사고로 터진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은행에서 터지는 금융사고, 공사현장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 장치형 공장에서 벌어지는 대형사고는 모두 인재다. 가장 위험한 믿음이 리스크를 위험이라고 해석하고 안전교육을 통해 이런 안전사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시스템의 경고를 무시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루트를 바꾸어서 두더지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조직의 리스크는 대부분이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이것이 조직문화로까지 번진다. 은행, 병원, 장치형 제조업이 군대식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군대문화는 소통의 부재를 키우고 소통의 부재는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오는 시그널들을 무시함으로써 리스크에 속수무책의 상황을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의 대부분의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인재이다. 리스크는 문화의 문제이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하는 가정 효과적인 방법은 <자유로운 피드백>과 <열린 소통>의 분위기다. 종업원들이 자신의 생존의 문제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자신의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에 옆에서 들어오는 위험요인을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본 것만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은행에서도모든 팀원이 자신들이 본 것들을 자유롭고 신랄하게 피드백 해주는 분위기가 금융사고를 줄였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보지 못하고 간호사들만 본 사고의 위험요인도 자유롭게 피드백되자 결국 의료사고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결국 갑질이 자유로운 피드백과 소통을 막았고 이것이 의료사고와 금융사고로 이어졌던 것이다. 갑질이 제거되자 소통이 열렸고 사고가 생기기 전에 피드백으로 사고를 막았다.

군대식 방식으로 갑질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사고, 금융사고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결국 사고는 사건의 발생전에 모든 가능성을 투명하게 피드백을 해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 자유로운 소통과 피드백을 하는 열린 분위기가 해결의 실마리였다.

하지만 여기에도 인간적인 문제가 있다. 내가 평소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경하지도 않고 상대가 나를 도구 취급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든 사실을 자유롭게 피드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온다 하더라도 위험요인을 자발적으로 피드백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 중에 적진으로 안전하게 진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내 등을 보고 적들을 향해 엄호사격을 해주어야 한다. 배후에서 엄호사격을 해주는 사람들을 평소 내가 괴롭혔던 사람들이라면 이들이 제대로 된 엄호사격을 할 리가 없다. 아마도 내 등을 겨냥해서 사격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듯 베트남 전쟁 중에 사살된 미국장교들 중에는 적에 의해 사살된 숫자보다 자신들의 부하들에 의해서 사살된 숫자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안전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병원, 은행, 제조업에서 갑질의 문제와 안전사고를 동시에 해결하는 출발점은 상대를 어른으로 생각하고 사람으로 취급하려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엄한 법을 적용해서 패널티를 키워도 갑질은 교묘한 방식으로 행해질 것이고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본인이 연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인재로서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모든 조직은 심리적 안정지대가 무너진 조직이다. 특히 심리적 안정지대를 구축해주는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진 경우다. 이 사명이 튼튼한 울타리로 작용하고 있는 한 이 울타리가 만들어낸 심리적 안정지대를 공유하는 모든 구성원은 한 가족이자 동료이자 파트너이다. 울타리 안의 모든 사람들은 운명의 파트너가 되어 사명을 제대로 전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서로의 학습과 성장을 격려한다.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실수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피드백되어 안전사고로 번지기 전에 학습된다.

조직에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순간 통제의 기제가 자율적 통제에서 군대식 통제로 바뀐다. 사명이 사라진 군대식 통제 조직에서 실수는 학습이 아니라 그냥 쓸모없는 연속된 실패일 뿐이고 비용일 뿐이다.

사명을 잃은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된 안전사고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까지는 수도 없는 시그널이 전달되지만 피드백 루프가 끊어져서 이 시그널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명을 복원해서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하는 문화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문화가 구축되지 못하면 이런 인재를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교육으로 안전사고를 전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