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번성(Thriving)하고 있는가?
축적을 위해 쓴 시간들
번성이란 자신이 근원적 학습을 통해서 성장하는 체험을 맛보고 성장체험의 결과로 삶의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이런 학습체험과 삶의 활력이 <지속>되고 <축적>되는 지가 핵심이다. 축적되지 않은 일시적 흥망성쇠를 번성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얻어진 삶의 활력은 행복의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심리적 안녕감(Eudemonic Well-Being)을 구성한다. 심리적 안녕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 명예, 권력, 음식, 휴식 등에서 얻는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과는 구별된다. 행복의 충분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심리적 안녕감은 목적지향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과, 이를 실천하는데 자신이 주체성을 발휘해서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과 이 삶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만들어낸다. 반면 행복의 필요조건인 주관적 안녕인 돈과 권력 등은 따라간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행복의 충분조건인 심리적 안녕 상태가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로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요즈음 시중에 뜨는 행복론에 따르면 <행복은 파랑새라는 은유>를 많이 차용하고 있다. 심리적 안녕상태는 돈과 권력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파랑새에 비유되기도 하고, 반대로 주관적 안녕인 돈과 권력은 심리적 안녕상태의 축적없이 따라잡으려고 시도한다고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결론내리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행복은 파랑새가 아니라 실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실체없는 파랑새라고 규정하는 것은 행복의 메카니즘을 잘못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주관하는 원인은 심리적 행복이고 이 원인이 축적되면 주관적 안녕인 돈과 권력과 음식과 휴식이 결과로 따라온다. 반대로 사람들은 주관적 행복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심리적 행복을 결과로 이해하는 삶을 추구하다 이 두 가지를 다 잡지 못하면 행복을 파랑새로 규정하고 행복을 포기한다. 행복의 메커니즘을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메카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행복을 추구하니 모든 과정이 그냥 혼돈이고 쫒을 수 없는 파랑새일 뿐이다.
다시 번성으로 돌아가보자. 번성이란 과일나무를 키우고 번성시키는 과정에서 느끼는 체험과 비슷하다. 과일나무를 번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씨를 구해서 이 씨가 토양에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게 해야한다. 묘목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 나무로 키워내면 어느 순간 꽃이 피고 이 꽃에 벌과 나비가 몰려든다. 이 벌과 나비의 결과로 맛있는 과일을 얻게 된다. 번성이란 이처럼 씨를 뿌려 맛있는 과일을 얻기까지 필수적 과정들이 연결되어 축적된 결과이다. 문제는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나 묘목을 키우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얻어 내려는 무모함이 번성에 실패하게 한다. 사람들이 번성의 과정을 놓치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이 뿌린 씨앗에 대한 믿음부족이다.
삶에서 이 씨앗은 목적과 사명의 씨앗인데 이것을 세속적으로 돈이나 명예를 얻는 씨앗으로 생각하고 뿌리기 때문이다. 돈이나 명예 때문에 뿌린 씨앗은 가꾸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고 다른 씨앗을 찾아나선다. 결국 어떤 씨앗을 뿌려도 튼실한 과일나무로 길러낼 축적의 시간을 얻지 못하고 씨앗만 뿌리다 인생을 마감한다. 남의 이야기에 현혹되어 연속된 실패를 경험한다. 번성이란 필요한 과정들이 축적됨을 통해서 경로의존적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가르치는 젊은이들도 자신에 대해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낄 때가 친구가 좋은 직장에 단지 몇개월 상관으로 먼저 취직했을 때라고 고백한다. 이때부터 자신이 뿌린 씨앗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해서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축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더 큰 좌절을 경험한다. 이런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하는 충고가 있다.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는 인생의 세 시점 정도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삶의 본질인 자신만의 과일나무를 번성시키기 위한 축적의 시간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내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판단해본다면 우리가 적어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30대 중 후반, 50대 초반, 60대 중후반 정도인 것같다. 즉, 과일나무가 제대로 키워지고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세 시점이다. 30대 중후반 정도되면 자신이 키운 과일나무에 적어도 꽃이 풍성하게 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이 이점 이전에 다른 사람들과 핀 꽃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이 시점정도가 되면 같이 시작한 다른 친구들은 어떤 꽃을 피게 했는지를 비교해도 늦지 않다.
50대 초 반정도 되면 자신이 가꾼 과일을 제대로 만들어 남들에게 제대로 팔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자신이 가꾼 과일을 진짜로 남들이 사는지 안 산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해 정말 팔 수 있는 과일을 만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팔만한 자신의 과일도 없는데 다른 사람의 과일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50대 이후는 부모가 물려준 재능, 머리, 외모, 재력 등의 유전자 복권당첨금의 후광이 다 사라진 후 오로시 자신이 만든 성공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50대 이후에도 성공을 하고 있다면 자신 힘으로 한 성공이다.
60대 중후반은 자신이 가꾼 과일나무의 씨앗을 계량해 후학 후손 후배들에게 이 씨앗이 남겨줄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다. 자신이 남겨줄 씨앗의 종자에 대해서 비교할 수 있는 시점이다. 아니면 과일나무를 많이 심어 과수원으로 만들고 이 과수와 이 과수의 씨앗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과수원에 이르는 길을 만들고 멀리서도 찾아 오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삶의 풍성함을 가져오는 진짜 번성은 모두 축적의 결과들이다. 스티브 잡스도, 구글의 세렌게이도, 아마존의 베조도 지금의 번성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창고에서 오랜기간동안 씨를 뿌리고 실험하는 축적의 시간을 보냈다. 이들과 달리 가끔 복권에 당첨되듯이 운이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이들은 그냥 운이 좋은 일탈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이지 정상적인 괘도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의 삶을 보통사람의 삶으로 일반화하는 순간 번성의 기제는 무너진다. 또한 이들이 재수좋게 피운 꽃은 향기가 멀리가지 못해 금방 시든다.
학생들에게 인생을 통털어 결과에 대한 비교는 세 시점으로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나머지 시점에는 자신의 과일나무가 제대로 번성을 향해 가고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실험과 혁신의 축적해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진짜 번성을 체험하는 비밀이라고 이야기한다. 번성의 메카니즘을 놓치면 아파트 평수와 은행잔고와 잘난 자식들과 멋진 직책에 올인해가며 친구들과 이것들을 비교하고 자랑하고 좌절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축적의 시간없이 향기로운 과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도 이들이 후손들을 위해 제대로 된 씨앗을 남겨주어 삶의 번성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명으로 정렬된 축적의 시간없이 행복을 얻겠다고 나서는 것은 결국 실체없는 파랑새를 쫒아가며 삶을 허송세월하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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