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장동 게이트가 터지며 불거진 질문 중 하나는 여기에 관련된 인물들이 왜 전부 남자인가이다. 윤리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비윤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인가? 대장동 게이트를 떠나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대한민국 큰 범죄 사건들의 주인공들은 주로 남성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타고날 때부터 비윤리적인가?

지금까지 글로벌에서 이뤄진 윤리성에서 성별 차이에 관한 연구의 결론은 한쪽이 더 윤리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이다.

지금까지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개중에는 여성이 더 윤리적으로 무장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으나 또 다른 연구들은 이런 차이도 상황변수가 개입되면 성차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설사 맥락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윤리성의 정도를 물어보면 여성이 윤리성이 있게 나올수도 있어도 윤리적 결정은 도덕시험 점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특정한 구조적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윤리성을 지킬 수 있는 근력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구조적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한다면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엘리트 범죄가 발생하는 구조적 상황에 관련된 직책을 남성들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고 실제 이런 상황에 노출되어서 도마에 오르는 것이지 여성들도 같은 상황에 노출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돈이라는 상황적 변수가 걸려 있을 경우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비윤리적 의사결정을 할 개연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돈 앞에서는 여성 남성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암울한 연구결과이다. 장영자, 최순실, 최은순을 연상시킨다.

대장동 게이트로 돌아와서 판단해보면 건설업이 주로 남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로비에 동원된 전관 변호사 대부분은 남자이기 때문이지 여성이 비슷한 구조적 상황에 놓이면 남자들과 다르게 행동할지에 대한 실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안된다는 견해이다.

평생동안 윤리에서의 성차 문제를 연구해온 오하이오 대학의 John Gibbs 교수는 2021년 이 문제를 옥스포드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Gender Differences in Moral Judgment and Behavior). 첫째, 윤리성의 기준이 되는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에서는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가 없다. 둘째, 자신을 넘어서 공익에 더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셋째, 황금율에 대한 판단에서는 차이가 보인다. 황금율은 자신을 상대의 입장에 놓고 상대가 이런 결정으로 얼마나 고통받을 것인가를 고려하는 규칙이다. 여성이 남성들보다 상대의 고통에 대해 더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Gibbs 교수는 경영자라는 맥락에서 가장 윤리적인 사람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씨줄과 날줄로 피륙해서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양성성(Androgyny)을 가진 리더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여성들이 회사의 경영자가 되기 위해 남성을 철저하게 카피하여 짝퉁 남성을 연기할 때 여성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윤리적으로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양성성 리더에 대한 관점은 우리의 저서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 래드우드 2020>에서도 연구되어 제시된 바가 있다. 이 저서에서 글로벌 기업에서 여성으로 CEO 자리에 오른 여성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 CEO가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해가며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점이 바로 여성과 남성의 이원론 전쟁이다. 이들은 이 이원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때 글로벌 기업에서 여성임원을 넘어서 CEO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이 여성 남성의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해 썼던 방식이 목적함수를 더 높은 곳에 더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 었다.

남성임원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CEO가 되겠다고 열망한 여성임원은 모두 CEO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반면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목적을 실현시켜서 그 변화의 결과로 자신의 회사에서는 남성 여성 문제가 더 이상 이슈로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더 높은 목적함수를 세우고 이 목적함수를 실현하는 과업에 가시적으로 도움을 준 여성임원들이 CEO가 되었다. 이들이 CEO로 재직하는 회사에서는 성다양성의 문제도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다.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서 전략적 파트너는 여성임원들이 남성들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사가 세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켜 더 나은 변화를 실현하는 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를 의미한다. 결국 목적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은 여성들만이 회사에서 최고지위인 CEO라는 설계자의 지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여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이던 여성이든 회사가 설정한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믿음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사람들이 회사의 성다양성이나 다른 다양성의 문제를 급진적이고 실질적으로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