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이 첫 사랑을 시작하는 때는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이다. 세상이 불투명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첫 사랑이 찾아 온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묘사할 때 둘이 영화찍느냐고 농담하듯이 첫 사랑은 상대를 내 삶의 공동 주인공으로 캐시팅하는 사건이다. 서로가 서로를 완전한 인격적 주체로 받아들인 사건인 만큼 서로에게 황홀한 감정적 경지를 선사한다. 이들의 머리 속에는 둘이 연출하는 극장 무대의 조명과 영사기가 돌아가고 여기서 서로가 주인공으로 빛나는 삶을 살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콩깍지라고 폄하하지만 콩깍지라는 극장무대에서 실제로 주인공의 삶을 살아본 사람들은 콩깍지의 경험만큼 강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나이에 경험하는 이런 환상적 각본과 경험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현실적 방해 때문에 지속되지는 못한다. 이런 콩깍지의 경험은 뇌의 지도에 강한 감정적 태그를 남기고 첫 사랑은 대부분 실패로 종결된다. 첫 사랑을 지지할 수 있도록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첫사랑을 연결시킬 수 있는 정신모형의 기반이 없고 그냥 둘이 각색한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에서다. 삶을 이해하는 명확한 정신모형이라는 지도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정신모형 회로 속에 남겨진 정서적 태그는 첫사랑에 빠졌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과 상황을 경험하는 상황이 되면 태그를 통해 기억 속에서 주기적으로 소환된다. 첫 사랑의 기억은 당사자의 머릿 속에 시시각각으로 소환되어 공테이프로 돌아간다. 첫 사랑을 마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당시 자신이 왜 헤여졌는지를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럴수록 태그는 강력하게 기억을 소환한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첫사랑이 뇌의 기억에 남긴 감정태그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신모형이 제대로 성숙되면 사라진다. 첫 사랑이 소환되는 이유는 세상을 충분히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모형 속에 태그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첫 사랑을 했던 장면에서 경험한 것과 비슷한 시그날에 직면하면 정신모형이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 태그만이 살아나서 그때의 애틋한 기억을 소환한다.

이런 첫 사랑의 흔적은 세상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신모형이 개발되고 이 정신모형 속에서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건강한 경험들을 축적해서 자신을 성숙시킬수록 희미해지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신모형이 개발되지 못하고 삶에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경험이 없을수록 더 강력한 태그로 남아서 자신을 이 기억 속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이럴수록 첫사랑의 스토리는 시시각각으로 나타나서 공테이프 돌듯이 18번으로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