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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인류 문화가 시작된 기원을 밤에 사람들이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둘러 앉아서 서로의 등을 지켜 주어가며 오늘 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것을 토대로 더 나은 내일에 대해서 상상했던 것에서 찾았다.

울타리는 진화론이 주장하는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불행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최고의 발명품이다. 처음 인간이 의존했던 울타리는 생물학적 DNA가 작동되는 혈연 등의 생물학적 울타리 였다. 하지만 인간은 혈연적 친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미래에 대한 서약을 통해 만든 가치와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냈다. 혈연적 울타리를 넘어서는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가 구축되자 자연선택 및 진화론과는 독립적으로 인간들이 주체가되는 공동체와 이들의 공진화론을 위한 새로운 운동장이 만들어졌다. 사회나 조직도 생물학적 DNA에 의해서 지배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성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시켰다. 인간 육신은 생물학적 유전 때문에 여전히 생물학적 진화론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위대한 점은 구축한 울타리와 문화를 통해 오래 전부터 그 영향력을 최소화시켰다는 점이다.

아직도 동물이나 자연 속의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해 진화론이 설명하는 막강한 설명력을 가진다. 자연환경과는 독립적인 환경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인간들에게 자연선택에 기반한 설명은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 수만년전에는 진화론과 자연선택의 지배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인간의 문화와 역사는 진화론과는 별개의 길을 걷고 있다. 시대착오적 진화론자들만 생물학적 진화론으로 가면을 바꿔 써가며 여전히 자연선택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지금 시대 진화론이 인간과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정도는 밀림에서 인간이 침팬지와 사촌으로 살고 있었을 원시시대의 신화 속 이야기만큼이나 과거에 고착되어 있다.

이들 진화론자들의 주장은 신을 과학과 싸움 붙혀 먹고사는 창조론자들의 주장만큼 비현실적이다. 창조론자들이 신의 지위를 과학의 지위로 강등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진화론자들은 인간을 지속적으로 동물로 강등시켰다. 이들이 주장하는 제 1원리인 자연선택도 동양철학 무의자연에서 주장하는 자연과의 조화가 아닌 자연과의 싸움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라는 왜곡된 프래임이 만든 결과다.

인간이 울타리 안에서 일하는 방식도 동물들도 사용하는 협동이 아니라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협업의 방식이다. 협업은 미래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공동목적을 위해 각자가 고유하게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업과는 달리 협동에는 서로간 개인 이득만 존재하고 공동의 목적이 없다. 진화론자들은 자연과 동물에서 발견되는 협동의 원형을 들어가며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지만 이것은 진화론자들의 학문적 왜곡일 뿐이다. 동물은 자신의 종족보전이라는 단일한 의도를 가지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인간은 의도를 미래의 한 곳으로 집중시켜 공동의 의도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은 협동은 인간 뿐 아니라 자연 동물에서도 보편적 현상이다.

친족선택(Kin selection)과 포용적합도(inclusive fitness)를 수학적 모형으로 제시해서 신진화론의 분수령을 만든 해밀턴(William Hamilton)의 질문도 이것이다. 왜 자연에도 협동이 가능한지를 설명한 것이다. 이들이 놓친 사실은 협동은 본래 본질이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협동이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서로 도움을 교환하는 행위이다. 상대의 생존과 안위는 협동 참가자들의 생각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실제 자연선택이 지배하는 동물과 식물세계도 서로 협동하는 종들이 생존가능성이 더 높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서로가 서로의 이기적 의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협동한다. 서로의 이기적 의도에 도움이 안 된다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협동할 인센티브가 없다.

협업은 협동과 다르다. 미래에 상상할 수 있는 것들만 협업에 참여한다. 미래 공동목적에 대한 약속이 존재하고 이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참여자가 고유하게 기여하는 것만 협업이다. 공동의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협업을 통해 각자는 공동목적에 대한 약속과 일차적으로 교류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는 목적에 대한 교류에 비해 부차적이다. 협업하기 위해 참여자들이 누구인지를 사전적으로 친밀하게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협업을 통해 미래를 실현하고 이 실현된 미래에 대한 긍정적 체험을 통해 개인간 신뢰와 협동을 발전시킨다. 인간들은 성공적인 협업의 결과를 통해 협동을 만들어낸다.

인간에게 협업이 전제되지 못한 협동은 힘 센 대상을 중심으로 정치적 거래일 뿐이다. 이런 협업이 없는 협동은 동물수준의 약육강식의 세상을 재현한다. 인간 조직에서도 협업이 없이 협동의 원리만 가동되고 있다면 이 조직은 이미 조직정치로 갈기 갈기 찢어진 조직이다. 협동은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전략이기 때문에 항상 그 대상이 많이 가진 권력자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서로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협동은 협상과 권력투쟁을 재생산한다.

동물이 아닌 인간만이 불을 다스린다. 인간은 불을 이용해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원시시대 불은 전기로 진화해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전기는 다시 원자력으로 진화해서 정보화시대의 기반을 형성했고, 원자력이라는 불은 다시 레이저의 불로 진화해서 지금의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왔다. 레이저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서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반도체의 세상이 구현된 것이다.

루소가 이야기한 울타리와 모닥불 원리는 현대의 문화와 조직원리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초우량기업은 혈연적 울타리를 넘어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사명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다. 이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구가하며 진화론이 자랑스러워하는 트로피인 다양성보다 더 다양한 구성원을 의도적으로 영입해 공동의 미래를 위해 협업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만의 모닥불도 살려서 전수한다. 모닥불은 기업에게 기술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어두운 밤을 따뜻하게 만들고 하늘에 떠 있는 북극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닥불이 만들어낸 기술의 발달에 취해서 모닥불의 원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잊고 살고 있다. 모닥불은 기술을 넘어 구성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우기도 하고 자신들이 가야할 미래에 가야할 곳에 대한 내러티브를 생산했다.

물론 지금도 인간은 몸을 통해 의도를 실현시켜야 하는 한 생물학적 DNA의 영향이 존재한다. 이런 진화론을 절대화시켜 우상숭배하는 조직과 인간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미래를 향한 생태계의 공진화라는 공동의 목적과는 다른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양육강생과 적자생존 원리를 신봉하는 집단과 사회다. 이들은 생태계의 공진화라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누가 미래 생태계에서 진정한 번성을 향유하는 주인공이 될 것인지는 자명하게 이미 결정된 문제다. 진화론의 망령을 이겨낸 집단과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