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후에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이들에게 소환된 나에 대한 기억이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나는 사후에도 이들 기억 속에 임재해서 나 자신을 부활 시킬 수 있을까?

천국을 종교적으로 해석하지만 실제 천국과 지옥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체험의 문제이다. 사후세계를 넘어 우리가 실제 경험하는 천국은 지금 현재에 소환된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부활한다.

작고하신 어떤 분이 남긴 기억이 내 머리 속에 천국같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면 이분을 기억할 때마다 천국이 부활한다. 이분에 대해 송환된 기억이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 천국의 행복한 체험을 선사한 것이다. 작고한 어떤 분에 대한 좋지 않은 악연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내가 이분에 대한 기억이 소환될 때마다 기억은 나에게 지옥을 부활시킨다. 우리가 체험하는 천국과 지옥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남겨준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오뚜기의 설립자 고 함태호 회장에 대한 미담을 다른 회장님께 들은 적이 있어서 이 기사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하늘나라에 계신 고 함태호 회장이 자신의 아들 함영준을 어떻게 볼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함영준 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기자: 함연지씨는 자신의 유튜버 활동을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보고 ‘놀고 있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인 함 회장에 대해선 뭐라고 할 것 같나.

함영준 회장: “우리 삼 남매가 ‘아버지가 천국에 가서 엄마를 만났을 때 두 분이 무슨 얘기를 제일 먼저 했을까’ 이야기한 적 있다. 내가 ‘당연히 내 얘기지’라고 했다. 내가 20대 중반부터 50세까지 몸이 많이 아팠다. ‘내가 내일 깨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잠든 적도 있다. 그런데 다 나았다. 아버지가 천국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 ‘영준이 병 다 나았어’ 하셨을 것 같다. 두 분이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계시지 않을까.”

고 함태호 회장은 지금 함영준 회장과 가족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천국을 선사한 것이다.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자식들이 기억할 때마다 아버지에게 지금도 사랑받는 삶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랑받는 천국에 대한 체험은 이들 가족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을 일인칭 주체로 불끈 불끈 일으켜 세울 것이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런 가족들의 행복한 현세의 삶을 지켜보는 고인도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흐뭇하게 지켜보는 고인도 천국의 삶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진성리더십에는 자신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한 상태를 유산으로 남기는 삶을 중요시한다. 진성리더를 사랑했던 후세는 진성리더가 남긴 유산을 삶의 날줄로 삼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스토리를 씨줄로 자신만의 삶을 피륙한다. 이분이 유산으로 남겨준 천국의 삶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엮어간다. 결국 자신도 죽는 순간 자신이 실현시킨 밈(Meme)을 남들이 날줄로 채택할 수 있도록 남겨줄 것이다. 자신이 남긴 유산이 후세에 의해 날줄로 채택되는 순간 자신은 이들 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삶을 이어간다. 후세에게 좋은 유산을 남기는 일은 남은 이들에게 천국을 선사하는 엄중한 일이다.

우리는 태어날 아이에게 태교를 강조하지만 자신이 남긴 천국에 대한 유산이 후세들에게 기억으로 부활되서 이들의 남은 삶을 사랑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힘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산은 후세의 기억 속에 천국을 부활시켜 이들 삶의 든든한 뒷배경을 구성할 것이다. 유산으로 남겨진 천국은 아이에 대한 태교(胎敎)에 대비되는 후교(後敎)를 구성한다. 태교가 태어날 어린이에게 세워준 사전 학교라면 후교는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고인이 물려준 학교인 셈이다.

오뚜기 일가가 체험하는 천국이 우리들의 가족들의 일상에서도 체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