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리더가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은 어떤 것일까? 모든 리더십 학자들이 동의하는 역량은 세가지다. 미래에 대한 비전,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품성이다.

리더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변화의 목적지를 생생하게 그려줄 수 있는 비전제시 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제시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리더라기보다는 공상가이기 때문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비전과 능력은 리더라면 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조건이다. 비전과 능력과는 달리 품성은 리더 중 진성리더와 유사리더를 구별해주는 기준이다. 품성은 리더십의 충분조건에 해당한다.

소위 리더가 능력과 품성 중 하나만 선택하거나 둘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능력과 비전은 리더십의 필요조건이고 품성은 리더십의 충분조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리더라면 비전과 능력을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두 조건을 충족한 리더 중 품성의 유무를 놓고 최종 진성리더를 선정해야 맞다.

품성이란 리더가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실현하는 삶이 외재적으로도 발현되고 내재적으로도 성숙된 경우를 의미한다. 마음씨만 착한 것은 품성을 구성하지 못한다. 리더가 품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고유한 목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차별적 목적이 내재화되어 있어서 삶의 장면을 만날 때 마다 이 목적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품성은 목적과 연관된 스토리를 일관되게 만들 수 있는 플롯박스를 의미한다.

품성이 있는 사람들은 목적과 관련해서 자신에게 하는 약속과 구성원들에게 하는 약속이 같은 사람이다. 이들의 삶은 목적과 관련된 일관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품성이 있는 리더는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누적되어 리더를 도와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뢰잔고를 축적한다. 품성이 있는 리더가 자신의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유사리더들보다 생산적인 것은 바로 이 신뢰자본의 역할이다. 리더의 품성은 신뢰잔고의 보증수표이다.

품성을 갖춘 리더와 같이 일하는 것이 장기적 거래에서 더 생산적이고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지적한 이론이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Williamson의 거래비용이론이다. 윌리엄스의 거래비용이론은 계량경제학을 토대로한 신고전경제학파를 넘어선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를 만들었다. 윌리엄슨 이후의 대부분의 노벨경제학상은 고전경제학이 아닌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킨 것이다.

윌리엄스의 거래비용이론에 따르면 품성을 가지고 있는 리더와 거래하는 것은 도덕성을 넘어 부하에게도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 리더와 부하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도와주는 대신 어떤 경제적 이득을 주고 받을 것인지를 계약한다. 리더는 리더십 시장에서 부하들에게 비전에 대한 통찰력이나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파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비전과 능력을 가진 리더가 거래에 신의를 지키지 못할 경우 생기는 손해다. 이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리더나 부하가 쓰는 모든 비용은 거래비용이다.

리더가 품성이 있어서 신뢰잔고가 쌓이게 되면 부하와의 거래에서도 담보나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다. 거래비용은 서로간 신의를 지킬 수 없을 가능성 때문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외로 들어가야 하는 담보 비용이다.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뇌물을 주어야 한다면 뇌물도 거래비용이다. 노조의 임금협상처럼 계약을 위해 피나는 협상을 해야한다면 이 협상에 들어가는 정서적 소진도 다 거래비용이다. 신뢰잔고가 없는 사람끼리 행해지는 년 단위 계약을 넘어선 장기적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거래비용은 복리로 올라간다. 대장동 게이트에서 고문들에게 했듯이 당장 현금으로 지불할 수 없다면 미래 지분을 넘겨주어야한다.

품성을 갖춘 리더와 부하와의 거래는 지금 현금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도 언젠가는 더 큰 금액으로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의를 담보로 삼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다. 특별하게 금전적 담보를 설정하지 않아도 장기적 사업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할 수 있다. 반면 품성의 결여로 신뢰잔고가 떨어지는 리더와 거래하는 부하는 자신의 리더의 탐욕이 제어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더 큰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던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한 더 큰 담보를 요구한다. 품성이 결여된 리더가 장기적 프로젝트에유능한 부하들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거래비용을 복리로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품성이 결여된 유사리더와의 거래는 시장거래처럼 단기적 거래로 종결된다. 탐욕을 숨긴 리더라면 이런 금전적 손해를 감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품성이 있는 리더와의 거래가 품성이 없는 리더와의 거래보다 더 생산적인 이유는 거래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복리로 청구되는 장기적 거래에서 거래비용은 자신의 것을 더 챙기려는 탐욕을 숨긴 리더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은 아니다. 능력과 비전은 있지만 품성이 결여된 유사리더가 포진된 회사에서 모든 모든 거래가 단기화 거래로 수렴하는 이유는 거래비용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변화가 상수인 시대에 품성에 기반한 신뢰잔고가 없는 리더와의 거래비용은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번 대선 후보의 선택에서 국민들은 리더의 필요조건인 능력 혹은 비전과 충분조건인 품성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리더라고 불리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은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통과한 리더의 모집단이 구성되면 본선에서 검증되어야 할 것이 품성이다. 비전과 능력이 리더십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가격이라면 품성은 일반가격이 내포하는 가치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 후보의 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과거의 행동거지를 인용한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과거의 행동이 확증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품성을 신의 절대적 품성처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점이 없어야 하는 신의 품성에 반해 과거 행동거지는 결점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품성을 증명하는 방식은 절대품성을 갖춘 신과는 다르다. 인간은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인간은 실수를 할 뿐 아니라 이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품성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품성은 과거의 잘못을 자복하고 반성해가며 과거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되어감에 의해서 결정된다. 만델라가 지적하고 있듯이 리더란 스스로를 "학습하는 죄인"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처음에는 일반사람들처럼 미숙함을 가지고 많은 윤리적 실수를 저질렀다.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 중 누가 이런 되어감의 품성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국민들의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습하는 죄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불운한 역사는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