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혁신 기업의 리더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혁신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어떻게 혁신기업을 창안하고, 디자인하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며 조직을 이끌어가는가? 이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무슨 고민과 생각을 하고,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해졌다.

나는 단 한번도 창업을 꿈꿔 본적이 없었다. 그것이 내 길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들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해 보고 싶었던 일을, 멈출 수 없는 열정으로 시작한, 하지만 험난하고 새로운 여정의 과정을 담담히 꺼내 놓을 뿐이다.

혁신 기업을 이끌고 있는 많은 경영자들은 모두 자기만의 대본과 스토리를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의 다이어리에는 무엇을 적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내일을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지를 엿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돌아 보고 싶었다

체험하고 공감하다

혁신가들의 다양한 창업 스토리에서 만난 첫 시작은 그들이 경험한 삶의 체험이었다. 의외로 혁신 기업을 창업한 많은 경영자들은 처음부터 사업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조차 이렇게 사업을 시작할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 쉽지 않고 어려운 창업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그들의 체험을 통한 각성이 존재한다.

"학생 때 인도 여행을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가 찍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보고 너무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그게 소용이 없는 거에요. 그곳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거든요. 지금같은 21세기에 전기가 없는 곳이 있다니, 놀랍고 충격이지만 그것은 현실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알아보니 아직 전세계 인구의 1/3은 전기가 닿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도 전기가 닿지 않은 곳에서 수 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구나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를 한번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있는데요, 어릴 때 딸 아이가 아파서 울산에 있는 대학병원을 갔는데요, 대학병원에서 조차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형 전문병원에 갔는데도 거기서 조차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마도 환경으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원인도 모르고 아파서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하나씩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관공서에 가서 물어보고, 대학교수, 전문기관을 방문하며 문제의 원인과 대안이 무엇인지 찾고, 혼자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지네요"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

"어느 날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그 아이가 휠체어에 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딸 아이 친구에게 휠체어로 다니기 어렵지 않은지를 물어 보니, 이게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서 거의 밖의 출입과 이동이 어렵다는 거에요. 그러면 전동 휠체어를 타면 어떠냐고 물어보니, 전동 휠체어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차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학교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그 외 밖은 수동식 휠체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수동식 휠체어는 사용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현실적으로 이동이 쉽지 않다 보니 자신의 의지대로 어디를 가본적이 없다는 거에요. 그뿐 아니라 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이차 장애로도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 아이들에게도 우리 딸 아이처럼 집 밖의 세상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토도웍스 심재신 대표)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불편과 아픔을 경험한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고, 아직 세상에 없는 기술의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한계일 수도 있는 수 많은 현실에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문제를 아쉬워한다. 심지어 문제인식 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원래부터 안되었던 것이니까 불편감 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은 그러한 현실의 아픔을 민감하게 센싱(sensing)하고, 체험한다. 그리고 그 불편, 부조리, 아픔은 해결해야 할 일로 보고 관심을 갖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혁신을 이루는 핵심 중 하나는 Compassion 공감 이라고 한다. Compassion은 Com과 Passion이 결합된 단어다. Passion은 보통 ‘열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뜻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통’이다. Compassion이란 바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그저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Compassion을 통해 세상에 한 뼘, 한 발자국, 벽돌 하나의 기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의 불편과 아픔을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작은 시도가 이들을 혁신가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이끄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스타트업만의 일은 아니다. 1980-90년대 IT의 혁신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는 2000년대를 넘어가며 성장이 멈춘다. 서로에게 총질하는 문화로 더 이상 혁신이 사라진 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런데 이 기업이 2014년 이후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사티아 나델리라는 새로운 CEO의 새로운 철학과 가치가 회사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사티아 나델라는 CEO 취임 후 기술 기업으로서 공감을 강조한다. 고객에 대한 공감을 토대로 기술이 접목될 때 새로운 성장이 시작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고민과 아픔 pain-point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갖는다. 사티아 나델라는 고위 임원 미팅을 하면서 매출 목표와 성과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 심리상담사를 초청해 이로 하여금 구성원, 고객의 열망과 아픔에 먼저 깊게 공감할 것을 논의한다. 구성원이 이 회사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체험하는지, 그들은 어떤 미래와 변화를 기대하는지, 이들의 열망을 위해 회사는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리더로서 자신들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러한 공감은 새로운 변화를 움직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성장을 시작했고, 조직문화도 기존과 전혀 다른 회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회를 보다

그런데 이들이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삶의 체험 과정에서 ‘공감’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픔과 불편은 해결해야 할 사명이지만, 그 안에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있었던 것이고, 이들은 이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업적으로도 너무나 큰 기회가 있다는 걸 본거에요. 그런데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벤치마킹할 사례나, 성공사례 등을 찾는데, 아직 세상에 없는 기회이고 시장이라 보여줄 수가 없는 거에요. 유일한 방법은 실현시켜서 보여주는 것 밖에 없겠더라구요"

"연구를 해 보니, 대략 10년 전 부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아직 시장이 열리기 전이었어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체험하고, 다른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았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보았던 그 미래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데는 험난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기존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방식과 가치를, 그 기회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고 납득이 되도록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새로운 근대화로 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가 있다. 이때 일본인 중 일부가 당시 교역을 하고 개방 요구가 있었던 네덜란드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 이들은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고, 그곳에서 중국 중심의 동양에서 보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물과 발전의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서방과 적으로 만나 싸워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들과 오히려 협력해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일본에 돌아와서 그들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이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들이 본 그것을, 전혀 보지 않았던 다른 이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 나는 분명히 새로운 변화의 신호를 보았는데, 그 신호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혁신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본다. 이들은 분명하게 본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 기회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과거에 없던 일들이니까, 어느 누구도 사례가 없다 보니까. 결국 자신들이 만들어서 증명하지 않으면, 결과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이 일은 설명될 수가 없는 일들이다.

한결같이 혁신가들이 말하는 장면은, 그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일상 생활에서 늘 부딪히는 경험에서, 그것을 해결해야겠다는 Compassion의 경험과, 그것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기회를 보는 사람. 이들이 혁신가이다. 거창한 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만들겠다거나,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기존 보다 딱 한 뼘, 한 발, 한 장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 헌신하고 기여하고 의미를 만들고자 하는 관심과 노력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보고 만들어 내는 사람이 세상을 한 발자국 앞으로 전진하게 이끈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살아간다.

나는 지금 일상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가?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이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아픔과 불편, 부조리는 무엇인가?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compassion은 무엇인가?

나는 이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