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인간이 적응해갈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고 있다. 디지털 특이점을 향해 치닫는 세상의 변화속도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정상적인 인간이 혼자의 힘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따라잡는 노력을 멈추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나 조직이나 환경이 변화했는데 여기에 맞추어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신만 도태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함수는 도태되지 않는 것이다. 이 목적함수에 따라 세상이 복잡해지고 빨리 변할수록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더 정밀하게 스캔하고 남들보다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경쟁에 몰입해야 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적자생존을 더 크게 외쳐가며 점점 더 외부의 변화에 더 올인한다. 외부환경에 초점을 맞춰 이것저것 정밀하게 준비하고 적응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걸린 골리앗으로 변해버린다. 쓰러진 골리앗을 해부해보면 세상 변화에 적응하는 것과 관련한 갖가지 역량, 기법, 지식, 노하우로 중무장하고 있다. 골리앗의 쓰러진 이유는 열심히 적응해서 살다가 치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역설적인 현상의 시작은 역량의 독재(Tyranny of competence)이다. 역량이란 한번 여기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바꿔타기가 힘들다. 마치 자건거를 타고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앞만보고 달려 왔는데 잘못된 길로 달려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상황을 바꾸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자전거를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엄중함과 자전거가 멈춰서는 순간 자전거가 쓰러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역량의 독재에 걸려든 순간 더 무서운 일이 다가온다. 필요없는 역량의 옷을 벗어버리기보다는 죽은 역량이라도 긁어모아 역량을 갑옷으로 만들어 입는다. 결국 자신을 골리앗으로 변모시킨다. 역설적으로 이런 자신을 보호해주는 골리앗의 갑옷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어느 순간 이 갑옷의 무게가 스스로가 지탱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갑옷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된다. 변화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무장한 것들이 오히려 변화에 대한 민첩성을 떨어트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자신을 움직일 수 없는 골리앗은 멀어져가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지독한 근시환자가 된다.

먼시야를 볼수없는 골리앗은 순간 순간 엄습하는 불안을 지울 수 없다. 불안을 느끼는 순간 자신은 자신만의 감옥을 만들어서 이 속에 자신을 가두고 세상은 위험하니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이라도 열심히 지키자고 설득한다. 자신이 만든 정신모형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자신이 간수역할도 하고 죄수역할도 한다. 자신을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가둔 순간 스스로가 자신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감옥속에 숨어서 세상을 비난하고 폄하하고 자신을 방어하고 18번을 옹호하는 기제로 자신을 전락시킨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죽어감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경험과 역량이 아무리 뛰어났어도 쓸모 없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쓰러진 골리앗에게 세상은 냉정하게 관심을 끊는다.

치매걸린 골리앗은 기업이 몰락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미래를 잃고 몰락하는 일반 사람들에게서도 보이는 전형적 현상이다. 역설적으로 치매걸린 골리앗은 밀레니엄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이들은 유래가 없을 정도의 스팩으로 중무장하고 세상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는 와중에 자신의 정체성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다. 치매걸린 골리앗으로 전락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가장 나이가 어린 치매환자들이다. 치매 증세가 특히 심한 밀레니엄 세대를 비롯해서 현대인들이라면 이런 역량의 독재가 가하는 고통과 쇄락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장본인들은 자신이 왜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 하는지 원인도 모른다. 본인이 치매에 걸려 있으면서 치매환자인지도 모르고 불안에 떨고 있다.

초연결 디지털 세상은 초뷰카로 변화하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 새로운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 길 잃음이 상수가 된 세상이다. 문제는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이 길 잃은 지점이 어느 지점인지 좌표를 찍어줄 수 있는 나침반이 없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침반으로 자신의 좌표를 다시 찍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이 지점을 중심으로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낸다. 삶이 애자일하다는 것은 이런 나침반이 있어서 길을 잃어도 언제던지 다시 지도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향유하는 근원적 자신감의 원천은 길을 잃어도 언제든지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힘에 있다.

현상학적 입장에서 분석해보면 이런 문제는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만 내달리는 의식을 제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밖의 세상에 보낸 자신의 의식의 전령사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아서 스스로 노심초사해서 이 전령사를 찾아나선 형국이다. 후서얼에 따르면 제대로 된 의식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자유롭게 투기되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자아에게 자유롭게 되돌아올 수 있을 때 최고의 건강성을 유지한다. 자신의 의식을 투기되었던 사물에게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은 의식의 방향전환의 문제여서 쉽지는 않다. 마치 길을 잃었음을 직감하면서도 타고난 본능은 자전거 패달을 돌리라고 명하고 이 명령을 따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의 회오리에 빠져 헤여나오지 못하는 것도 잃어버린 의식을 못 찾고 찾기 위해 방황히는 행위이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선교사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선교사가 원주민과 같이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달리니 원주민이 달리기를 멈춰섰다는 것이다. 선교사가 왜 멈추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원주민이 대답하기를 너무 빨리 달려서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 영혼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원주민은 몸을 돌려 길 잃은 영혼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변화에 시달려서 밖으로만 치달리는 삶에 익숙해지면 가끔은 자신을 잃어버려서 방향을 의도적으로 전환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기다려야 한다. 인간 의식의 본질은 감옥에 갇혀지냄을 거부하는 자유이다. 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힘은 때때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근력을 가졌는지다. 뛰어난 사람은 밖으로도 달려가면서 틈날 때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으로도 달려가는 방향전환의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이다. 실제 글로벌 기업의 뛰어난 CEO들의 공통점은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누구인지 잃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보낸다는 그린피크 연구도 있다.

명상이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도 결국은 밖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의식에 멈춤의 근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명상은 외부세계로 달려감을 멈추게 하는 훈련이다. 잃어버린 내부세상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외부 세상에 대한 괄호치기(Bracketing)가 필요한데 명상이 이 과정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밖으로 내달리는 의식을 성공적으로 멈추게 했다해도 안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자동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달리는 것을 멈춘 사람이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안으로 깊이 뛰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은 또 다른 능력이다. 진성리더들이 가진 자아인식과 자기규제의 능력이다.

명상을 배우지 못한 나는 외부로 내달리는 의식이 너무 과열되고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낮잠을 청한다. 잠을 잘 수 없다면 아무 것도 몸에 지니지 않고 산책에 나선다. 산책은 걸어다니는 명상이다. 인간에게 잠이나 산책이라도 없었다면 인간은 외부로 치닫는 역량의 독제에 시달려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역량의 과열된 엔진에 불을 끄지 못해 모두 번 아웃되는 삶을 면치못할 것이다. 잠과 산책만큼 외부로 치닫는 의식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끊어내는 발명품은 없다. 명상을 배우지 못했다면 잠과 산책만이 건강한 삶을 위한 최고의 보약인 셈이다.

최근 Science지는 잠에 대한 연구 몇 편을 출간했다. 이 연구들을 보면 깊은 잠(Deep Sleep)에 빠져들 때 CSF(colorless cerebro spinal fluid)가 분출되어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단백질 찌꺼기들을 제거하거나 필요한 것들을 다시 정비하는 House Keeping 일을 한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의식이 외부로 향해 가속도를 가지고 치닫는 역량의 독제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사람들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이다. 연예인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대본을 혼신을 다해 연기할수록 자신을 잃는다. 이들이 프로토폴에 의지하는 것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외부로 치닫는 의식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역량의 독재를 벗어나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고통을 스스로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토폴이 처방하는 잠을 통해서라도 이것을 끊어내려고 고육책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