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갈망하는 미래는 제논의 역설처럼 시간을 따라가는 방법으로는 절대로 체험할 수 없다. 제논은 세상에 가장 빠른 아킬레스도 거북이의 뒤를 따라가는 방법으로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역설을 제기한다.

시간을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제논의 역설처럼 자기 앞에 고기덩어리를 놓고 달리는 그레이하운드가 된다. 따라가면 간만큼 미래는 이미 달아나 있다. 남이 잘 만들어 놓은 것을 벤치마킹으로 따라잡는 벤치마킹으로 미래를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시간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초격차 운운해가며 따라오는 사람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방법으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인쉬타인의 Deep Time에 따르면 과거나 미래는 모두 현재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 속에서는 과거를 체험할 방법이 없지만 현재에 와서 과거를 기억함에 의해서 과거는 체험된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상상이 현실에서 구현될 때 미래가 체험되는 것이다. 아무리 현명한 인간도 현재를 떠나 과거를 체험하고 현재를 떠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래와 과거는 이 시간을 현재화함을 통해서 현재의 시간 속에서 체험된 것이다. 미래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현재로 불러 들이는 것을 통해 구현된다.

제대로된 역사는 미래와 과거가 현재를 통해서 화합할 때만 체험할 수 있다, 화합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로 불러들여야 한다.

역사적 진보란 미래에 실현될 유산과 과거로부터 받은 유산을 현재로 가져와 과거를 날줄로 미래를 씨줄로 삼아 현재를 바꾸는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통해서이다. 현재화되지 못한 미래는 공상일 뿐이다. 현재화 하지 못한 과거는 뒷다리를 잡는 물귀신에 불과할 뿐이다.

미래란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유산이 현재를 통해 새로운 씨앗을 만들고 이 씨앗을 통해 과일나무와 과일을 만들었을 때 이 과일을 통해서만 증명된다. 미래의 과일을 만들어 현재의 사람들에게 이것이 미래입니다라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시간을 앞서서 미래를 체험한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은 4-5년 후에나 맛볼 수 있는 과일을 지금 현재에 맛본 경험이 있다는 고백을 한다.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하는데 제대로 성공한 것이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에서 남들은 5년 후에 만들 수 있는 과일을 만들어 고객에게 체험시킨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들은 현재를 통해 5년의 미래를 창출한 것이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가 5년 앞당겨 체험하게 한 뉴노멀이 많은 회사들에 의해 벤치마킹되어 일반적 회사도 다 그 과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인 노멀이 되었다면 5년이라는 시간이 이들이 현재를 통해 만들어낸 미래의 시간이다. 미래란 현재에서 뉴노멀이 노멀로 다시 정착되는 시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노멀로 전환되었을 때 이런 회사들을 벤치마킹한다면 이것은 이미 지난 과거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지 미래를 따라잡는 행위는 아니다.

오늘은 과거의 시인들이 실현시키기 위해 그렇게 열망하던 미래였다. 하지만 시인들의 열망만 있고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실험하는 사람들의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재는 과거에서 머물고 있었을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친 <카르페디엠 Carpe Diem, 즉 현재를 잡아라 Seize the Present>의 원리는 과거의 소중한 것과 미래에 소중한 것을 현재로 가져와 현재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실험하고 혁신하라는 조언이다. 카르페디엠을 단순히 "현재를 즐겨라"라고 번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시인들이 간절히 열망했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혁신하고 실험하는 치열한 현재를 주문하는 것이 카르페디엄의 본질이다. 젊은이들의 현재를 통해 혁신하고 실험하는 행동이 없다면 미래는 그냥 죽은 시인들의 무덤만 즐비한 세상으로 전락한다는 경고이다. 카르페디엠은 현재를 즐기라는 주문이 아니라 현재를 허송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카르페디엄은 우리 기성세대가 MZ 세대에게 주문해야 할 시대적 정언명령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MZ 세대가 미래의 시간을 무작정 벤치마킹해가며 따라가는 동안 카르페디엄을 잃어버린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죽은 시인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미래를 꿈꾸었던 시인들을 열망을 지금 혁신과 실험으로 살려내는 것이 카르페디엄이다. 이들을 죽음의 무덤에서 깨워 부활시키는 것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