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는 사랑한다는 핑게로 자신이 규정하는 모범생 모드를 자식들에게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하는 우를 범한다. 사랑을 가장하는 이유는 부모가 성취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회한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숨겨진 욕망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짜 옷을 입은 것이다.

부모의 가스라이팅이 성공해 아이가 부모의 모범생 범주에 성공적으로 갇히는 순간 아이의 정체성과 이 정체성을 실현해주는 아이의 손과 발은 저절로 잘려나간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부모의 열망을 실현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타인의 열망 때문에 자신의 몸을 자발적으로 일으켜 세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 삶과도 거리가 멀다. 자신이 쓴 삶의 주인공 대본이 아닌 남이 주인공인 머슴의 삶을 대신 살기 때문이다. 설사 부모의 전폭적 경제적 지원으로 직업적 성취에 도달해도 이들은 직업을 통해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은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영향력의 거품이 빠지는 사십 중반쯤 이들은 고유한 정체성 부재로 반드시 중년의 사춘기를 경험한다. 늦게 겪는 사춘기는 삶을 황폐화시킨다.

아이가 부모의 대리인이 아니라 자신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일인칭 대본을 쓰도록 격려해주는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는 부모다. 아이의 고통에 대해 귀기울여주고 아이가 춤추고 싶을 때 같이 춤춰줄 수 있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아닌 아이를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