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한 방의 100M 달리기라고 생각해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1등으로 들어왔는데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판이 수고했다면서 이런 100M 경기를 앞으로 10000번을 더해야 경주가 끝난다는 삶의 비밀을 알려준다. 우수한 순위로 들어온 순서대로 더 강한 맨붕에 빠져 극심한 공황장애를 경험한다.

실제 마지막 학기만을 남긴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를 놓고 경쟁하는 레이스에서 마침내 해방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젖먹은 힘까지 내며 마지막 시험에 사력을 다한다. 이들은 일부는 졸업과 동시 눈앞에 공부가 어른거리는 것도 싫어서 교과서를 다 불사라버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실제 이들은 대부분은 공부에서 완벽하게 해방되기 위해 책을 후배들에게 판다. 이들에게 대학까지 공부 경쟁은 연습경기였을 뿐이고 실제 목숨을 건 공부경쟁은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딪는 순간 다시 시작해서 죽는 순간까지 계속된다는 비밀을 알려주면 경악한다.

심판이 삶은 100M 경주가 만번이 반복되는 장거리 경주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음에도 사람들은 기억상실증에 걸린듯 매번 100M 단거리 경기하듯 달린다. 결국 3-4번의 경주를 치루고 우승한 순서대로 기진맥진해서 쓰러진다.

실제 토끼와 거북이를 이런 장거리 경기에 참여시키면 거북이가 항상 이기는 이유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목적함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토끼의 목적함수는 단거리 경주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런 단거리 목적함수으로 장거리 경기에 임하면 매 경기의 경험이 다음 경기에 대한 노하우로 전수되지 못하고 매 경기 때마다 이전 경험이 리셋된다. 거북이는 장거리 경주의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근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거북이는 장거리 경주를 위한 근력이 축적되면 경기 후반부에서 속도는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있다는 것을 안다.

토끼와 거북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신자유주의와 신고전경제학은 단거리 경주와 매 게임이 리셋되는 토끼의 목적함수를 기업과 사람들에게 강매해왔다. 신자유주의에 쇄뇌당한 기업의 HR도 매 년을 분기로 나눠 사람들에게 단거리 경주를 시키고 경기결과를 회사의 상황판에 공지시켜가며 종업원을 독려해왔다. 이런 초단기적 경기는 전략적 목표라는 이름으로 매 해마다 다시 리셋된다. 이 초단기 경기에서는 우승과 성공만 부각된다. 실패의 경험은 의도적으로 숨겨져 학습되지 못한다. 이런 기업에서 10년 20년을 근무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토끼의 목적함수를 주변과 자식들에게도 전수한다. 장거리 경주에 토끼의 목적함수를 적용하는 순간 삶은 시지프스 돌굴리기로 전락한다. 이들 삶의 종착역은 번아웃이다. 어느 순간 삶의 생동감을 잃는다. 토끼의 목적함수로 삶의 장거리 경주를 완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사는 것은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고통이다. 산다기보다는 생명을 연명하고 있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삶을 평범한 장거리 마라톤 경기라기보다는 산악 마라톤 경주와 비슷하다. 산악 마라톤은 더 다이내믹하다. 특정한 정상을 빨리 정복하는 등정과 산악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목적함수가 다르다. 큰 성공으로 대박을 친 사람들은 삶의 완주를 한 산을 정복하는 개념으로 오해한다. 이들은 한 산을 정복하자마자 곧 바로 다른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고 곧바로 탈진한다.

삶을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종주로 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더 긍정적이다. 인생을 한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겨우 한방 끝냈는데 앞으로 수없이 놓여있는 경주는 어떻게 끝낼 것이지에 대한 걱정이 태산같다. 종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이번 경기로 최소한의 근육을 만들었으니 다음 경기는 더욱 쉬워질거야. 마지막 경기는 바람처럼 질주할 수 있을거야라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다독인다. 이들은 한 봉우리를 넘었기 때문에 다른 봉우리도 쉽게 넘어 갈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들에게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확신이 있다.

삶을 산악 마라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첫 산을 넘었을 때 만든 근력을 다음 산을 넘는데 지룃대로 사용한다. 산을 넘을 때마다 근력이 축적되어 산을 종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점점 불어난다.

종주에 대한 생각 없이 비전만 가지고 한 봉우리에 온갖 힘을 써서 도달했을 때 큰 희열을 느끼겠지만 이 희열 뒤에 찾아오는 골짜기의 깊이는 보통사람들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깊다. 산을 정복했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봉우리를 가기 위해 골짜기를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더 큰 걱정을 가져온다. 이들의 정상정복 비전은 한 봉우리를 정복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정복 후에는 골짜기를 내려가 다른 산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 봉우리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나태함의 원천이 된다. 이들이 봉착한 더 큰 문제는 지금 정복한 산보다 더 높은 산을 오르는 희망을 이야기해도 실제로 오르지는 않는다. 이들이 전력을 다해 첫 산을 정복했어도 다음 산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근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에베르스트 산을 정복하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이 희망을 실현하지는 못한다. 근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올라온 첫 산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산을 올라온 거북이들에게 추월당한다.

역설적으로 비전에 경도된 사람들은 한 봉우리를 정복했기 때문에 결국 종주를 포기한다. 이 원리는 비전에 경도된 리더들과 기업들이 왜 대박을 치고 힘없이 무너졌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들에게 대박은 실패의 어머니다.

진성리더는 비전은 사명이라는 삶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기착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산악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첫 대박은 신기루이고 진짜 꿈을 보기 위해서는 비전의 산을 넘어 계곡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들이다. 일반 사람들은 삶이 종주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급해서 보폭을 늘이고 속도를 내지만 진성리더는 급할수록 속도와 보폭을 줄이는 자기절제력을 발휘한다. 한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목표와 목표 사이의 차이의 간극을 출이는 반복이 결국 종착역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차이의 반복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속도가 아니라 근력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산악 마라톤과 같은 삶의 여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력과 근력이다. 지구력과 근력은 목표와 목표 사이의 차이를 더 잘게 쪼개는 보폭줄임을 통해 만들어진다. 삶의 근원적 변화는 보폭줄임을 통해 작은 차이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축적된다.

바쁘고 먼거리를 가야할수록 조바심으로 튀쳐 나가는 마음을 되돌려서 보폭줄임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