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생장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아픔과 직면한다는 이야기다. 이 아픔과 직면해서 아픔으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이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일으켜 세울 때 생장을 위한 변화의 여정이 시작된다.

몸은 자연스럽게 크지만 커가는 몸만큼 정신적 성숙은 더디게 따라온다. 커가는 몸에 비해 덜 성숙한 정신 때문에 살아가면서 많은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사건이 발생한다.

심리학에서는 이 미제사건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성인아이라고 칭한다. 성인 아이는 꼬임(complex 컴플랙스)의 원천이다. 정신을 차리고 살 때는 이 성인아이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무의식 상황에서나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는 이 성인아이가 밖으로 드러나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성인아이는 내 정신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 생긴 나의 사생아이고 나의 고통이고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 누구에게나 있다.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사건들 대부분은 이 성인아이가 장본인을 장악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성인아이는 잘못된 밈(Meme)으로 작동하여 각종 사건사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낸다. 성인아이가 힘이 쎄질수록 세상에 대한 긍정적 일탈인 미담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삶을 산다.

성인아이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미숙한 망나니 아들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아들 때문에 부모가 느끼는 고통과 비슷한 고통을 체감하게 한다. 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자신이 발명해낸 진통제나 마약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에 의존하지 않는 정상적 사람이라면 이 성인아이에 대한 고통을 해결해가며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성인아이 때문에 느끼는 고통은 우리에게 편재된 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냄비 속에 삶아죽어가는 개구리 신세다. 냄비 속의 개구리는 세상의 온도가 점점 높아짐에도 자신은 변화를 따라 잡았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쉴드를 쳐가며 버티다가 온도가 비등점이 되어도 튀쳐나오지 못한다. 온도가 비등점에 이르면 생각은 나와야한다고 외치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펄펄 끓는 물에 삶아죽어가는 자신의 고통을 관조하고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금 시대의 변화는 속도 뿐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강도를 가지고 시시각각으로 찾아온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고 일어나고 있고,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등 모든 변화에는 초짜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죽어가는 모습은 삶아죽는 개구리가 아니라 급사하는 개구리이다. 평소 변화에 쫓겨 건강한 삶과 거리가 먼 삶의 훈장인 혈압, 당뇨, 비만의 삶을 가진 사람들이 고통의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귀엽던 성인아이가 점점 기형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형화된 성인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이 우리 미래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면 지금 사는 삶의 방식에 근원적 변화가 선제되어야 한다. 지금 변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고통과 죽음일 것이다.

나의 삶에 고유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런 예정된 고통의 심연에서 헤매일 나를 소생시키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사랑받는 존재로 축복 속에서 태어났다. 이런 사랑스러운 존재가 기형화된 성인아이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신화적 비극이다. 이런 신화적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것의 열쇠인 고통의 실체를 각성하는 사람들만이 자신을 소생시키는 삶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혁신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혁신의 원천에는 누군가의 근원적 고통이 숨겨져 있다.

이 고통을 가진 자신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긍휼(compassion)이다. 긍휼의 어원은 Passion(고통)을 Com(함께)하다이다. 내 자신의 고통도 자신의 분신임을 알고 온전하게 사랑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만 자신을 혁신하는 일에 성공한다. 긍휼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서 기대하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혁신은 고객이 가진 아픔을 내 아픔으로 내재화하고 이것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몸으로 나서는 행동이다. 기업이 혁신을 잃어버린 이유는 이런 고객 고통의 본질을 보고 고객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고객의 고통을 직면하여 혁신하지 못하는 회사가 내거는 구호가 고객만족이다. 고객만족이란 이름으로 고객의 아픔의 원인은 외면하고 아프다는 고객에게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처방하고 아픔을 고쳤다고 주장하는 사기행각이다. 고객만족은 혁신에 대한 직무유기다. 혁신의 열정을 살리려면 고객만족이라는 거짓구호를 벗어지고 고객의 진짜 고통의 무엇인지를 다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랑의 본질은 멋진 것 아름다운 것 자랑스러운 것, 재능이 발휘되는 것,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온전하게 긍휼하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것들에 대한 사랑의 편애가 결국은 지금같은 성인아이를 키웠다. 긍휼감이 없다는 것은 멋진 자신에 대한 편애 뿐 아니라 아픈 자신을 멀리하고 밀어내고 차별하는 편견을 만든다. 자신이 자신에 대해 만들어낸 모든 편견은 긍휼의 부재 때문에 생긴다.

긍휼의 사랑을 복원하는 일만이 자신을 제대로 일으켜 세워 제대로된 소생(Redemption)의 여정을 시작하게 도와줄 것이다. 긍휼에 대한 각성에서 시작한 여정은 자신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이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도와줄 것이다. 먹구름 속에 꽁꽁 숨겨져 있던 삶의 목적을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목적은 내가 나의 이름에 목숨을 걸고 나를 소생시키기 위해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 변화가 상수가 되고 모든 것이 매일 변화해 길 잃음이 본질이 된 세상에서 자신이 잃은 길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을 마련한 것이다. 매일 길을 잃어도 다시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원적 자신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 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의 아픔조차도 사랑하는 온전한 사랑 즉 긍휼이다. 정말 삶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려면 먼저 자신의 고통의 실체인 성인아이와 화해해보자. 성인아이를 지금의 내 몸의 크기만큼 키워내는 일이 균형된 건강한 삶의 단초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