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가까운 지인이 나에게 대학원생을 받을 때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받는지를 물었다. 이 친구는 지금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다. 이 질문은 오래전 나도 내 박사지도교수에게 했던 질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지도교수께서 해준 말을 그대로 전했다.

지도교수께서는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사람들의 GRE, GMAT, GPA 등은 거의 비슷비슷해서 이것으로 학생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쓴 SOP(Statement of Purpose)에 나타난 공부에 대한 목적 동기가 얼마나 맹렬하고 진정성이 있는지, 이 목적을 진실로 실현시킬 충분한 배고픔(Hunger 헝거)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도교수가 자신의 지도로 이 특정한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자신의 학생으로 받아들였다고 조언했다. 물론 나를 학생으로 받아들인 이유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해주었다.

지도교수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나도 대학원생을 학생으로 받아들일 때는 이 친구가 그러한 헝거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헝거를 증명하기 위해서 장애를 넘은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아무리 머리가 명석하다 하더라도 이런 헝거가 보이지 않을 경우 대부분 중간에 더 좋은 기회가 보이면 항상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학생은 헝거가 없이 공부만 잘 하는 모범생들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성장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 크기의 삶에 대한 진정한 배고품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배고픔은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 Stay Foolish!!"를 통해 외쳐왔던 정신적 헝거다. 몇일간 굶주려 있을 때는 무엇이든 폭풍흡입을 하고 심지어 쉿덩어리를 삼키더라도 아무 무리없이 소화시켜낼 수 있듯이 정신적으로 처절하게 굶주려 있는 사람들은 어떤 조악한 정신적 양식이라도 다 소화시켜 자신의 정신적 근육으로 만들어낸다. 이 배고픔의 상태를 극복한 것이 자신의 존재이유인 목적이다.

진정한 배고품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던지 왜(Why)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Why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은 자신의 잠자는 정신을 일깨워주고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다. 이 Why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일인칭 주체적 몸부림은 소위 줄탁동시로 맨토들에게 전달된다. Why에 대한 진실한 질문은 자신의 알 속에서 깨어나기 위해 어미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신만의 신호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맨토가 이런 신호를 듣고 외면할 수는 없다. 자신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맨토링은 맨토가 자신의 맨토에 대해 갚을 수 없는 빚을 대신 세상에 대해 갚는 행위이다. 다만 갚아야 할 적절한 대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다. 맨토와 맨티 사이의 숨겨진 동학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도 암시되어 있다. "자네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파울로 연금술사가 말하지 않은 점은 물론 모든 맨토가 병아리가 보내는 모든 배고픔에 대해 즐탁동시로 응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병아리가 보내는 배고픔의 내용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다른 사람의 삶도 개선할 것인지를 판단해서 맨토로서의 즐탁동시로 빚을 갚기 시작할 것이다.

애처롭게도 배고픔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는 상황이 좋을 때는 알아낼 수 없다. 이 차이는 장애를 만났을 때 비로서 결정된다. 헝거가 없는 사람들은 벽을 만나면 돌아가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쉽게 뒤 돌아서는 반면 헝거가 있는 사람은 벽이 있을수록 이 벽을 뛰어 넘어서 자신의 배고픔을 충족시킬 대상을 찾아 나선다. 헝거라는 정신적 본능과 세상을 가로막는 벽이 없었다면 아마 신이라도 세상에 차이를 만들어 내는 리더와 그렇지 못한 보통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장애를 극복하는 에너지는 배고픔에서 나오고 이 장애를 극복하는 순간에만 정신적 근육이 단련되어 목적이 떠오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련된 목적에 대한 정신적 근육을 가진 사람을 세상을 진성리더라고 칭한다.

배고품의 상태가 음식을 찾아나서게 하듯이 현재의 삶에 만족한 상태에서는 정신적 헝거가 절대로 창출될 수 없다. 현재가 만족스럽다 하더라도 현재와는 다른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끊임없는 스트레칭이 헝거를 만들어낸다. 또한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진정성과 절실함을 못느낀다면 정신적 스트레칭은 금방 힘을 잃고 무너진다. 중요한 것은 이 미래의 모습이 진정성과 절실함을 담고 있어서 이 스토리가 현재의 자신을 재구성해 낼 수 있으면 자신에 대한 각성사건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배고픔이 창출된다. 미래에 실현될 자신의 목적 스토리를 들으면 자신의 마음이 열리고 또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열수 있다면 헝거가 창출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배고픔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미래의 자신의 모습간의 창조적 긴장에서 만들어진 삶의 에너지이다.

맨토와 맨티 사이에 숨겨진 동학을 맨티의 입장에서 풀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배고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알에서 깨어나게 도와줄 맨토는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소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Why에 대한 질문으로 하는 일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일깨워보자. 어느 순간 이 질문에 대한 간절함이 즐탁동시가 되어 맨토에게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한 맨토를 만나는 것은 진정한 삶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