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t to Last: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습관>의 저자 Collins와 Porras는 70년 동안 상장 기업 평균보다 15배 이상 기업가치를 키워온 기업들을 찾아서 이 기업들 성공의 비밀을 발혔다. 또한 <Good to Great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에서는 비교적 안 알려진 신생중견기업들에도 비전너리 기업들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포라스와 콜린스의 영향으로 한 때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비전을 세우는 것이 열풍이 되었다.

문제는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지고 성장의 동력이 사라지자 이들이 비전너리 회사로 등재되었거나 위대한 회사들의 목록에 있었던 회사들이 무너져내렸다. 노키아, 소니, 모토롤라 등등 이들이 비저너리 회사로 확립했던 회사의 30%가 무너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규명하는 책이 <How the Mighty Fall? 강한 기업은 어떻게 무너졌나>이다. 이 책에서는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았던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몰락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큰 성공을 맞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공을 맞보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첫 단계는 자신이 거둬들인 성공을 자신의 시스템의 우수성이나 종업원들의 뛰어난 협업능력 아니면 운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100% 자신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자만심(Hubris)의 작동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겸손하지 못함이 모든 몰락의 첫 단추다. 자만심이 목적에 대한 시각을 가리는 먹구름으로 드리운다.

둘째는 자만심으로 목적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 탐욕과 사욕이 살아나 목적의 자리를 채운다. 사욕과 탐욕이 목적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큰 것을 위대한 것으로 착각한다. 둘째 단계에 있는 기업이나 리더들은 자신을 근시안적으로 눈이 먼 골리앗으로 만든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유자원을 총 동원해 회사의 업과는 무관한 큰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벌린다. 큰 것을 위대한 것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목적에 대한 불안을 큰 목표로 막아보려는 시도다. 이 단계에 진입한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들은 영혼을 잃어버린 불안을 숨기기 위해 말마다 영혼을 끌어당긴다는 의미의 "영끌"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기 시작한다.

셋째는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여기저기 제시되고 있음에도 자기방어시스템을 가동해서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방호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옳다는 방호기제의 믿음에 갇히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상을 적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믿음의 감옥에 갇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편견의 원천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넷째 단계는 명백하게 회사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도 인정하고 큰 한방을 찾는 단계이다.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카리스마 CEO를 외부로부터 영입하거나 모든 실패를 만회해줄 수 있는 한방을 찾는 단계다. 한 곳에 올인한다는 것은 전략이 상실되었음을 자인하는 행위다. 전략이란 여러 대안을 검토해 최선을 택하지만 최악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을 잃은 기업들은 모든 것이 한방에 의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 단계는 결국 죽음 직전에 이르러 소생(Redemption)의 기미가 안 보이는 단계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단계이다. 다른 모든 대안들은 사라지고 희망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은 단계다.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인 희망을 살려내서 소생시킨 경우도 있다. 2차대전 중 패망의 기색이 짙게 드리울 때 처칠이 영국을 소생시키는 것도 희망의 끈을 다시 움켜쥠을 통해서 였고, IBM이나 MS가 죽음 직전에 소생한 것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고 겸손함을 되찾아 소생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을 급진적 거북이 방식으로 시작해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근력을 회복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집필할 책이 <How the Mighty Fall?>의 후속편으로 <Why the Mighty Fall?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이다.

Collins와 Porras의 연구가 놓친 점은 세상 패러다임이 지속적 성장에 대한 패러다임에서 지속적 저성장과 변화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콜린스와 포라스가 연구를 진행하던 당시까지만 해도 성장에 대한 잠재력과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살아 있던 때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경기의 버블이 꺼져 지속적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았고, 그럼에도 초연결, 초플랫폼, 초지능, 초융합 등 모든 경향에는 초짜가 붙을 정도로 상수가 된 변화의 강도가 예측불가능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에 지속가능성의 원리는 나침반에 해당하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맞게 떨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진화>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비전이 아니라 공진화하는 목적이 핵심이다. 성공의 축적으로 자신들만의 성공(비전)에 대한 믿음의 강도가 강해질 때 목적의 나침반은 떨림을 멈추고 부러진다. 세상이 바뀌어 북극이 바뀌면 살아 있는 나침반은 떨림을 멈추지 않고 북극을 찾아낸다. 세상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데 시대에 뒤떨어진 믿음을 더 강하게 믿는 것은 죽음을 재촉한다. 필연적으로 나침반을 부러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목적의 나침반을 세상의 변화에 맞춰 다시 떨림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의 공진화이다. 성공했던 기업들이 길을 잃어버린 계기가 성공에 대한 믿음에 취해서 목적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것이었다. 목적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순간 자신의 Know Why는 무조건 맞다는 믿음에 갇혀 더 이상 Why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삶과 일에서 Why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의 나침반이 죽었음에 대한 증거다.

기업과 리더들이 Know Why에 대한 질문을 잃어버린 순간 비즈니스 모형에 대한 Know How나 업에 대한 Know What이 탈선해서 스스로 눈먼 골리앗을 자청해가며 결국 업과는 무관한 큰 일을 여기저기 벌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요즈음 글로벌에서 초우량기업들은 자신들이 무너져내리는 전조를 비전의 부재에서 찾지 않는다. 초우량기업에서 탈로한 기업들은 어느 순간 기업에서 Why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 기업들이다. <Why the Mighty Fall?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에서는 변화가 상수가 되고 저성장이 뉴노멀인 세상에서 지속가능성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의 실험실을 운영하는 공진화 사례들을 탐구할 예정이다. 글로벌 출판과 한국어 출판을 동시에 할 예정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잃어버린 기업이나 리더는 모두 소생되어 공진화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의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우리 삶은 점점 더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책에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춤추기를 멈춰가는 리더와 기업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소생의 기록을 담고 싶다. 이들을 제대로 된 Why를 찾아서 다시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것이 책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