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복지 도반들과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소크라테스 클럽(교장 손가연)에서 데리다의 <환대에 대하여>를 읽고 있다. 의료사회복지 종사자분들은 환자 및 내담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환대로 풀어야한다. 이들에게는 환대가 직업이자 소명이다.

내담자와 환자의 고통의 심연에 들어가는 것은 잠수부가 해저 심연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해저의 심연에 머물렀던 잠수부는 그냥 수면으로 나오지 못한다. 감압과정을 거쳐야 정상으로 돌아온다. 의료사회복지 진성도반들도 심연에 해당하는 일터에서 쉽게 스위치 돌리듯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감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감압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한 도반들은 잠수병에 시달려 쉽게 번아웃을 경험한다. 내담자와 환자의 고통에 대한 환대에 소명의식을 가진 도반일수록 더 쉽게 번아웃을 경험한다. 감압장치가 없어서 번아웃되면 직장과 직업에서 환대도 저절로 사라진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소크라테스 클럽에서 의료사회복지 진성도반님들과 같이 데리다의 <환대에 대하여>를 공부하는 이유는 도반들을 위한 감압장치를 디자인해보기 위함이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정주민들이 이들을 자신과 같은 온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대란 온전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을 손님으로 받아들여주는 것은 환대의 시작일 뿐이다. 환대의 본질은 고통으로 누워있는 이방인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이들을 손님이 아닌 나와 같은 집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픈 내담자나 환자에게 진통제를 처방하거나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은 환대가 아니다. 이들을 고통으로부터 일으켜 세워 자신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환대의 완성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사람이 주인으로 서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환대 운동장이다. 정치 정주민에 의해 독점된 민주주의가 아닌 환대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가 직장에서 일터에서 병원에서 사회복지 기관 등등 사회구석구석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의 도반분으로 부터 들은 시골 연로한 의사에 관한 이야기다. 노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이 의사분은 명의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분이 명의인 이유는 환자를 잘 진단해주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려줄는 것 이외의 이유가 있었다. 이분도 연로해서 귀가 잘 안들렸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자신과 비슷한 노인 환자분들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냥 고개를 끄떡여주었다. 노인분들은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환대를 경험했다. 환대를 경험한 노인들은 최소한의 치료와 처방에도 병이 낫는 경험을 고백했다. 시골의사는 명의가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진실로 청년들을 각성시켰다는 이유로 아테네 법정에 잘못 소환되었을 때도 이들 법정의 정주민들이 법정의 전문용어(Jargon)으로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이방인 취급해가며 진실을 제압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소크라테스가 예언한 진실에 대한 적대행위는 유전무죄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법정에서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고급의 법정용어를 사용하는 소피스트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소크라테스처럼 죄를 짖지 않고도 죄인으로 전락한다. 소피스트 변호사들은 세련된 자신들의 용어를 구사해가며 틀린 것을 맞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없는 것을 있다고 주장하고, 잘못된 것을 옳다고 주장해가며 진실에 대한 환대를 농락한다. 대한민국의 법정은 대장동 사태가 보여주었듯 진실에 대한 환대를 조롱하는 법꾸라지 소피스트들이 모여 돈잔치를 벌이는 곳으로 전락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상대를 환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말에 사용되는 언어의 톤에 이미 나와 상대와의 거리있음과 거리없음이 함축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혈연이 아님에도 혈연을 빙자해가며 형, 누나, 동생, 이모, 고모, 삼촌 등으로 부르는 환대행위를 싫어한다. 이들의 혈연을 빙자한 가짜 환대의 벽을 높이 세울 수록 이들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혈연 범주에 동원되어 이 범주에서 제외된 나머지 대다수에 대한 차별과 적개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키운다.

회사에서는 서로를 환대하기 위해 님이라는 말을 사용하라고 강요하지만 강요된 공식적 용어 "님"에는 상대에 대한 진정한 환대가 없다. 회사 문화에 환대의 잔고가 없는 회사에서 님으로 부르는 것은 거짓환대를 조장할 뿐이다. 수평조직으로 서로를 환대하기 위해 만들기 위해 사용을 강요한 "님"은 거짓환대가 되어 구성원들을 더 교묘하게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말뿐 아니다 듣고 말하는 시간의 배분에도 환대가 함축되어 있다. 시골 의사 이야기가 함축하고 있듯이 상대를 환대하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듣는 시간을 많이 배분하고 자신의 이야기는 절제한다. 많이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를 진정한 손님으로 받으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를 내 공간의 주인으로 손을 잡아주는 행위이다. 자신의 말을 아끼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행동은 상대가 아픔을 가진 온전한 인간임을 받아들이는 행위다.

HRD업계에서 리더십이 퇴조하고 코칭이 자리잡은 한 가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리더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려 항상 구성원에게 자신의 말을 먼저 앞세우고 말하는 시간을 독점한다. 선제적 어투로 자신의 바운더리를 공식화시켜놓고 구성원이 이곳을 벗어나거나 함부로 경계를 바꾸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단속한다. 이런 말을 앞세운 리더는 주인으로서 구성원을 온전한 사람으로 환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리더가 말이 많고 자신의 말을 앞세운다는 것은 상대가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고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리더십에 비해 코칭이 특별한 기법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세련된 대부분 기법은 리더십이 가지고 있고 코칭에서 이런 리더십 기법을 대부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치는 일단 상대와 자신과의 경계를 해체하여 라포로 환대하는 법을 안다. 상대가 자신에 대한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한다. 코치의 질문과 들어줌을 통해 상대는 자신들의 리더에게는 체험하지 못했던 자신의 숨겨진 아픔에 대한 환대를 경험한다. 이들의 환대에 대한 체험을 전달받은 코치는 이 고마운 경험을 다시 느끼기 위해 더 집중적으로 들어주고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더 질문한다.

데리다는 환대를 절대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로 나눈다. 절대적 환대는 신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환대다. 상대의 이름과 정체를 묻지 않고 상대의 고통을 받아들여 상대를 일으켜 세우주는 것이 절대적 환대다. 조건적 환대는 법적으로 인정된 권한의 범위에서 환대하거나 인권운동가나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언문 수준 혹은 검사는 판사의 직업선서 정도에 나타나는 수준에서 환대하는 정의의 환대이다. 제대로 된 조건적 환대도 노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지만 인간은 자신의 조건적 환대의 지평을 단단히 하여 이 터전을 기반으로 절대적 환대의 지평으로 지평을 높여가며 더 높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가는 되어감의 과정에 있다.

기독교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워 터득한 환대의 윤리에 세워진 종교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을 받고 자신이 정주민으로 살던 메스포타미아 지역을 떠나 이방인의 삶을 선택해 평생을 유람했다. 평생 이방인으로 고통받는 삶을 통해 정주민들로부터 환대받는 삶의 원리를 터득했다. 아브라함이 터득한 환대의 원리가 예수에 의해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환대인 긍휼의 원리로 부활했다. 지금의 기독교가 잃어버린 것은 진정으로 아픈 사람들에 대한 환대의 윤리다.

의사와 사회복지사만 환대의 비즈니스에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 온전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환대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의 통점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것을 해결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을 혁신해낸다면 비즈니스도 환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을 이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로 온전한 사람으로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기업이 있다면 이런 기업이 초우량기업이자 최고의 환대기업인 셈이다. 비즈니스가 안되는 이유는 고객만족으로 포장한 거짓환대 때문에 고객에 대한 진짜환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명한 행동주의 고객이 자신이 순전히 돈 때문에 거짓환대의 대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저희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의료 사회복지 도반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감압장치를 마련해 자신과 내담자와 환자를 제대로 환대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