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리더십은 다 상황이론이었다. 상황이론은 다윈의 진화론의 가정을 차용한다. 어떤 상황(환경)이 주어지면 여기에 맞는 리더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토양이라면 리더는 씨앗이다. 상황이론에서는 토양에 맞는 씨앗을 찾아내 토양에 적응시키는 문제를 리더십의 본질로 규정한다. 상황적 리더십이 성공했다는 것은 리더를 상황의 아바타로 전락시키는 일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론에 기반한 리더십 교과서는 상황이라는 토양에 리더를 짜맞추기 위해 훈련해야 할 역량을 길러주는 일에 모든 것을 걸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차용한 역량모형은 대부분 상황이론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역량모형도 상황이 바뀌면 리더는 이 상황에 맞는 역량을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넣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회사의 상황과 직급에 따라 모형이 정해지면 리더십 금형이 급조되고 이 금형에 따라 대량으로 기성복 만들듯이 리더가 양산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토양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준비하지 못한 리더들은 자동적으로 퇴출 당해야 마땅하다고 가르쳤다. 상황이론은 리더들이 개인적으로 가진 고통에 관심이 없다. 상황이론에 적응한 리더일수록 자신의 정체성도 소멸된다. 리더는 상황에 혼신을 바쳐 적응하는 과정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 리더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환자로 전락한다.

역사적으로 세상에 족적을 남긴 리더들은 이런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상황리더십에 대항해 자신에 대한 정체성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황의 날줄에 자신 정체성의 씨줄을 직조해내 자신만의 고유한 리더십 모형을 피륙해낸 사람들이다.

이들은 설사 나에게 주어진 토양이 비롯 비옥하지 않다하더라도 이 토양에 우리 모두가 염원하고 있는 목적과 사명을 심어서 열매가 풍성한 과수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리더로서 무슨 역할과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정체성 질문이다.

리더십의 존재이유는 목적을 실현시켜서 변화를 완성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뛰어난 모든 리더는 목적에 대한 서번트일 뿐이다. 심지어 요즈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중간관리자가 사라졌다. 모든 사람이 실무자이고 일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동료와 고객이 상상적 상사로 규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리더는 목적을 앞세워 고객 동료 등 상상적 상사에게 상향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들이다.

상황론이나 역량론 등 고전적 리더십 이론은 상사가 부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향적 리더십을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초연결 플랫폼 시대 제대로 된 리더라면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모든 사람을 상사로 모시고 목적의 가이드에 따라 서번트로 봉사한다. 서번트 리더십의 측면에서 보면 리더십의 본질은 하향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목적과 사람들에 대한 상향적 리더십이다.

나는 어떤 목적을 위해 직책이 주는 혜택을 내려놓고 고객과 동료 상사의 서번트의 역할을 수행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토양은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적절한 토양인가? 좋은 토양이 아니라면 내 씨줄을 가미해 이 토양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동행으로 도움을 요구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제대로 된 정체성 질문이다.

이들 상향적 리더들은 정체성 부재 때문에 고통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목적에 기반한 준엄한 정체성 질문을 던진다. 이들이 던진 정체성 질문에 대한 토의와 합의를 통해 구성원은 자기조직적으로 건강한 뉴노멀을 건설한다.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모두가 리더가 되는 리더십의 민주화를 꿈꾼다. 진성리더들은 주인으로 섬기고 있는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동료나 상사들에게 상향적 영향력을 발휘해 새로운 변화를 자기조직해낸다. 한 마디로 진성리더십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리더십에 대한 근원적 변화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