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능적으로 파란색 계열의 옷을 좋아한다. 왜 유독 파랑색을 좋아할까? 파란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곳은 바다이자 하늘이다. 넓은 바다와 끝없는 하늘이 하나가 되어 만든 색이 있다면 그것도 파랑색일 것이다. 파랑색은 평화와 확장을 상징한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보르뉴는 색을 은유해서 전략을 설명한다. 이들은 현재 기업들이 몰입한 전략을 바다라는 전쟁터에서 전함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에 비유해 빨강색 즉 레드오션으로 비유했다. 이런 바다에 대비된 바다가 <블루오션>이다. 이들에게 블루오션은 피로 물든 바다를 벗어나 경쟁이 없는 확장된 미래의 바다를 상징한다.

어느 순간 문득 빨간색과 마찬가지로 파랑색에 대한 편향이 편견과 차별의 소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빨강과 파랑은 은유로서는 탁월하지만 한쪽에 대한 선호는 세상을 둘로 나누고 한쪽 색깔로 다른 쪽 색깔을 재단하는 편견의 소산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원론적 범주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념으로 만든 것임에도 이것을 현실이라고 믿고 한쪽을 현실로 선택할 때 다른 한쪽을 판단하고 재단해버리는 우를 범한다. 학자들이 나눠놓은 이원론을 해체해서 직각으로 세우고 두 차원이 다 높은 지점의 세상을 직조해서 운동장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만이 새로운 세상을 체험한다.

이런 점에서 내가 찾아낸 미래의 바다의 색은 블루와 레드가 합쳐져서 만든 퍼플(자주)색이다. 이런 보랏빛 자주색 바다는 기본으로 깔린 파란 바다에 붉은 아침해가 떠서 만들거나 붉은 저녁 석양이 바다를 배경으로 직조해 만든 색깔이다. 보랏빛 자주색은 해를 통해 만든 열정이 상징하는 붉음과 평화와 확장을 상징하는 바다의 파랑이 서로 직각으로 직조되어서 만든 색이다. 바다의 파랑만 보는 사람들이나 해의 빨강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체험하지 못하는 삶의 깊은 본질을 담은 색이 퍼플이다.

미래만 자주색인 것은 아니다. 삶의 본질에 가까운 색은 대부분 보랏빛 자주색이다. 남성이 파란색이라면 여성을 빨강 계열의 분홍이다. 이 두 색이 직조되어 만든 색도 보랏빛 자주색이다. 북한이 빨간 색이라면 남한은 파랑색이다. 이 둘이 직조되어 만들어낸 색도 자주색일 것이다. 좌파는 파란색, 우파는 빨강색, 미래는 붉은 색, 과거는 파란색, 평화는 파란색, 자유는 붉은 색이다. 이들이 서로를 제압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더 높은 곳에 세상을 직조해낸다면 다시 자주색이 될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이어져 연구원들과 <여성은 전략적인 파트너인가>라는 책의 색을 정할 때 여성의 색인 분홍도 초월하고 남성의 색인 파랑도 초월해 두 색이 직조된 자주색으로 정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규정한 색깔이지만 이원론적 범주에 갇혀 세상을 보는 편견과 판단이 사라진 자주색 세상을 꿈꿔본다. 파란색의 편향을 넘어 자주색을 좋아하기로 작정했다.

PS: 자주색을 쉽게 만들 수 없었던 그리스 로마시대 자주색은 황제들의 옷에만 쓸 수 있는 황제의 색이었다. 자주색 염료가 다이아몬드 가격보다 비싸게 팔렸다. 예수의 생애를 표한한 그림들을 보면 초창기 예수가 입고 있던 옷의 색도 자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