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쪽 지역에는 대다무의 패권을 자랑하는 모소 대나무가 자란다. 모소 대나무는 씨를 뿌리고 4년 동안의 숙련기간을 지낸다. 5년이 지나면 하루에 30cm 씩 자라기 시작해 6주가 지나면 15m까지 폭풍 성장한다. 모소 대나무의 뿌리는 줄기와 줄기가 이어진 리좀형 줄기 뿌리다. 이 뿌리의 연결망들이 엄청난 자양분을 흡수해서 싹을 트는 순간 폭풍 성장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모소 대나무가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는 5년의 기간은 인고와 숙성의 기간으로 비유된다.

J 커브 모형은 스타트 업 창업 귀재인 Howard Love가 창업에서 IPO까지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J 커브 모형은 벤처가 창업에서 IPO에 이르는 과정을 모소 대다무에 비유한다.

J 커브 모형은 그림에도 보여주듯이 창업에서 IPO까지 6단계 과정(창업(create) -> 시제품(release) -> 프로토타이핑 (morph)-> 모델검증 (model) -> 스케일링 (scale) -> 수확 (harvest))은 모소 대나무가 성장하는 것처럼 비선형적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J 커브 모형을 농부의 농사에 비유하면 창업은 씨앗을 준비하는 단계이고, 시제품은 씨앗을 발아 시키는 단계, 프로토타이핑은 씨앗이 발아되어 뿌리를 내리는 단계, 모델검증은 싹으로 나오는 단계, 스케일링은 꽃이 피는 단계, 수확은 열매를 맺는 단계다. Love는 씨앗을 마련해서 싹으로 튀우기까지 과정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씨앗은 싹이 움트는 겨울을 버티지 못해 사라지는 운명을 경험한다.

Howard Love는 실제 벤처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씨앗에서 수확에 이르는 과정을 죽음의 계곡을 포함한 J 커브가 아니라 마치 직선형적으로 묘사하는 우를 범한다고 비판한다. 죽음의 계곡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IPO로 대박난 회사의 사례만을 선별적으로 강조해서 젊은 창업자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모소 대나무가 땅 속에서 숙련되는 5년의 시간이 벤처에서는 싹을 틔우기 위해 버텨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죽음의 계곡에서의 겨울나기 시간 동안 대부분의 벤처들은 창고라는 실험실에서 겨울을 지낸다. 실험실에서의 겨울나기라는 인고의 시간을 경험하지 않고 큰 벤처는 없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씨앗이 발아되어 뿌리를 내리는 인고와 숙성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꽃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는 없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결과 중심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에는 이런 인고의 과정 없이도 누구나 과실을 얻어낼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

지인에게 요즈음 초등학생들에게 유행하는 농담을 들었다. 자신은 평생 재벌로 살고 싶은데 부모님이 재벌이 되려고 심각하게 노력을 않해서 큰 일이라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감내해야 하는 인고의 뿌리내림의 시간을 부정하고 결과만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삶에서 씨를 뿌리고 거두는 작업은 한번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결실을 얻으려면 매번 숙성과 인고의 시간이 주는 아픔을 견뎌내야 한다. 나이가 백발이어도 이 뿌리내림의 인고와 숙성을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면 청춘이다. 청춘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백발이어도 뿌리내림의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면 아직은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매번 청춘으로 돌아가 회춘하는 삶을 사니 아픈 것이다. 이들은 아픔을 통해 얻어낸 성장체험의 희열을 삶이 주는 최고의 행복이자 에너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