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에 작은 차의 대명사는 티코였다. 고속도로에서 티코가 벤츠를 추월하려 시도하면 벤츠는 감히 티코가 자신 벤츠를 추월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추월 경쟁을 벌이다 사고를 내는 일이 흔하다. 이런 일은 외제차와 국산차 사이에서도 자주 벌어진다.
사람들은 차의 브랜드를 자신이 쓰고 다니는 사회적 가면으로 생각한다. 낮은 브랜드의 가면을 쓴 사람이 높은 브랜드라고 믿는 가면을 침범해오거나 속도로 경쟁해 오면 차로 응징한다. 인격이 아무리 고매해도 가면을 썼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인격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하더라도 서로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다 이혼하는 경우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운전만큼 성과 중심적 행위는 없다. 제대로 운전을 못하면 그대로 사고로 이어진다. 행위의 의도와 과정은 무의미하다. 잘못된 운전은 그대로 사고로 피드백된다. 운전처럼 결과 중심주의 사고로 삶을 살아간다면 학습과 과정과 의도는 배격된다. 삶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만 존재하지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오징어 게임이라고 믿는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과 그 옆 조수석에 앉아 가는 사람은 차에 대한 체험이 다르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전혀 못느끼는 현기증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극심하게 체험한다.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운전자가 되어 운전대를 잡은 일인칭 주인으로 사는 사람은 설사 난폭운전을 해도 스스로는 현기증을 못느낀다. 남들이 시키는 삼인칭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모든 일에서 현기증을 느낀다. 이런 삼인칭의 삶을 사는 사람이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동승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초보자들은 운전을 할 때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다. 또한 초보는 교통의 흐름이라는 맥락을 읽지 못하고 규정된 속도를 지키다가 사고의 주범이 된다.
초보 운전자들은 가까운 것만을 보고 규정대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나타나는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운전대가 불안해지고 결국 사고를 내고 만다. 숙련된 운전자는 시선을 멀리 고정시키고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운전대가 안정감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먼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프레이밍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스캔한다. 베테랑 운전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돌발적 자극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 큰 시야 아래서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시선을 멀리 두고 있다고 같은 시간에 초보보다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운전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고를 내지 않고 더 장거리를 운전할 수 있다.
이런 운전자의 부조리와 역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티코와 벤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벤츠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가면을 벗고 티코 운전하는 사람의 사회적 가면을 대신 써주는 긍휼의 행위가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문제는 검사 판사로 힘깨나 썼던 사람들이 선거철만 되면 국밥집에 나타나 소시민들의 가면을 대신 써주는 연기를 벌이고 순진한 국민들은 매번 이들의 연기에 속아넘어간다는 것이다.
둘째, 세상사는 것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피드백 되는 운전과는 다르다. 삶의 90% 이상의 결과는 다 원인과 과정에 의해서 뿌리가 내려진 것이다. 원인과 과정이 근력으로 누적되어 결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 삶과 더 가깝다. 결과로 즉각적으로 피드백되는 것은 복권밖에 없다. 복권당첨자들 비극적 운명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삶을 부러워한다. 결과지상주의 앞에서는 영원을 맹세한 사랑도 다 무너진다.
셋째, 남이 모델이 되는 삼인칭 삶에서 벗어난 일인칭 주인공으로 삶만이 삶의 혼동과 현기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삶이다. 우리가 평생 진실을 체험하지 못하고 혼동 속에서 헤매는 이유는 남의 삶을 베껴서 사는 삼인칭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직접 운전대를 잡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넷째, 초보운전자는 아무리 역량과 재능이 뛰어나도 이것을 담을 수 있는 시야인 제대로된 목적함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숙련된 운전자들은 목표에 고착된 단기적 미시적 초보의 목적함수로 소실대탐하지 않고 삶의 존재이유까지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장기적이고 담대한 목적함수를 가지고 시야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운전에 임한다. 확보된 시야를 의미하는 목적함수가 성공의 크기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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