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관리

전통적 산업사회나 지식사회에서 경영자들의 일은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배분을 최적화시키는 일이었다. 지금도 공급자 중심의 경기가 살아 있는 산업이라면 이런 전통적 경영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거기에 버블이 꺼져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L자 경기에서는 전통적 경영학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초지능 초협업이 싼 값으로 가능해져서 목표를 세우고 자원을 배분하는 결정에 경영자가 과거의 경험치를 가지고 개입하는 것은 결정의 노이즈를 더해주는 불행을 초래한다.

변화가 상수가 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경영자는 목표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책무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서 경영자의 첫번째 책무는 목적경영이다. Business Analytics에 의해 제시된 다양한 목표들이 굳이 자신 회사를 통해 달성해야 할 이유인 목적을 각성하고 목적의 수준에서 제시되고 달성된 목표를 최적화 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목적을 세우고 구성원들에게 목적에 대한 시각으로 스파크를 체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표를 목적의 수준에서 최적화 시키는 Moonshot 과제들을 창안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이 경영자의 일이다. 목적, 사명, 소명을 복원하는 목적경영이 경영자의 첫번째 책무다.

둘째 책무는 약간 생소해 보이기는 하지만 시대에 맞춰 회사의 경계를 공진화시키는 일이다. 시대에 맞춰 경계를 제대로 정의하고 적절하게 옮기는 경계관리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ESG가 강조되는 시대에 주주만 주인으로 생각하는 편협한 경계관리를 구사하고 있다면 환경에서 자원들이 유입되는 것에 큰 장애를 입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래리 핑크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블랙록은 투자금을 빼던지 CEO를 교체하려 시도할 것이다. 경영자가 경계를 잘못 설정해 스스로 불러들인 리스크이다. 경영자의 경계에 대한 통찰력 부재가 초래하는 리스크보다 큰 리스크는 없다. ESG의 요구와 공진화할 수 있도록 회사의 경계문제를 다시 정의해내는 일이 경영자의 핵심 책무다.

그림에서 제시되는 바와 같이 시대에 맞춰 적절한 경계를 정의해내는 것이 환경에서 기회와 위험을 정확하게 분별해내는 근력으로 작용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경계에 따른 제대로 된 네비 지도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축소된 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10년전에 만든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회사라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으로 비유해볼 수 있다. 그림에서 가장 확장된 경계의 예시처럼 적정수준을 넘어선 경계를 가지고 있을 때도 문제다. 10년 후에 있을 세상의 지도에 맞춘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회사를 경영해도 문제에 봉착한다.

축소된 경계를 가진 회사들은 주어진 기회를 모두 생존 위기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진다. 과거의 성공을 기반으로 회사의 벽을 높이고 이것과 대치되면 기회도 위기라고 간주한다. 경영진이 마치 스스로 감옥을 세워놓고 세상은 위험하니 밖으로 나돌지 말라고 스스로 간수가 되기도하고 죄수가 되기도 한다. 이런 회사가 겪는 실패를 과거 성공경험의 덫이라고 부른다. 성공에 취해 세상이 변한 것을 자신만 인정하지 못하고 변호하다가 무너진다.

시대에 앞선 경계확장을 도무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회사들은 코 앞에 닥친 위기도 모두 기회로 해석하는 위험에 처한다. 위기를 기회로 착각해 이것을 탐색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낭비하다가 실패의 덫에 걸려 무너진다.

경영자의 통찰력은 밖에서도 회사를 제대로 보고 회사 안에서도 밖을 제대로 균형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밖에서 회사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은 회사의 능력으로 제대로 감내해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낸다. 안에서도 제대로 밖을 볼 수 있는 능력은 회사가 제대로 대비해야 할 현실적 위기를 잡아낸다.

회사에 비현실적으로 처들어오는 위험과 기회는 경영자가 경계를 제대로 관리할 통찰력을 상실한 회사들의 문제다. 이들은 회사 경계 밖에 실험실을 세우거나 회사 안에 실험실을 세워서 환경의 시그널을 제대로 포착하는 안테나를 복원해야 한다.

경계를 제대로 정의하고 목적을 세우는 것은 굳이 회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국가를 경영하든 개인의 삶을 경영하든 경영의 이슈가 있는 모든 곳에서 핵심으로 떠오르는 시대적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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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스 카이로스 동상에 세겨진 기회의 정의

"내가 벌거벗은 이유는 쉽게 눈에 띄기 위함이고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내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잡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요,

손에 들고 있는 칼과 저울은 나를 만났을 때

신중하게 판단(저울질)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라는 뜻이다.

등과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opportunity)이다."

이 글귀의 요지는 "기회는 무작위로 찾아오지 않는다. 기회는 사람을 차별한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경계를 정의한 사람들만 선택해서 자신을 보여준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