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운전을 배우는 과정에 비유한 영화 <Learning to Drive>를 재미 있게 시청했다. 뉴욕에 사는 우아하고 지적인 문학평론가 ‘웬디’(패트리시아 클락슨)는 7년마다 외도를 반복하던 남편이 마침내 이혼을 요구하면서 21년차 결혼생활이 위기에 놓인다. 답답한 마음에 딸을 찾아가고 싶어도 운전을 배우지 못해 갈 수 없다. 인도 이민자 다르완에게 운전을 교습받아가며 자신이 운전을 직접해가며 베테랑 운전자가 되는 과정이 결혼생활이 숙성되는 과정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운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삶의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 자가 운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숙련된 운전자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가운전자가 되면 비로서 삶의 멀미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체험한다. 숙련된 운전자가 되면 사고에서 벗어나 삶이 번성하는 근원적 원리를 깨우치게 된다.

먼저, 멀미없는 안정적 결혼생활이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운전자가 되기까지는 불가능하다. 웬디는 외견상 멋진 삶을 사는 것으로 보였지만 평생 운전을 배우지 못했다. 조수석에서 남편이 외도까지 해가며 난폭운전하는 삶에 객체가 되어 극심한 멀미를 느꼈다. 멀미는 조수석에 있을 때 증폭된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결혼생활을 해가면서도 자신이 운전자가 되지 못하면 운전의 멀미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평생 조수석에 앉아서 상대가 운전하는 곡예운전에 대해서 관객처럼 야유를 퍼부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웬디는 3인칭 관객이 되어 상대의 운전미숙에 대해서 지적질해서 결혼 관계를 악화시키지만 멀미의 근원적 원인은 자신이 조수석에 앉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지는 못했다. 웬디가 스스로 운전석에 앉기로 작정하지 못하면 삶의 멀미를 극복할 방법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삶을 살 운명이었다.

웬디는 이혼 후에야 자신이 운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을 깨달고 운전 연습을 시작한다.

둘째, 운전자가 되기로 작정한 웬디는 자신의 운전강사 다르완에게 운전을 배워가며 초보운전자와 베테랑 운전자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의 좌충우돌을 경험한다.

초보 운전자라도 운전석에 앉으면 조수석에서 객관적 3자로 상대의 운전을 평가할 때보다 멀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통상 초보운전자들은 멀미에서 해방되었다는 자유에 취해 좌충우돌해가며 많은 사고를 경험한다. 결혼에서 사고는 이혼, 갈등, 별거 등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외도에 해당하는 불법 U 턴을 하다가 곤혹한 상황을 치루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베테랑 운전자가 되면 이런 곤혹스러운 사고와 멀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자유인이 된다.

스스로 운전을 해보기로 나선 자신 웬디는 어떻게 베테랑 운전자가 될 수 있을까?

초보자들은 운전을 할 때 멀리보지 못하지만 숙련된 운전자들은 멀리 보고 운전한다는 점이다. 초보 운전자들은 가까운 것만을 보고 운전을 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나타나는 모든 자극에 반응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운전대가 불안해지고 결국 사고를 내고 만다. 숙련된 운전자는 시선을 멀리 고정시키고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운전대가 안정감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먼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프레이밍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스캔한다. 베테랑 운전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돌발적 자극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 큰 시야 아래서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시선을 멀리 두고 있다고 같은 시간에 초보보다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운전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고를 내지 않고 더 장거리를 운전할 수 있다.

가까운 곳의 정보만 스캔을 하다가 매일매일을 발등의 불을 끄는 식의 좌충우돌로 피곤하게 살아가는 사람과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이 안목 아래서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제대로 프레이밍해가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이다.

웬디는 삶의 목적이라는 장기적 시야를 확보해주는 가장 확실한 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목적의 줄이 없다면 아무리 다양한 단기적 목표를 많이 달성해도 목걸이라는 삶의 완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돌이켜보면 목적이 다양한 목표를 최적화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쾌도를 벗어났다. 목표가 목적에 의해서 최적화된 삶만이 지속가능한 번성을 가져다 주었다. 목적을 상실한 삶을 살았던 자신에게 항상 장기적 성과와 단기적 성과는 이원론적으로 선택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잘못 호도했다. 단기와 장기를 이원론적으로 선택해야 할 문제로 이해하는 순간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웬디가 탁월한 운전강사 다르완의 줄탁동시를 통해 깨달은 지속가능한 번성과 행복한 삶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이 운전사로 나서서 멀미나는 삼인칭 객체의 삶에서 해방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조수석에서 벗어나 자신 삶의 주체로 나섰다면 자신의 죽는 순간에 실현해야 할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장기적 목적이라는 것을 깨달고 일상의 목표를 이 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정렬하는 일이다. 목적으로 일상의 목표를 최적화 시켜 삶이 괘도를 탈선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침범하지 않는 삶을 사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