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에게 연기를 부탁하고 나섰다. 기사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하고 두세 번 다시 읽었다. 안타깝게도 기사 내용은 사실 그대로였다.
이분은 진정성의 본질이 상황이 어려워도 연기하지 않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시대의 화두가 진정성이고 한국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는 기반이 진정성이라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이런 분이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고 심지어는 비서실장까지 겸직하겠다고 나섰다.
이분의 한 마디 실언으로 기울어 가던 판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게임이 끝난 것으로 본다.
진정성이란 남과 자신에게 모두 진솔한 True to Oneself의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 대한 약속을 놓고 이 약속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유권자들에게나 자기자신에게도 똑같이 솔직한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어려워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측은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성을 통해 축적되어 신뢰잔고로 남는다. 신뢰와 진정성은 실제로 약속을 지키고 못 지키고가 이슈가 아니다. 남들이 다 포기해도 본인만은 고통스럽게 지키려는 측은한 노력이 본질이다. 이 진정성을 통해 신뢰잔고가 축적되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막강한 기반을 얻는다. 결국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변화의 기적이 일어난다.
진정성 연기는 자신에게는 숨겨진 속셈이 있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약속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다. 자신의 꿍꿍이 속은 다른데 있지만 이것이 드러나면 주변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약속이 진심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리더십에서는 연기하는 리더를 진성리더 Authentic Leader와 구분해서 유사리더 Pseudo Leader라고 부른다. 가짜 휘발류를 진짜 휘발류와 구분하기 위해서 점잖게 유사 휘발류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대선판의 피디가 되어 후보의 연기력을 길러서 국민관객을 기만할 수 있는 가짜리더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국힘당에서 한 모든 정치는 진정성 없는 "쑈였습니다"라고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국민 앞에서 정치 쇼쇼쇼를 벌이겠다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과거 한두 번의 킹메이커 경험에서 얻은 성공경험이 준 오만에 스스로 갇힌 것으로 보인다. 국힘당에서는 선대위원장이 이런 오만의 자기방호 감옥에 갇혔어도 이에 대해 제대로 피드백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라의 번성이 아닌 정권교체라는 욕망을 정치공학적 목적함수로 앞세우는 사람들로 진용이 짜졌을 때부터 예견되었던 참사다.
김종인 위원장을 보면 영화 <트루먼 쇼(Truman)>에 나오는 총감독 크리스토퍼를 연상시킨다. 영화에서처럼 연기로 국민들을 우롱할 것이면 대종상 받은 특급연기자를 스카웃해서 대통령 시키면 될 것이다. 더 심한 말로 아바타를 세워놓고 조종해가며 수렴청점하면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시대적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후보로 세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쓰는 전략치고는 너무 속이 다 드러나 보이는 자중지란이다.
국힘당은 후보도 교체해야 하지만 먼저 이런 치명적 말실수도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는, 한 마디로 본인 연기력이 더 문제임에도 남의 연기력만 문제삼는 선대위원장을 먼저 교체하는 것이 수순인 것같다.
참고로 본인은 이재명 지지자도 아니고 윤석열 지지자도 아니다. 상식대로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제대로 정치하려는 리더들을 응원하는 일개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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