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 케이(Mary Kay)는 창립자인 Mary Kay Ash가 1963년 자신이 다니던 직장 상사로부터 너무 여성스럽다라는 이유로 해고 당한 후 "여성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설립한 화장품 회사다. 해고당했을 당시 Ash는 혼자 아이를 키워가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자본이 없었던 Mary Kay는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규합해서 자신이 만든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다. 회사의 목적도 정했다. 목적은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부여함을 통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여성 삶을 임파워먼트하고 풍성하게 한다>로 표현되어 있다.

이 회사는 에스티 로더같은 고가 브랜드의 화장품보다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집안에서 갇혀서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저가의 고품질 화장품에 집중했다. 여성들이 화장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이 자신감으로 사회생활에 도전하여 여성성이 성공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해서 결국은 글로벌 초우량기업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 연구실의 박사연구원들과 같이 출간한 <여성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에서도 Ash가 제기한 문제가 다뤄져있다. 이 책에는 글로벌 여성 CEO로 성공한 리더들이 공통으로 후회하는 이유를 분석한 챕터가 있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의 가장 존경받는 여성 CEO가 된 후 되늦게 깨달고 후회하는 것이 있다. 남성중심 문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무조건 남성짝퉁이 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충분히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도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짝퉁남성으로 변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 여성후배들의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고백했다.

CEO가 되어서 생각해보니 굳이 처음부터 여성성과 남성성을 이원론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로 규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남성의 짝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도 회사의 사명과 목적을 끌개삼았다면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이라는 더 큰 목적함수를 통해 여성과 남성을 더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결집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 회사도 더 성장시켰을 것이라는 고백이다.

남성과 여성의 싸움에서 이기는 생존의 목적함수를 넘어서 회사의 미래를 위한 더 높은 목적함수를 세우고 이 목적에 기여하는 일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태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Mary Kay의 목적에 대한 약속의 구현이 가져온 부작용도 있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성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맨얼굴이 아닌 화장을 해야한다는 선입견에 갇히게 만든 일이다. Ash가 사업을 일으켰던 1960년대와는 지금은 여성의 지위와 정체성이 달라졌다. 회사도 이런 선입견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대에 조류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화장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Mary Kay 회사의 목적선언문에 이런 문장이 부가되어 있다.

<여성과 가족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우리의 사명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회가 공진화하는 상황에 맞춰 목적을 진화시켜야 합니다. 공진화 원리를 따라야 하는 이유는 한 사람의 기여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함께 기여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정치와 여가부에서도 이런 큰 목적함수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기업과 여성리더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소원해본다. 지금처럼 남성과 여성이 정해진 빵조각을 누가 더 많이 나눠먹는지의 제로섬 싸움에만 치중한다면 결국 승자가 없다. 남성이 여성을 제압하던 아니면 여성이 남성을 제압해 승자가 되도 상처뿐인 승자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