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치킨 실험은 퍼듀대학의 진화생물학자 William Muir가 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는 닭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그냥 평범한 닭들의 집합이고 다른 한 그룹은 수퍼치킨 그룹이다. 수퍼치킨 그룹은 각 닭장에서 가장 알을 많이 낳는 닭을 선발해 구성했다. 닭들에게 생산성은 알의 갯수로 쉽게 추정되기 때문에 닭을 대상으로 생산성에 대한 실험을 기획한 것이다. 무어 교수는 이들이 6세대간의 진화과정을 지켜보았다. 닭의 1세대는 대개 6개월로 알려져있다. 수퍼치킨 그룹의 닭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가장 뛰어난 개체만을 골라서 번식시켰다. 6세대가 지난 후 실험 결과는 어땟을까?
평범한 닭들의 집단은 그냥 평범했다. 알도 잘 낳고 닭들도 대부분 건강했다. 문제는 수퍼치킨 집단이다. 이 집단의 닭들은 마지막 6세대에 이르러서는 최고로 힘이 쎈 닭 세마리만 남기고 다 사망했다. 그냥 닭들에게 알려진 pecking order(모이를 쪼아먹는 순위)에 따라 질서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 힘쎈 닭들이 비교적 약한 닭들을 죄다 쪼아서 죽여버렸다.
대부분의 회사가 HR을 운영하는 방식도 수퍼치킨 모형에 기반한 토너먼트식 HR이다. 토너먼트 HR이 주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탈랜트 매니지먼트라고 근사한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결국은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선발해서 핵심인재풀에 가둬놓고 토너먼트 경쟁을 붙이는 방식이다. 수퍼치킨 게임은 입사해서 임원이 되기까지의 이어지는 모든 경쟁 과정을 연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회사의 조직원리가 닭들의 pecking order에 해당하는 위계적 권위에 의해서 움직일 때 결국 인재풀에 선정된 뛰어난 인재들도 다 탈락하고 최고 중 최고만 살아남는다. 경쟁에서 1등이나 2등이 되지 못한다면 다 루저로 전락한다.
이들이 성장해 조직의 수장이 되면 이들은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사전에 다 걸러서 없애버리는 Peter의 원리에 위해서 조직을 장악해 조직 전체를 무능한 조직으로 만들거나, 자신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정적이 제거된 빈자리에 조직의 미션과 상관없이 무능한 부하들을 많이 채용해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Parkinson의 법칙에 따라 비대화 시킨다.
수퍼치킨게임을 통해 토너먼트 방식을 통해 선발된 인재가 전문성와 체력이 모자라면 자신의 적자생존을 위해서 동원하는 도구가 권력이다. 이들이 조직을 장악하면 조직은 정치적 조직으로 전략해서 조직은 연줄과 사일로 silos가 넘친다. 또한 이들에게 정치적 술수를 배운 부하들은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더 약한 부하들에게 갑질을 시작한다. 갑질은 다시 더 약한 부하를 찾아서 아래로 전염되어 조직전체가 갑질조직으로 전락한다. 갑질의 대상은 조직에서 힘이 약한 여성이나 비정규직, 학벌 집안배경 등이 떨어지는 마이너 그룹이 첫번째 타겟이 된다. 기득권 집단이 마이너 그룹에 대해 자행하는 대부분 차별은 다 갑질이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보인 것이다. 성적 갑질의 문제는 노골적이어서 미투 운동이라도 일으킬 수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갑질은 너무 교묘하게 자행되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이다.
이런 모든 문제는 수직적 조직에서 권력을 남용하여 일어나는 병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제를 잘 못 집은 것이다. 수직적 위계조직이라 하더라도 전 구성원들이 조직이 가진 사명을 이해하고 자신의 직급과 권한을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역할로 이행하고 있다면 권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계조직이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명을 잃었을 때 권한이 사명을 위해 사용되기 보다는 진화론의 논리에 따라 개인의 생존의 수단으로 전용되어 이런 조직적 병폐가 드러나는 것이다. 조직을 민주적인 수평조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 조직에 사명이 없다면 조직은 자유방임적 당나라 군대처럼 변모한다. 무질서가 판을 쳐서 아마도 위계조직보다 더 쉽게 붕괴될 것이다. 조직이 사명이 없다면 어떤 조직형태를 채용해도 다 문제다. 위계조직이던 수평조직이던 그냥 생존을 위해 진화론과 신자유주의 경쟁론리에 따라 모든 개인들이 모든 개인들에 대한 투쟁으로 각개전투하는 생계형 조직으로 파산할 것이다.
모든 조직에서 목적과 사명이 가지는 의미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을 직무나 역할에 인게이지먼트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고의 미래조직은 사명이 구성원들에게 믿음으로 공유되어 구성원들이 조직이 변화하는 환경과 고객의 요구를 공부하고 이해해가며 자신이 수행해야 할 최고의 역할을 스스로 role enactment할 수 있는 조직이다.
어제도 야근을 해서 피곤해 지쳐있음에도 아침에 우리를 벌떡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나의 삶의 목적이 나를 깨우고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다. 우리가 회사의 계단을 서너 계단씩 건너 뛰어가며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도 회사가 이런 목적과 사명으로 구성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기 떄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개인을 넘어 화합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이유는 사명과 목적이 회사의 상징적 CEO가 되어 이들을 자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 남성 여성을 떠나 다 사명과 목적에 몰입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자신의 권한을 사명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데 쓰는 상사를 구성원이 그냥 놔둘까? 조직 구성원들이 다 사명과 목적에 몰입해 땀을 흘려가며 희생하고 있는데 상사가 권한을 자신 개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쓴다면 이런 상사가 자행하는 권한의 배임을 조직 구성원들이 용서할까? 조직의 사명과 목적이 살아 있는데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과제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용서가 될까? 조직의 사명과 목적이 살아 있는데 정당하지 않는 일에 힘으로 개입하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모두 아닐 것이다.
조직을 수평화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잃어버린 사명과 목적을 복원하는 것이 우리나라 조직에게는 더 시급한 문제이다.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사명과 목적을 위해서 협업한다면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워 협업하는 민주를 달성할 것이고, 목적에 고유한 기여분에 대해 그레딧을 인정받는 온전한 평등이 구현된다. 회사에 작동하는 모든 무질서 (비효율, 갈등, 불신, 아노미, 정치)는 조직에 목적과 사명이 작동하지 않아서 증가한 앤트로피의 결과물이다.
목적경영전략으로 펩시의 중흥을 이끌었던 인도 출신 여성 CEO 앤드라 누이는 자신이 CEO로 지정되자 제일 먼저한 일이 자신과의 수퍼치킨 경쟁에서 탈락한 남성 임원집을 찾아가서 일주일 동안 이 임원의 가족과 같이 자신의 휴가를 쓰면서 이 임원에게 회사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설득해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목적경영의 파트너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둘은 펩시의 사명과 목적을 다시 세우고 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파트너가 되어 펩시의 기업가치가 코카콜라를 능가하는 회사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길을 잃고 헤메는 이유는 국가, 사회, 리더가 사명과 목적을 잃었기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수퍼 치킨게임에 의해서 최종적 승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도 옹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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