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에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모래가 목까지 차오른 싱크홀에 빠져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고도라는 미래다. 고도가 와서 자신들을 구출해줄 것이라고 믿고 하루 하루를 명예와, 권력과 부를 축적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더 깊은 모래 수렁에 빠지게 하는 모래성일 뿐이다. 이들은 지난 50년간의 똑 같았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도 행복했어요, 내일은 더 행복할 거예요"라고 독백한다. 베케트는 2차대전 후 불란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의 부조리를 고발해서 이 작품으로 1960년 노벨상을 받았다.
베케트가 이 희곡을 쓴지 어연 60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도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베케트가 제시한 삶의 부조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21세기 지금 시점에서 볼 때 풀리기보다는 더 심각한 미궁에 빠지고 있다.
사람에 따라 많은 다른 해석이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고도"는 자신의 존재목적이 실현된 미래를 의미한다. 미래는 부, 권력, 명예라는 잔고를 쌓아가며 기다리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예고한다. 부, 권력, 명예는 삶이 화석화되어 만들어진 모래사구이지 삶의 목적은 아니다. 이것을 삶의 목적으로 혼돈하는 사람의 삶은 모래사구의 싱크홀에 빠진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고도라는 존재목적은 이런 모래사구를 탈출한 미래이다. 미래와 현재에 협곡에는 이어지지 못한 시간의 강이 흐른다.
고도를 발견하여 체험하는 사람들은 시간여행자들이다. 현재의 시간에 머물러가며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사과나무 밑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를 무한정 기다리는 사람이다. 고도를 체험하는 사람은 사과나무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려의 문익점 같은 사람이다. 문익점은 자신에게 고도였던 목화를 위해 그 당시 고려의 미래였던 원나라에 가서 목화씨를 가져와서 조선이라는 현재의 토양에 씨로 뿌려서 조선의 목화라는 미래를 가져온 사람이다.
미래는 베케트의 두 주인공처럼 현재의 부, 명예, 권력을 쌓으면 자동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체험하는 사람들은 시간여행자로 미래에 먼저가서 자신의 부, 명예, 권력이라는 토양에 심을 목화씨를 찾아오고 이 목화씨를 자신의 부, 권력, 명예의 토양에서 길러내서 부, 권력, 명예가 자신 삶의 존재목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다 자신의 삶의 토양에 심어서 자신만의 과수원을 만들어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과수를 맛보게 할 수 있는 사람들만 미래를 체험하는 사람이다.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가져와서 체험하는 사람들의 무기는 자신 삶에 고유하게 내재한 내러티브다. 우리가 우리의 몸으로 시간여행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는 죽음의 강을 건너기 직전까지다. 하이데거의 시간 개념에 따르면 죽음의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는지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해서 얻어낸 유산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죽음의 강을 건너 내 육신이 존재하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는 영원한 미래로 가는 뱃삯을 지불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유산은 자신이 이 세상을 다녀감에 위해 세상을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제로 실현했는 지다. 유산을 계산할 때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지구로부터 산소, 물, 자연 등들을 빌려쓴 랜트비를 정산한다. 둘째로 죽는 순간까지 삶을 지탱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진 빚도 정산한다. 이 두 차원의 정산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잔고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 잔고로 뱃삯을 지불하고 미래의 강을 건넌다. 미래의 강을 건넌 사람들의 유산에 대한 스토리는 후세들의 삶의 씨줄의 스토리에 날줄로 부활하여 영속된 시간의 미래를 이어간다. 이들은 죽은 후에도 후세의 삶 속에 기억으로 다시 부활하여 생명을 획득한다는 것이 하이데거가 규정하는 시간개념이다.
지금 당장 죽을 일은 없겠지만 사람은 시간여행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죽음의 강 앞에서 유산을 정산하는 상황을 상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정산과정에서 채무가 너무 커서 죽음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비극을 직면할 개연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유산을 남길 수 있는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서 이 약속을 삶의 책무로 이행하기 시작해야 한다. 미래란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의 관점에서 본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는 끈이다. 미래란 존재목적의 실현이라는 마지막 미래의 관점에서 본 가까운 미래, 현재, 과거의 시점이 연결되어 스토리로 구성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이다. 과거가 이 내러티브의 기라면, 현재는 승이고, 가까운 미래는 전이고 죽음에 직면해서 목적에 대한 약속이 정산된 유산은 결이다. 기승전결을 통해 완성될 내러티브를 현재로 가지고와 가까운 미래와 지금의 현재와 잊혀진 과거를 이어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 탈로하지 않는 미래를 체험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미래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현금 쌓아놓는 것을 미래라고 착각하며 헤매는 동안 애플, 아마존, MS, 넷플릭스가 혁신을 통해 미래를 먼저 만들어낸 비밀이다.
미래를 체험하는 삶이란 경영학에서 한때 유행하던 시나리오 플래닝과 비슷하다. 기승전결로 이어진 자신만의 내러티브가 자신의 지도로 있는 사람들만 자신의 삶에 지도를 적용해가며 길을 잃지 않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가며 과거, 현재, 미래, 죽음까지의 여정을 완성한다.
미래는 우리가 살아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에 실현될 존재목적을 실현시킬 씨앗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가서 찾아내고 씨앗을 현재로 가져와 자신의 일, 비즈니스, 삶, 명예, 권력, 돈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있는 사람, 회사, 국가만 체험한다. 미래는 존재목적까지 이어지는 기승전결의 내러티브(시나리오)가 없는 리더, 회사, 국가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고사목은 미래를 맹목적으로 기다린 사람들이 만들어낸 직무유기를 상징한다. 미래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에 먼저 가서 존재목적이라는 자신의 씨앗을 찾아내 현재의 자신의 삶으로 가져와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만의 과일나무로 만들어낸 문익점 같은 시간 여행자만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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