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운동은 지구의 자연, 사회, 회사 모두의 뿌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운명체 구성원으로서 외재성(Externality)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제창되었다. 지구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구 플랫폼이 불타버린다면 아무리 강력한 비즈니스 모형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대한 각성이기도 하다.

외재성과 지속가능성이란 한 마디로 "내가 사라지면 지구는 어떤 충격을 받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세상에서 홀연히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사라진 것도 모른다면 외재성이 제로인 상태이다. 외재성이 제로라는 것은 사회적 존재감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내가 사라져도 지구가 지속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공동운명체이자 공동의 플랫폼인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모든 주체는 마음 속에 구성원에 대해 성원권을 행사한다. 성원권이란 자신이 지구의 주인이 되었을 때 이 구성원을 자신과 같은 운명을 공유하는 주체로 생각해도 되는지의 문제다.

성원권이란 이방인들을 받아들일 때 비자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원권이란 사람들을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할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하는지, 이것을 넘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와 영원히 같이 살아도 되는 영주권자인지, 우리와 같이 사는 것을 넘어서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권자로 분류하는지에 따라 상대에 대한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상황을 더 극단화 시켜보면 다음과 같은 상상적 실험도 가능하다. 지구가 멸망할 상황에 처해서 당분간 화성으로 피신을 간다고 가정할 때 자신의 자리도 포기하고 우주선의 한정된 좌석을 넘겨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이 대상은 완전한 가족이다.

지구의 구성원들이 한 회사에게 어떤 성원권을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특정 기업의 사회적 정당성이다.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기업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지를 받아서 지속가능성을 구가한다.

회사의 종업원, 경영진, 최대주주를 제외하고 고객, 공동체, 사회, 심지어는 자연도 판단의 주체가 되어 우리 회사에 지구 가족으로서의 성원권을 부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 회사의 사회적 정당성의 수준을 판단해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이들에게 영주권을 신청하면 부여 받을 것인가?

시민권까지도 넘볼 수 있을까?

아니면 화성으로 이주한 우주선의 자리까지 확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돈벌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외국인으로 판정될 것인가?

아니면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듣보잡 회사로 판정될 것인가?

아니면 사라지면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환호하는 회사일까?

회사가 지구 구성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받을 정도가 되거나 우주선의 자리를 양보받을 정도가 되면 이 회사는 이미 불멸의 회사가 된 것이다.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최고 수준의 사회적 팬덤(Social Commitment)를 구가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 회사가 사라지면 모두가 나서서 슬퍼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회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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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리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자발적으로 리더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사람에게 영주권을 줄 것인지, 시민권을 줄 것인지의 문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친구와 친지들에게 시민권이라는 성원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라질 것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존재감으로 임재를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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