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호 인디언은 자연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로 살다보면 어느 순간 병을 얻는다고 믿는다. 병자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병자를 중심으로 둥굴게 둘러 앉아서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고 그안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기도와 예식을 치룬다.
주술적이기는 하지만 이런 예식은 현대인에게도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나 공동체와의 교감이 끊어지면 우리도 병을 얻기 때문이다. 육체적 병이란 내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얽히고 섥혀서 꼬임을 만들고 이 꼬임이 해결되지 못해 스트레스로 심리적 결석을 만든다. 심리적 결석은 몸에 아픔의 기억으로 상흔을 남겨서 병을 만든다. 심각한 병들 대부분은 심리적 결석이 몸에 흔적을 남겨서 발전된 것이다. 이렇게 생긴 병을 물리적으로 수술해서 제거한다고 병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교감이 끊어졌다는 것은 내 삶의 내러티브에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말해준다. 자연이나 공동체로부터 돌봄이 끊어진 죽음의 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목숨이 붙어 있어도 사망선고를 당한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증거는 내 삶의 내러티브가 자연과 공동체에 울림을 창출해서 메아리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과 공동체라는 울림판에 울림을 만들고 나에게 돌아올 때 메아리는 혼자 오지 않는다. 메아리는 반드시 나에 대한 지지와 성공을 몰고 온다. 울림을 통해 연결된 피드백 고리는 삶에 성장과 번성을 가져오는 에너지 원이다.
요즈음 회자되는 ESG도 관계의 복원에 관한 문제다. 기업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라 이윤을 위해 자연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혔다. 지금은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값싸게 제공해도 사회나 자연은 상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반응하지 않는다. 기업이 아무리 비싼 광고를 때려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자연과 사회로부터 기업이 죽음을 선고 받은 것이다. 기업의 내부구성원들을 구성하는 거버넌스에서 조차도 메아리가 없다. 위기를 직감한 기업들이 나서서 자연, 사회, 구성원에게 입힌 상처에 용서를 구하고 관계 복원 운동에 나선 것이 ESG의 본질이다.
우리 삶의 내리티브가 우리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해주는 자연 사회 동료에게 울림의 메아리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광고, 성형, 명품 등 다양한 포장으로 치장한다고 죽은 메아리가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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