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미래에 먼저가서 미래의 눈으로 뒤돌아서서 현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라는 시간은 우리가 상상하듯 따라가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가서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래는 쏜살같이 현재를 거쳐 과거가 된다. 이런 물리적 시간개념에 따른 미래는 신기루일 뿐이다. 한 마디로 물리적 시간은 죽을 때까지 우리에게서 미래의 시간을 훔쳐가는 시간도둑이다. 실체가 있는 미래는 물리적 시간에 앞서 가서 체험한 현재다.

인간은 현재를 살면서도 미래와 과거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시간여행자이다. 시간여행자인 인간의 비밀을 아는 사람만 실제 물리적 시간의 족쇄에 따라 사는 시간노예의 삶을 멈추고 자신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구성해서 미래를 만들고 과거를 부활시킨다. 실체가 있는 미래는 시간에 앞서 가서 미리 체험한 현재다.

믿음(Belief)이란 시간에 앞서서 미래에 발생할 사건을 미리 목격하고 이것이 발생할 것임을 소망하는 사람들만 가진다. 믿음이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미리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통찰력에 대한 믿음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산인 신뢰의 기반이다. 과거 누군가의 간절할 믿음 때문에 지금 우리가 당연한 현재로 향유하는 미래가 만들어졌다.

바울은 이 믿음(Belief)의 나무는 신념(Faith), 소망(Hope), 사랑(Love)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나무의 뿌리는 사랑이라고 설파한다 (고린도 전서 13:13).

믿음 나무는 미래에 우리에게 어떤 소망을 실현시켜줄지 열매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믿음 나무의 열매의 씨앗은 발아되어 뿌리를 만들어내는데 씨앗은 사랑이고 이 사랑이 발아되어 자신과 타인의 아픔에 대한 보편적 사랑인 긍휼의 뿌리를 만든다. 신념(Faith)은 남들도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삼인칭 믿음(Belief)이 내 자신의 몸과, 정신과, 마음 속 일인칭 믿음으로 체화된 상태를 말한다. 신념은 자신이 자신과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해 소망하는 열매를 맺게하는 혁신의 과정에 관여한다. 신념은 혁신을 통해 구현할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믿음이다. 신념은 나무의 줄기와 잎새를 구성한다. 이 줄기는 뿌리에서 가져온 영양분을 과일로 바꾸는 혁신과 변화의 공장이다.

바울은 믿음나무의 삼 요소인 사랑과 긍휼의 뿌리, 소망의 열매, 신념의 줄기의 삼요소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중시했다. 물론 뿌리를 구성하는 사랑이 나무의 시작이지만 삼 요소 중 하나만을 중시할 때 나무는 제대로된 삶의 혁신도 없고 제대로 된 열매도 맺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뿌리에 해당하는 아픔만을 강조하다보면 현세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져 현세를 포기하고 내세의 구원만을 강조하는 천국과 지옥 중심의 말세주의 종교로 전락한다. 긍휼의 뿌리도 없고 혁신의 줄기도 없는 상태에서 열매만 강조할 때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한다. 혁신의 줄기가 살아서 자라나지 못하면 자신 과거의 성공과 성공으로 얻은 기득권만을 올바른 것으로 주장하는 율법주의나 교조주의라는 믿음의 감옥에 갇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바울은 세상이 바뀌면 이 믿음의 나무도 세상과 공조해가며 일신우일신(日新 又日新 )으로 공진화시킬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린도 후서 4:16); "나는 날마다 죽노라 (고린도 전서 15: 31)".

일신우일신을 통해 공진화하지 못하는 믿음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강하게 느껴질 망정 이미 죽은 믿음이다. 죽은 믿음의 나무는 큰 바람이 불면 필연적으로 부러진다. 바울은 믿음의 나무를 살아서 생장하는 나무로 키우기 위해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하는 삶을 참 기독교인 삶의 지표로 제시했다. 또한 갖은 박해와 어려움에도 바울은 스스로도 이런 일신우일신하는 삶을 앞장 서서 모범적으로 실천했다. 바울의 가르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바울이 키워낸 믿음의 나무를 죽은 고사목으로 만들었다. 바울을 잊은 사람들이 교회를 믿음과 율법의 감옥으로 전락시켰다.

나에게도 믿음이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고 스스로를 키웠던 과거의 믿음에 갇혀 죽은 나무로 고사당한 것은 아닌지 오늘도 반성해본다.

시간도둑에게 미래를 빼앗겨 사는 삶을 벗어나서 믿음의 나무를 통해 나만의 미래를 만들어보자.

믿음의 나무가 어느 순간 바람에 흔들리지 못한다면 이미 죽은 것이다. 믿음 나무를 살려내는 일신우일신을 해보자.

진정으로 과거, 현재, 미래 삶 사이의 행복의 기울기를 키우는 번성하는 삶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