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이라는 존재론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있음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웃고 있더라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따라서 웃게 된다. 웃으면 긍정적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 좋은 상태가 전염된다.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어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주변을 전염시킨다. 이런 일말의 영향력도 없다면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있음에 대한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있음은 대부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있을 자리에 있지 않음을 발견하거나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 있음은 당혹감을 만들어낸다.

내가 20여년 동안을 여름에 방문하던 곳에서 5, 6년이 되니 직원들이 나를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내 이름을 소개한 후 나는 Fixture(붙박이)라는 부가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여름이면 이 장소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있을 자리에 있을 사람이니 있음에 대해서 의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방문을 못한 해가 있었는데 그해 다음 여름이 되어 방문하자 사람들이 왜 안왔는지 마치 안 온 내가 문제가 있다는듯 따져 물었다. 있을 자리에 있을 사람이 없어서 황당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있음은 정당성의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있음이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으로 긍정적 외재성을 만들어내면 정당성이 강화되어 반드시 있어야 할 대상이 된다. 있음이 부정적 외재성을 창출하면 사람들은 있지말아야 할 자리에 왜 있는지른 따져 묻는다.

있음의 정당성은 생존의 문제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논쟁거리가 된다. 요즈음 기업에서 ESG가 논란이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있음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다. 지구가 멸망하게 되었는데 기업의 이윤만 챙겨가며 자기만 살겠다고 자연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고 공동체를 훼손하고 구성원들을 착취한다면 부정적 외재성을 키우는 기업이기 때문에 같이 있어서는 안될 기업으로 분류하여 있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있음의 정당성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윤대통령 영국 조문에 김건희 여사가 동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간의 사건에 대한 논란을 볼 때 국격을 대표하는 그자리에 김건희 여사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부인인데 당연히 같이 있어야 한다는 있음을 옹호한다. 평소 김건희 여사가 있음과 관련해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논쟁이다.

있음으로 누구에게 환영받는다는 것은 본인 삶의 내러티브가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적 울림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삶이 번성을 구가한다는 증거다. 품성의 내러티브가 선한 꽃향기를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