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여년의 재임기간 중 검소한 생활로 많은 존경을 받았지만 2차 대전후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영국식 제국주의에 잔재에 항거하는 영연방 국가와 제국주의의 거버넌스였던 왕권제에 반대하는 영국 내 세력의 공격도 많이 받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식 제국주의 식민통치가 끝난 시점인 1953년 25세 젊은 나이로 즉위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이런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1997년 영국 제국주의가 벌인 잔혹한 사건들이 밝혀지자 영국장교에 의해서 민간인들의 잔혹한 학살이 일어났었던 인도 북부 리차르를 직접 방문해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같은 "고통스럽고도 어려운 사건들"에 대해 영국을 대표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영국의 사과가 미온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평생을 영국으로부터 압제받던 국가들의 독립을 위해 무저항 투쟁을 이끌었던 인도의 간디와 대영제국의 흑인혐오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항해 싸우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냈던 만델라에게 묻고 싶다. 이들은 영연방 식민통치의 유산을 물려받은 엘리자베스 2세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이라는 현존하는 학습지진아 국가가 있어서 그리 나쁜 점수를 받을 것같지는 않다.

만델라는 영국 제국주의 흑인차별과 평생을 싸워서 얻은 교훈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인간은 학습하는 죄인"이라는 명제다. 과거를 돌릴 수 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학습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룃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만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한 것이다. 또한 죄는 남들에 의해서 강제로 들춰내지거나 들춰지지 않기 위해 남의 죄를 먼저 들춰내는 내노남불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자복하고 더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날 때 진정으로 용서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진성리더는 자신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유인 존재목적을 세우고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어떤 특정한 사람이 진성리더인지는 학습과 개입이 끝나는 시점인 죽음까지의 되어감의 문제이다. 진성리더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작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되어감의 상승적 기울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아직도 변화를 위해 되어감의 삶에 개입하고 있는 생존 인물에 대해 진성리더십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간디와 만델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진성리더이다. 간디나 만델라에게 엘리자베스 여왕이 진성리더였는지를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얻을지가 궁금해진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에 붙여서

2022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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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왕벌은 페르몬이라는 호르몬을 생산해서 일벌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벌들은 먼 일터로 나갈 때마다 페르몬으로 흔적을 남겨 자신도 길을 잃지 않고 다른 일벌도 같은 길을 따라오게 돕는다고 알려졌다. 수많은 자그만 일벌들이 협업해서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페르몬의 도움이다. 문득 페르몬이 진성리더가 풍기는 품성의 향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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