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9-26 10:39
[N.Learning] 초연결시대 리더십의 이슈 진정성 vs 연기력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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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 리더십의 이슈
진정성 vs 연기력
윤대통령이 유엔에서 자신을 수행하던 측근들에게 언급한 "새끼와 쪽"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설전이 오가고 있다. 문제가 되자 김은혜 홍보수석이 나서서 욕의 대상은 미국 의원들이 아니라 야당이라는 해명을 내놓아서 국내정치에 더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수를 하면 당사자가 나서서 길 잃었음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해프닝으로 끝나는데 사과가 아니라 변명과 해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다시 돌릴 수 없는 큰 사건으로 비화한다. 김은혜 수석의 주장이 맞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자신 편과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치기하는 구조적 문제의 원천이었음을 인정한 꼴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국론 분열의 뿌리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이번 실수는 세상이 초연결시대의 한 복판에 있음을 놓치는 리더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지금 세상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조차도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모든 것에는 CCTV가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리더의 모든 행동은 사람들을 통해 직접 목격되는 것을 넘어서 사물, 사람, 관계를 통해서 모두 적나라하게 촬영되고 있다. 초연결시대란 누군가는 CCTV를 켜고 24시간 항상 지켜보고 있는 시대다. 윤대통령도 유엔 연설이라는 공공의 공간에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연설이 끝나고 자신의 측근에 의해 둘러 쌓인 사적 공간에서도 CCTV가 돌아가는 초연결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놓쳤다.
리더십에서도 진정성(Authenticity)이 아닌 연기력(Performance)으로 승부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리더의 연기력은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 공간과 공연이 준비되는 무대 뒤 공간이 명확하게 구별되던 시대의 전유물이다.
초연결사회가 도래하기 전 이 분야 연구를 개척했던 고프만(Erving Goffman)은 얼굴(쪽) 작업(Face work)이 만들어지는 무대의 다른 공간을 설명한다. 하나는 무대 뒤 사적 분장실 공간이다. 이 공간은 연기를 위해 사용될 얼굴(쪽)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장하는 공간이다. 다른 공간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공식적 무대다. 무대는 만들어진 얼굴(쪽)을 연기로 사고 파는 공식적 공간이다.
고프만은 세상을 이런 이원적 연극무대가 확장되어 돌아가는 것으로 설명한다. 고프만의 연극 무대론에 따르면 세상(직장, 일터)은 역할 연기를 통해 공개적으로 쪽을 사고 파는 무대공간이다. 집은 팔 쪽을 준비하기 위해 분장하는 무대 뒷쪽의 사적 공간이다. 직장과 사회에서의 연기를 위해 사람들은 사적 공간인 집에서 나름의 분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쪽 팔림이란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팔아야 할 포장된 쪽이 의도한대로 제대로 팔리지 않고 분장이 해체된 무대 뒤의 사적 쪽이 강제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도 윤대통령의 사적 맨 얼굴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경우 연기자는 체면(쪽)을 잃게 된다. 윤대통령의 우려와는 정반대로 촉팔림을 당한 쪽은 바이든이 아니라 본인이었다.
고프만은 쪽을 공식적으로 사고 파는 연기의 무대와 팔기 위한 쪽을 준비하는 사적공간으로 나눠 세상을 탁월하게 설명했지만 초연결시대의 본질은 이런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이분법이 해체되는 것이다. 초연결시대는 연기보다는 앞모습과 뒷모습이 같음을 지칭하는 진정성이 시대의 화두다. 마케팅 광고도 연기에 능한 비싼 연예인을 통한 화려한 포장이 아니라 진솔한 사용자의 체험을 전달하는 광고가 대세다. 초연결시대 아직도 비싼 광고모델로 승부하는 화장품 회사가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본인은 김은혜 홍보수석이 나서서 새끼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야당 의원들이라는 해명을 내놓기 전까지는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국회라고 잘못 말한 것이고 새끼들이라는 욕의 대상은 미국 의원이고 따라서 쪽 팔리리는 대상은 60억을 내겠다고 UN에서 미리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석했다.
UN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는 미국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 딴지걸기로 글로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글로벌 영향력 회복을 위해 UN 연설에서 120억불이라는 UN 글로벌 기금(감염병 퇴치 기금)을 목표로 미국이 3년간 60억불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나머지 60억불을 채우기 위해 바이든은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이미 공약한 1억불 분담액보다는 돈을 더 내서 자신의 리더십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외교 실패를 만회도 해야하고 IRA(인플레 감축)과 관련한 우려도 반드시 전달해야하는 입장에서 정상회담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윤대통령은 외교라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많은 기금을 내기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언질을 했을 수 있다. 미끼를 스스로 무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자신이 처한 국내정치를 핑게로 정상회담을 피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불편한 속내가 쌓여가고 있었을 것이다. 공언했던 외교 성과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음을 직감했다. 이런 불편한 심기가 발동해 120억불 중 60억불 공여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UN 연설을 폄훼한 것이다.
불편한 심기는 우회적으로 표현되었다. 미 의회에서 의원들이 이 기금에 동의를 안해주면 바이든 대통령은 쪽 팔려서 어떻게할 것이냐고 반문하는 형식이다. 간접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쪽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다보니 죄없는 의원들까지 동원되어 싸잡아서 욕을 먹었다. 권성동 의원과 주고 받던 메시지 사건으로 드러난 안에서 새던 바가지가 나라 밖에서도 샌 꼴이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외교력 없이 남을 비난하기 좋아하는 꼴사나운 나라로 전락했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 중간평가와 이에 연동된 하원선거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의 지지율을 보면 약속한 60억불을 실현하기 위해 의회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의 입장에서는 지금 국내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데 만나면 미국에 불리한 요청을 할 것이 뻔한 한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 정상회담은 서로가 얻을 것이 확실히 조율되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사인을 하기 위해서 이뤄진다. 막후 조율도 없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들이대는 상대를 응대할 정상은 없다.
몰론 이런 추론은 평소 윤대통령이 스포트 라이트가 비추는 공식적 무대 석상에서는 국민 국민 외치지만 무대 뒤 분장실로 돌아가면 자신의 편과 남편을 갈라치기하는 세계관과 국회와 의회를 구별하지 못하는 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 추론에 기반한 뇌피셜이다.
진정성이 있는 리더는 실수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먼저 자복하고 사과한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은 길을 잃으면 길을 잃기 전의 순수한 의도가 작동되던 초기 상황으로 되돌아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초기의 순수한 의도가 없는 사람들은 길을 잃으면 길을 잃은 지점에서 다시 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을 동원해서 우왕좌왕하다 완전히 길을 잃는다. 공공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명예라는 숨겨진 의도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건이 해프닝에서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대변인이 나설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나와서 직접 사과하는 것이 맞다.
초연결시대는 연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연기가 아니라 목적에 대한 진정성으로 소구하는 리더만 진성리더로 인정받아 약속한 변화를 실현하는 족적을 남긴다. 우리는 연기하는 대통령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이 넘치는 대통령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