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죽는다. 그리고 매일 태어난다. 아니 정확히는 매순간 죽고, 매순간 태어난다. 조금 전의 나는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방금 태어난 것이다. 우리의 세포는 실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마다 수백만개가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한다. 그러므로 나는 분절된, 분할된 다자로서 존재한다. 매순간 나의 생각, 감정은 파편처럼 솟아나고 흔적없이 사라진다. 분절된 존재로서 나는 연속되지도, 어딘가로 수렴되지도 않는다. 나는 단수적 존재이고 단수성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숨, 하나의 깜빡임, 하나의 손짓,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생각들이 명멸한다. 그것이 나다.

다자성을 박해하는 일자성, 즉 전통적 진리체계는 우리의 고유성, 개성, 정체성을 제거하고 굴종을 강요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하나로 싸잡아 내려는 폭력이며, 위험이며, 환상이다. 알랭 바디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주체를 소환해 옹립한다. 다자로서의 내가, 매일 도래하는우발적 사건과 만남으로써 그 어디에도 붙들리지 않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규정하려는 일체의 억압을 뿌리치고, 오로지 ‘자기 됨’, 그 하나에 확신을 가짐으로써, 경계와 장벽을 넘는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주체의 여정, 진리여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이다. 진리란 그런 개별적 주체들이 만드는 하나의 태피스트리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오늘 다자로서 진리를 담지한 주체의 부활을, 그 충실한 이행을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

함께한 도반님들의 빛나는 생각에 보태어보며.